조금 더 머물러도 괜찮지 않을까?
가을비치고는 꽤 세찬 비가
추마의 옆구리를 발로 힘껏 찬다
이랴 이랴! 이랴 이랴!
그 축축하고 참방참방한 채찍질에
이제 막 살이 오르기 시작한
추마는 무거운 발걸음을
끌듯이 마지못해
뗐다 걷다 달렸다 멈추기를 반복한다
결승선이 있는, 저기까지 가야만 하는 경주는 아니라서
할 수 있는 한 여유를 부려본다
갈기가 다 젖어 눈앞을 가려 차마 달리 수 없다며
천천히 가다 서다 가다 서다 하는 중이다
기분이 내키면 달리기도 하며
계절을 건너는,
추마(秋馬)의 등에는 안장이 없다
자유로운 영혼은 길들여지기를 원하지 않기에
오늘도 추마는
다리를 까딱 까딱이다,
고개를 이리저리 저었다가,
비에 젖어 더 짙어진 갈기를 털거나 푸푸 거리며
뭉그적뭉그적 저 머물고 싶은 만큼,
있고 싶은 만큼 뭉개는 중이다
아니 알게 모르게 천천히 가는 중이다
연휴 내내 비가 내렸다.
가을 비는 찬 공기를 불러오고,
아침저녁 날씨는 서늘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보일러를 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꺼내는 가족들을 바라보며
금세 지나가버릴 가을이 아까웠다.
미처 물들지 못한 낙엽과 떨구지 못한 잎들은 여전한데
벌써 아침저녁 공기가 남다른걸 보니 가을이 오래 머물지는 못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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