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부모됨 시리즈] 철든 어른으로 도약함. 편
도대체~~!!!!
어디까지 들어주고,
어디까지 참아줘야 하냐고??????????
아니~~~~,
마음을 읽어주는 것도 좋고,
아이를 존중하는 것도 좋고,
다 좋은데~~
저렇게 ㅁㅊㄴ처럼 바닥에 저러고 뒹굴고 있는
저걸,
그냥 둬?
이건 아니지 않니???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적어도 백만번 쯤 고민하게 되는 문제 같다.
큰애가 유치원 때 마음에 맞는 엄마들과 함께 다섯 집이서 공동육아를 했더랬다.
말이 공동육아지, 그냥 맨날 유치원 끝나고 우리집으로 애들을 다 데리고 와서 놀리고, 같이 저녁 해먹고 그랬던, 내 인생 최고로 행복했던 때였다.
그때 우리의 최대의 고민거리가 바로 저거였다.
아니, 그러니까~~
애 말 잘 들어주는 거 다 좋은데, 그래서 어디까지냐고, 그 선이~~!!
나름 지성을 모아 현명하고 지혜로운 엄마가 되고 싶었으나~
우리는 그냥 현실 엄마들이었고, 집에 있는 아빠들도 별반 다르지 않은 현실 아빠였기에,,
그 때, 우리가 몰랐던 한 가지가 있었으니,
바로 '양육'과 '훈육'은 완전히 다른 것이라는 점이었다.
요새도 상담 중에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 걸 보면
초보부모들에게 아직도, 아무도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 없나 싶다.
요새 정보가 얼마나 넘쳐나는데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니, 이건 좀 씁쓸한 일 아닌가?
내가 진행하는
아들러의 [행복한 부모되기] 프로그램의 모토는 바로,
KIND & FIRM 이다.
친절하지만, 단호하게~!
이 말 속에 육아, 즉 양육과 훈육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양육'은 한없이 품어 안는 것이고,
'훈육'은 교육하고 훈련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부모로서
아이를 사랑하고 보살피고 보호하면서 한없는 아이의 편이 되어주어야 하지만,
동시에
아이에게 지식을 가르치고 세상을 가르치며 감정을 조절하는 법과 참는 법, 기다리는 법도 가르쳐야 한다.
상대를 배려하고, 남을 해하지 않으며, 동물과 식물을 사랑하고 지구를 보호하는 법도 가르쳐야 한다.
또한 자신의 생각과 말을 당당하게 표현하고 전달할 줄 알며,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가르친다는 것은,
배우는 입장에서도 지도하는 입장에서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양쪽 모두 엄청난 인내를 요한다.
특히 가르치는 쪽은 보통 윗사람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 참아야 한다.
그런데 배우는 쪽이 잘 못알아듣거나 고집을 부리면
그 힘의 권위를 이용해, 참지 못하고? 윽박을 질러 버리게 된다.
그때부터 배우는 쪽은 더 쪼그라들어서 대답도 못하고 눈치를 보거나, 아니면 ㅁㅊㄴ처럼 안 한다고 드러누워 버린다.
최악의 상황은 그런 상황에서 가르치는 쪽이 같이 정신줄을 놓는 경우다.
부모든 선생이든 상사든,
정신을 차리고 보면, 헉, 소리만 난다.
내가 무슨짓을... 그럴 의도는 아니었... 미안...
그러나 또 바로 미안하다 소리도 못한다. 사람이 그렇다.
그렇게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의 관계가 또 한번 어긋난다. 원래 다 그렇다. 사는게 다 그렇다.
내가 무슨 성인군자도 아니고, 살다보면 그럴수도 있는거지...
그런데,
가르치는 자인 내가 부모라면, 그래서 내가 한바탕 푸닥거리를 한 상대가 내 아이라면,
그 아이가 몇 살이든 상관없이,,, 내 마음도 편치 않다. 불편하다. 아프다.
특히 푸닥거리 끝에 아이가 눈물을 달고 잠이 든 상황이면, 그 밤이면...
결국 부모는 아이 옆에 쪼그리고 앉아, 같이 눈물이 난다.
어이없고, 후회되고, 그게 뭐라고 그렇게 패악을 떨었나 싶고... 그러다 또,
'뭐, 나도 참을만큼 참았어. 이번 기회에 버릇을 고쳐야하는게 맞아.' 하고 내가 그럴 수 밖에 없음을 합리화한다.
때로는 단호하게, 아이를 야단치고 혼내는 것이 맞다. 그런 것도 분명히 필요하다.
단지
'아이와 함께 미리 정한 규칙'에 대해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이의 존재와 아이의 잘못한 행동을 분명하게 구별해서, 아이의 잘못만 나무라면 된다.
야단을 칠때 나의 감정이 섞여들어가지만 않으면 된다.
화난 내 감정을 아이의 잘못된 판단이나 행동에 버무려 아이에게 왕창 쏟아내지만 않으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도 사람이라 또 그럴 수 있다.
그러면 정신 차리고 아이에게 사과하면 된다.
그리고 설명해주면 된다.
"동생 차례인데 네가 그 규칙을 안 지켜서, 우리 모두 속상해졌어.
그래서 엄마가 아까 화가 많이 났어. 화내서 미안해. 다음부터는 순서를 꼭 지키면 좋겠어.
그래도 엄마가 우리 강아지를 사랑하는 건 변함이 없어.다음부터는 순서를 지켜줄 수 있을까?"
이렇게 차근차근 얘기해주면 된다.
밤새 아이 붙잡고 울어도 아이에게 이렇게 친절하게 말을 안 해주면 아이는 죽었다 깨나도 부모 마음을 모른다.
그냥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어버린다.
이런 것이 부모가 되는 것이라면, 좋은 부모가 되는 것 참, 어렵다.
참는 것도 그렇고, 기다려주는 것도 그렇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아빠라고, 그래도 엄마라고 그렇게 혼나고도 또 나에게 안겨오는 것을 보면,
그래 쳐다보는 것도 아까운 예쁜 내새끼니까.
그래서 부모는 오늘도 참는다.
그리고
변함없이 사랑한다. 네가, 내 아이니까.
세상의 모든 부모들, 화이팅!!
* 본 '부모됨은 ____이다.' 시리즈는 2020년 12월 발행된 학술지 『 영아기 첫아이를 양육하는 어머니의 부모됨 인식에 대한 개념도 연구_열린부모교육연구 14-4-7(심위현,주영아) 』 를 모티브로 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도출된 참여자들과의 인터뷰로 다듬어진 '부모됨에 대한 88개의 새로운 정의들(최종진술문)'을 인용해, 심리상담과 부모교육 현장에서 느낀 나의 인사이트들을 정리해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