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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hapsody Nov 07. 2024

인스타그램을 위한 미술관 방문, 잘못인가?

Vol.4 인스타그램

한때 미술관은 작품에 대한 깊은 감상과 생각을 위한 공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미술관은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장소가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고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사진을 찍는 장소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미술관 방문이 곧 인스타그램 사진”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오는 요즘, 미술관에서 작품에 집중하기보다 촬영에 열중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스타그램을 위한 미술관 방문은 과연 잘못일까요? 현대인의 콘텐츠 소비 패턴 속에서 이 현상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미술관 방문의 변화: 감상에서 콘텐츠로


최근 몇 년 사이 미술관은 그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 생산지”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특정 작품 앞에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친구와 함께 포즈를 취하거나 셀카를 찍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관람객들이 줄 서서 사진을 찍는 이 현상은 작품을 감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위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과정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이 주요했다면, 이제는 작품과 함께 ‘인스타그래머블’한 순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방문의 주된 이유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미술관을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예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미술관 방문이 대중화되었으며, 특정 작품이나 작가가 대중 사이에서 더욱 알려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작품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는 것이 주가 되면서 미술관은 점점 피상적인 경험의 장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미적 경험의 피상화: 작품 감상이 아닌 ‘소유’의 욕구


현대 사회에서 미적 경험은 점점 피상적인 형태로 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미술관에서 특정 작품을 사진에 담고 이를 SNS에 올릴 때, 그 경험은 작품 자체가 주는 미적 감동을 느끼기 위한 것보다는 자신의 계정에 게시할 새로운 ‘소유물’로서의 이미지에 가깝습니다. 작품을 직접 감상하며 느끼는 고유한 감정이나 생각보다, ‘내가 이곳에 있었고, 이 작품을 봤다’는 소유와 과시의 의미가 더 커지는 것입니다.

결국 이는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예술적 경험의 장으로서 기능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위한 일종의 ‘배경’으로 소비하게 만듭니다. 이는 미술관을 찾는 목적이 본질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작품 감상을 위해 미술관을 찾는 이들조차도 이러한 피상적 소비 패턴에 영향을 받으며, 한 작품 앞에서 느긋하게 감상하기보다는 사진을 찍고 다른 작품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위한 미술관 방문, 잘못일까?


많은 사람들은 미술관에서의 사진 촬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만,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가 반드시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사진은 새로운 방식의 표현과 소통을 가능하게 하며, 관람객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품을 기념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한 공유는 미술관 방문을 대중화하고, 예술을 더욱 널리 알리는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목적이 변질될 때 발생합니다. 미술관 방문이 자신의 예술적 감수성을 표현하고 경험을 남기려는 방식에서 벗어나,  단순히 ‘SNS를 위한’ 행위로 축소될 때, 우리는 미적 경험의 깊이와 예술이 줄 수 있는 본래의 가치를 놓치게 됩니다.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보다 촬영에 할애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예술이 주는 감동을 느끼는 대신 피상적 아름다움만을 소비하게 되면서, 예술적  경험은 단순한 ‘사진’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현대인의 콘텐츠 소비 패턴과 그 영향


이러한 미적 경험의 피상화는 현대인의 콘텐츠 소비 패턴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현대 사회는 ‘보고, 촬영하고, 공유하는’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며, 짧은 순간의 감각적인 자극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는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고, 그로 인해 깊이 있는 경험보다는 일시적 만족을 추구하게 됩니다.

특히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과 같은 플랫폼이 유행하면서, 콘텐츠는 점점 더 짧아지고 피상적이 되었습니다.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도 우리는 작품이 주는 복잡한 감정이나 사색의 시간을 갖기보다는, 단 몇 초 만에 ‘이것은 멋있다’, ‘SNS에 올릴 만하다’  등의 단편적인 평가를 내리고 넘어가곤 합니다. 이는 예술 작품에 대해 깊이 있는 감상을 하기보다, 작품의 미적 요소를  ‘소유’하려는 욕구를 자극하고, 미술관을 피상적인 콘텐츠 생산 장소로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예술의 본질과 현대인의 미적 감각

예술의 본질은 인간의 감정과 사고를 풍부하게 하며, 작품을 통해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을 나누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미술관을 ‘인스타그램용 사진 찍는 곳’으로 인식하는 현대인의 콘텐츠 소비 패턴은 이러한 예술의 본질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이 짧아지며, 깊이 있는 경험의 기회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한 작품을 오래 보고 감상하며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 대신, 짧은 찰나의 피상적인 미적 감각만을 쫓게 됩니다.

이러한 미적 감각의 피상화는 예술 작품 자체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특정 작품이 대중적으로 ‘인스타그래머블’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 경우, 그 작품은 본연의 의미와 관계없이 SNS 상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사람들은 단지 그 화제를 경험하기 위해 미술관을 찾게 됩니다. 이는 미술관의 작품들이 관람객들에게 고유의 미적 경험을 제공하기보다, ‘사진을 위한 배경’으로 기능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인스타그램 미술관 방문의 의미 재정립


그렇다면 인스타그램을 위한 미술관 방문은 잘못된 것일까요? 미술관에서의 사진 촬영과 공유는 현대인의 새로운 예술 경험 방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 방식이 예술의 깊이와 본질을 흐리는 행위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인스타그램을 위한 미술관 방문이 아닌, 미술관에서의 경험을 ‘기억하고 나누기 위한’ 사진이 되어야만, 우리는 예술의 가치를 온전히 경험하고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미술관 방문의 목적과 태도에 대한 문제로 돌아갑니다. 현대의 콘텐츠 소비 패턴 속에서도 예술 작품을 피상적으로 소비하기보다, 작품과 그 안에 담긴 메시지에 깊이 빠져드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을 찍는 것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미술관에서의 경험이 단순히 사진으로 남는 것이 아닌, 작품의 감동과 여운을 담아내는 진정성 있는 경험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가 예술을 대하는 태도를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시대의 미술관, 우리의 선택은?

오늘날 미술관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위한 방문이 점차 일반화되면서, 미술관이 그에 맞춰 변화하고, 관람객들도 새로운 방식으로 예술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는 예술의 접근성을 높이고 대중화를 가능하게 하는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작품의 깊이를 소비하지 않고 피상적인 이미지만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변질될 위험도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위한 미술관 방문은 잘못이 아닐 수 있지만, 우리의 예술 감상이 피상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작품이 주는 고유의 감동과 사유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이를 촬영과 SNS 공유의 과정에서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미술관은 단순히 콘텐츠를 생산하는 장소가 아니라, 예술적 경험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감정을 풍부하게 하는 공간으로 남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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