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문장
나는 삵냥이 올시다
이곳을 지키는 수문장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동향과 서향이 어우러지는 곳
솟을대문 우뚝 솟던 자리대신
이 몸이 지켜보려 하오
칡인지 삵인지 고등어인지
나조차 혼란하지만
원래 혼란과 조화는 한 끗 차이니
뭐 그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떨까 싶습니다
보기엔 어설프고 우습게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나름
길 생활, 산생활로 쌓은 내공과
날카로운 이빨과 앙칼진 발톱
콧등을 따라 이어진 가로로 누운 ‘왕’ 자는
제법 쓸만해 보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이문을 통과하려거든
냄새부터 좀 맡고
발걸음은 상냥하게
등과 허리는 수그려 웅크린 채로
지나가라 이 말입니다
오고 가는 길 길삯도 지불한다면
그 또한 즐겁지 않겠습니까?
괭이 혹은 나비
냥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지만 말입니다
사진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