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부모됨 시리즈] 철든 어른으로 도약함. 편
내 배에서 나온 딸이 어쩜 이럴까 싶게 남편이랑 정말 붕어빵이다.
사랑하는 내 아내랑 생긴것도 하는 짓도 똑같은 미니미가 나왔다.
씨도둑질은 못한다더니,
어쩜 하나부터 열까지 이렇게 내 어릴때와 똑같나 싶다.
입 짧은 아이를 보고 있으면 맨날 안 먹겠다고 떼썼던 내 어릴 적 생각이 나고,
매일 감기에 코를 달고 사는 아이를 보면 하루가 멀다하고 감기에 걸려 약 안 먹겠다고 도망다니던 내가 떠오른다.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보면서 노래를 해주는 딸을 보면
내 아내가 어렸을 때 딱 이러고 놀았겠구나 싶고,
세발 자전거를 타고 거침없이 내지르는 아들을 보고 있으면
내 남편이 저러고 온 동네를 누비고 다녔겠구나 저절로 그려진다.
사진에서 보던 내 남편, 내 아내의 어린 시절 모습을
그대로 판박이해서 나온 내 아이는
커가면서
우리보다 훨씬 업그레이드 된 모델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시키곤 한다.
(나는 안 저랬던 것 같은데, 나는 저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
하지 말라고 해도 들을 리 없는 아이의 고집에
우리 엄마의 인상 쓰던 모습이 떠오르고,
우리 아빠의 어이없이 웃던 얼굴이 떠오른다.
내가 맞다 벅벅 우기던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
내 아이를 통해 투영되어 비친다.
참 이상도 하지.
분명 그때는 내가 다 맞았는데.
지금 저렇게 자기 말이 맞다고 우기며 목 놓아 울고 있는 아이를 보니,
어이없게도, 억울하지만,
아빠 엄마가 맞고 내가 틀렸을 때가 더 많았던 건가 싶다.
그런데 또,
아이가 유치원에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가야 하는 이유를 나에게 조목조목 설명하는 말을 들어보면
또 틀린 말이 없다.
양말을 꼭 짝을 맞춰 신으라고 정해놓은 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럼 지금 아이를 설득하고 있는 내가 틀린걸까?
아이를 키우는 매 순간,
아이와 대화하는 매 순간,
내가 이제껏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
혹시나 편견이나 아집은 아니었는지,
차별이나 폭력은 아니었는지,
아이를 통해
나를 돌아본다.
부모가 되기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세상의 모든 것들을,
아이를 통해
다시 돌아본다.
그리고
하루하루
아이만큼 나의 마음도
무럭무럭 자란다.
좀 더 현명하고, 좀 더 여유있고, 좀 더 편안하게.
세상 제일 소중한 내 아이는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부모라는 새로운 이름표를 얻은 나는
성숙이라는 이름으로
몽글몽글 그렇게
함께 영글어간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 화이팅!!
* 본 '부모됨은 ____이다.' 시리즈는 2020년 12월 발행된 학술지 『 영아기 첫아이를 양육하는 어머니의 부모됨 인식에 대한 개념도 연구_열린부모교육연구 14-4-7(심위현,주영아) 』 를 모티브로 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도출된 참여자들과의 인터뷰로 다듬어진 '부모됨에 대한 88개의 새로운 정의들(최종진술문)'을 인용해, 심리상담과 부모교육 현장에서 느낀 나의 인사이트들을 정리해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