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블로그는 서툼 그 자체였다

하루 3명 방문자에서 시작한 이야기

by 박재훈

처음엔 아무도 오지 않았다

블로그를 처음 열었던 날의 공기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노트북을 켜고 ‘새 글 쓰기’ 버튼을 눌렀을 때,
화면 한가운데 텅 빈 입력창이 제 마음 같았습니다.
뭘 써야 할지도 몰라 몇 분 동안 커서만 깜빡이던 그 시간,
그저 조용한 자기소개 한 줄을 썼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블로그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게 전부였습니다.
그렇게 쓴 첫 글은 아무런 반응 없이 인터넷의 한 구석에 묻혔습니다.
다음 날 통계를 확인했을 때 방문자는 ‘0명’.
그래도 실망보다 묘한 설렘이 있었습니다.
‘이게 내 공간이구나.’
누가 보지 않아도 괜찮았습니다.
회사에서는 늘 누군가의 눈치를 봐야 했고,
집에서는 가족의 시선을 신경 쓰며 살았던 제가
처음으로 ‘나 혼자만의 무대’를 갖게 된 순간이었으니까요.

그날 이후로 매일 한 편씩 글을 썼습니다.
처음엔 일기처럼 썼습니다.
“오늘 회사에서 실수했다.”
“퇴근길에 본 하늘이 예뻤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었기에 오히려 솔직할 수 있었습니다.

며칠 후 통계를 다시 열어봤습니다.
숫자 ‘3’이 찍혀 있었습니다.
하루 방문자 세 명.
그중 한 명은 저였고, 한 명은 친구였으며, 나머지 한 명은 우연히 들어왔다가 나간 낯선 방문자였습니다.
그 작은 숫자가 왠지 모르게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누군가가 이곳을 스쳐갔다는 사실이 신기했습니다.



누구도 읽지 않는 글을 왜 썼을까

그 시절 제 글을 읽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좋아요도 없고 댓글도 없었죠.
그럼에도 매일 글을 썼습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아마도 ‘기록하지 않으면 내가 사라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회사 일로 늘 지쳐 있었고,
하루를 버티는 것 자체가 전쟁이었습니다.
일을 잘해도 인정받지 못하고,
잘못하면 모든 탓을 혼자 떠안아야 하는 구조 속에서
점점 무력해졌습니다.

퇴근 후 블로그를 켜는 그 짧은 시간만이
저에게는 유일한 해방이었습니다.
세상 누구도 제 말을 듣지 않아도,
이 공간만큼은 제 이야기를 묵묵히 받아주었습니다.
‘오늘 힘들었다’는 문장 한 줄로도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습니다.

하루 방문자 세 명,
그 숫자는 외로워 보이지만 사실은 시작이었습니다.
그 세 명 중 단 한 명이라도 내 글을 읽고 무언가를 느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믿었습니다.



서툴고 어색한 문장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문장이 늘 어색했습니다.
글을 쓰면 쓸수록 부족함이 드러났습니다.
띄어쓰기도 엉망이었고, 문단도 제멋대로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한 편씩은 꼭 썼습니다.

“어차피 아무도 안 읽잖아.”
그 생각이 오히려 자유를 줬습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니,
실패해도 상관없었습니다.
그래서 마음껏 썼고, 솔직하게 썼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서툰 글이
가장 솔직하고 살아 있던 글이었습니다.
완벽하지 않았지만 진심이 담겨 있었고,
그 진심이 언젠가 독자들에게 닿을 수 있는 씨앗이 되었습니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저를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오늘도 한 편 썼다”는 사실이
작은 성취감이 되었고,
그 성취감이 쌓여 자존감을 회복시켰습니다.



첫 댓글의 떨림

어느 날 출근길, 습관처럼 블로그 통계를 확인했습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숫자였지만
알림창에 낯선 문장이 보였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요즘 비슷한 시기를 보내고 있어요.”

단 한 줄의 댓글이었는데,
손끝이 떨릴 정도로 벅찼습니다.
‘내 글을 읽은 사람이 정말 있구나.’
그 사실 하나로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날 이후로 글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단순히 나를 위한 기록이 아니라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은 위로할 수 있는 글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 작은 연결이 제 블로그를 지탱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댓글 하나가 제 하루를 바꾸고,
그 하루가 다시 글을 낳았습니다.
그렇게 이어진 글쓰기가 어느새 제 삶의 리듬이 되었습니다.



기록은 생각을 정리하게 만든다

블로그를 꾸준히 쓰면서 가장 놀라웠던 건
글을 쓰면 생각이 정리된다는 점이었습니다.
머릿속에서 뒤엉켜 있던 감정이
글로 옮겨 적히는 순간 정돈되었습니다.

화가 나거나 불안할 때 글을 쓰면
그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다듬는 과정 속에서
나는 내 마음을 스스로 분석하고 있었습니다.

블로그는 단순한 공개 일기가 아니었습니다.
그건 ‘내면 정리 도구’였고,
‘감정의 리셋 버튼’이었습니다.
하루에 한 편씩 쓰는 글이
나를 조금씩 회복시켰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 썼던 수백 편의 글이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기록의 증거였습니다.



조용한 숫자 속의 가능성

하루 세 명이던 방문자는
한 달 후엔 열 명이 되었고,
다섯 달 후엔 백 명을 넘겼습니다.
누구에게는 하찮은 숫자일지 몰라도
저에게는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그 작은 성장의 곡선이
제게 ‘꾸준함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주었습니다.
그때부터는 조회수보다 ‘지속’에 집중했습니다.
“오늘 글을 썼느냐, 쓰지 않았느냐.”
이 질문만으로 하루를 평가했습니다.

이 습관이 제 인생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꾸준히 쓴 글들은 언젠가
제 브랜드가 되었고, 신뢰가 되었고,
결국은 수익과 기회로 이어졌습니다.

모든 시작은 작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시작이 쌓이면
세상을 움직일 수 있을 만큼 큰 에너지가 됩니다.
하루 세 명의 방문자 속에는
그 모든 가능성이 숨어 있었습니다.



조용히 쓰는 시간의 가치

지금은 하루 천 명이 넘는 방문자가 제 글을 읽습니다.
출판 제안도 들어왔고, 글을 통해 생계를 이어갑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하루 세 명이 찾아오던 시절의 조용한 시간 덕분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세상과 단절된 것 같았지만
사실은 제 안과 가장 깊이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 시절의 글이 제 정체성을 만들었고,
그 조용한 시간이 지금의 저를 있게 했습니다.

블로그는 단순히 노출의 공간이 아닙니다.
세상이 시끄러울수록,
조용히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 되어줍니다.
하루 세 명이든, 단 한 명이든,
그 안에서 나를 표현하는 사람은 결국 성장합니다.



나는 여전히 하루 3명의 마음으로 쓴다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이 제 블로그를 찾아오지만
저는 여전히 ‘하루 3명’의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내 글을 처음 읽는 사람, 우연히 들어온 사람,
그리고 어제의 나.
그 세 명에게 닿는 글을 쓴다는 마음으로 키보드를 잡습니다.

블로그의 본질은 숫자가 아닙니다.
그건 연결이고, 성장의 기록이며,
스스로를 잃지 않게 하는 과정입니다.
저에게 하루 세 명의 방문자는
세상 어떤 숫자보다 큰 의미였습니다.

그 세 명의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습니다.
글을 통해 삶이 바뀐 사람들은
모두 그 조용한 시절을 거쳤습니다.
당신이 지금 그 시기에 있다면,
그건 실패가 아니라 시작입니다.



▶ 실행 체크리스트

방문자 수보다 ‘오늘 썼느냐’에 집중하기

글이 서툴러도 일단 발행해보기

하루 10분이라도 나를 기록하는 시간 확보하기

반응이 없어도 포기하지 않고 루틴 유지하기

‘누군가를 위로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글쓰기



★ 결론

“하루 세 명이 찾아온 그날, 나는 이미 작가였다.
세상이 몰라도, 글을 쓴 나는 변하고 있었다.”


나의 첫 블로그는 서툼 그 자체였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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