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뒷모습

by 멈춤의 일기장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보려고 보는 것이 아니라, 돌아서서 현관을 나서는 순간
자연스레 눈에 들어오는 뒷모습이다.


일요일 오후, 남편은 직장이 있는 경기도 오산으로 떠난다.
주말부부로 지낸 지도 벌써 15년째다.


분양받은 아파트로 이사하고 아이들도 새 학교로 전학을 오면서
자리를 잡기도 전에, 부서 전체가 경기도로 이전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시작된 주말부부였다.


하지만 그 후에도 아이들 진학 문제와 경제적 여건 등이 맞물려
합가 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그럼에도 남편은 힘든 상황 속에서도
주말마다 나와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주말 가장의 자리를 한 주도 빠뜨리지 않고 지켜왔다.


남편 또한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주말에 자식들과 나누는 한 번의 포옹,
따뜻한 식사 한 끼를 위해
자신이 이루어 놓은 가정의 테두리 안으로
곤한 몸을 이끌고 기차에 몸을 싣는다.


아이들도 그 노곤함을 아는 듯하다.
이제는 나이 꽉 찬 아이들이
그런 아빠와 서로 따뜻한 포옹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
고단한 길이었지만
잘 버티고, 잘 지내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오늘은 신정 연휴를 끝내고
못내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시 전쟁터 같은 직장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연휴가 길수록 후유증도 클 테지만
싫은 내색 하나 없이 아쉬움을 접고 길을 나선다.


물론 가족의 응원과 사랑을 함께 가져간다.
아버지께서 열심히 일하시니
여기 남은 우리도 열심히 살겠다는 각오와 함께 말이다.


사랑은 이런 것인 듯싶다.
많은 종류의 사랑이 있지만
사회라는 단어의 가장 기본은 가정이 아닐까.
각 가정이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일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고 보니, 그 뒷모습이
그리 쓸쓸해 보이지만은 않다.
추운 날이지만
몸과 마음에 이렇듯 온기가 퍼져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아들은 아빠의 돌아가는 길에
기차역까지 배웅을 하고,
또 그 뒷모습을 뒤로한 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라고 한다.
잠시 뒤면 영상으로 다시 재회하겠지만,
지치지 않고 힘을 내기를
오늘도 마음으로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