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8일 목요일 제주한달살이 18일 차. 오늘은 순서를 바꾸었다. 이유는 성산읍에 위치한 우리 숙소에서 10코스 서남쪽까지 가고 오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었다. 그래서 숙소에서 가까운 21코스부터 순서를 바꾸어 걸었다. 꼭 숫자 순서대로 걸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으므로 우리 편의대로 결정했다. 21코스는 구좌읍 세화리에 위치한 해녀박물관 앞 올레코스안내소에서 출발하여 종달 바닥종점까지 11.3킬로였다. 해녀박물관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출발 스탬프를 찍었다.
제주항일해녀기념비를 비롯하여 드넓은 박물관 주변을 살펴보고 왼쪽으로 방향을 트니 숨비소리길과 함께 연대동산이 나타났다.제주 곳곳에는 연기나 횃불로 신호를 주고받았던 연대동산의 흔적이 많은 편이었다. 올레길과 숨비소리길 사이로 이름 모를 야생화가 하얗게 흐드러져 피어있었고 드넓은 평지에는 축구장이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었으나 둘러봐도 집들은보이지 않았다.주택들이 드물게 있었고 감자와 무밭들을 지나 바닷가를 따라 걷다 보니 해녀들의 쉼터이자 옷을 갈아입고 해녀교육까지 실시했다던 크고 작은 불턱이 눈에 띄었다. 해안가를 주욱 따라 걸으니 왜구를 방어하기 위해 세웠다는 별방진이 나타났다. 다시 걷다 보니 석다원이라는 식당 앞에 중간스탬프 찍는 곳이 나타났다. 인증을 하고 나니 다시 힘이 났다. 갯용여부인을 모시는 신당이며 해산물의 풍요와 해녀들의 안녕을 기원한다는 각시당을 지나니 하도 환해장성에 도착했다. 멀리 하도항에서 무지개빛깔로 색칠된 여객선이 떠나는 모습도 보였다.
해안길을 걷다 보니 왼쪽 저 멀리 토끼섬이라는 곳이 보였다. 여름이면 문주란이 하얗게 피어 토끼처럼 보였다는 설도 있고 옛날에는 토끼가 많았다는 설이 있으나 지금은 토끼가 없다고 한다. 물빛이 고운 하도해수욕장을 지나 밭사이로 난 오솔길을 걸으니 땅끝이라는 뜻을 가진 지미봉 입구가 나타났다. 아, 입구부터 정말 가파른 오름이었다. 우리는 쉼터에서 준비한 빵을 먹고 다시 정상에 오르니 멀리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보였다. 다시 내려오는 길도 완전 급경사여서 우리는 스틱에 의존하여 조심스레 한 발씩 내디뎠다. 정자에서 다시 물 한 모금을 마시고 걸으니 종달항이 보였다.
해안선을 따라 걸으니 종달바닥 종점이 나타났다. 21코스 종점인증 스탬프를 찍고 지나가는 택시로 다시 우리 차가 있는 곳으로 오니 오후 3시였다. 다른 코스보다 거리가 짧고 숙소에서 가까운 곳이라 빨리 집에 와서 쉬다가 저녁에는 각종 야채를 넣은 비빔밥으로 해결하였다. 오늘 아침에 친구가 전화하면서 제주살이 할 때는 제주스럽게 식생활을 하면서 여기저기 맛있는 제주 특식을 사 먹어 제주 경제에 보탬을 주고 가라고 했는데 우리 부부는 집에서 평소 하던 대로 그냥 이렇게 제주살이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