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정치적 자살'이라는 평가가 많다. 십분 공감되는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의 폭거' 때문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항변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납득가지 않는 이유다.
계엄을 선포하면 해당 지역에는 국민 기본권이 제한된다. 야당의 폭거가 심하면 국민 기본권을 제한해도 된다는 이야기인가. 게다가 군 병력을 동원해 국회를 장악하려 하기도 했다. 총을 든 군인들이 국회 본관 창문을 박살 냈고, 본회의장을 점거하려 했다.
온몸을 던진 더불어민주당 보좌진들과 계엄 해제에 찬성표를 던진 국회의원들이 아니었다면 비상계엄은 지금까지도 이어졌을 수 있다.
비상계엄의 여파는 심각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철수로 국내 증시가 폭락한 것은 물론이고, 외신을 통해 전 세계로 소식이 퍼지며 국격마저 훼손됐다. '야당의 폭거' 때문에 일으킨 비상계엄이 소득도 없이 상처만 남겼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1979년 10월,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이후 45년 만의 일이다. 이번 비상계엄이 6시간 만에 끝나서 다행이지, 더 길어졌으면 거센 항의를 일으키는 국민들과 이를 진압하려는 군부대의 충돌로 사상자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
이 와중에 일부 여당 의원들은 대통령 심기 보전에 급급하다. 국민의힘 한 지도부 의원은 "계엄은 민주당 탓"이라고 했다. 또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이유에 친북 세력이 암약하고 있다는 주장도 했다.
국회 의석 다수를 차지한 야당의 폭거가 심한 것은 맞다. 그런데 이런 폭거가 그렇게 불만이었으면, 국정 운영을 똑바로 했으면 됐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논란에 대해 제대로 머리 숙여 사과하고, 해병대원 사망사건에 연루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하지 않았으면 됐다. 그러면 지금 같은 여소야대가 22대 국회에서도 벌어지지 않았을 거다.
여당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이유도 없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을 왜 감싸고 있나. 잘못한 것을 지적하지는 못할 망정, 대통령 심기보전하려 눈치만 보니 이런 사태를 벌이는 것 아닌가. 심지어 그렇게 대통령 옆에 달라붙어 손바닥을 비볐어도, 대통령이 친윤계가 아닌 '충암파'와 계엄 논의를 했다는 것도 코미디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정말 '정치적 자살'이라는 평가가 딱 맞다. 군사정권에 의한 피해자들이 아직도 두 눈을 뜨고 살아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야당의 폭거가 심하다는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나.
잘못한 것을 잘못했다고 하지 않고, 감싸주기만 하니 대통령이 낭떠러지로 가는 줄도 모르고 걸어가는 것 아닌가. 일부 여당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자살에 자신들의 책임이 있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