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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문 Oct 15. 2021

이곳은 디어 문의 브런치입니다

브런치 작가 저도 할 수 있을까요?

브런치 합격으로 검색하면 유튜브도 블로그도 이 브런치만 해도 어마어마한 양의 글과 영상이 검색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아본다는 이야기이고, 그만큼 합격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 번에 붙은 사람도 있고, 수십 번 만에 붙었다는 사람도 있다. 수십 번 만에 붙었다는 글을 내가 읽을 수 있다는 건, 일단 그분은 브런치라는 관문을 통과했다는 거다. 뭔가 엄청난 내공이 느껴지는 듯해서 한 번에 붙었다는 글보다는 왠지 더 찾아서 읽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어렵다는 브런치인데, 무슨 자신감인지 두 번 정도면 되겠지? 쉽게 생각했다. 

브런치 홈에 있는 글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다. 블로그 글처럼 적당하게 써서 다듬어 제출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으로 작가 신청을 했다. 

그래서... 불합격이었다.





취업을 하려면 반드시 써야 하는 것이 자기소개와 지원 동기, 어떻게 업무를 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다. 채용하는 입장에서 어떤 사람인지, 이 일에 적합한지, 업무 능력이 얼마나 될지를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면접 예상 질문을 뽑아놓고 타이머로 시간을 맞춰가며, 음성을 녹음해가며 발성과 톤을 가다듬으며, 단기 기간제 채용에 추가 합격으로 겨우 붙은 게 최근의 일이다. 

그래 놓고, 브런치의 작가 신청은 너무 성의 없게 제출한 것이다. 


첫 번째 신청서는 다시 읽어보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날 것이었다. 

두 번째 신청서는 글을 좀 더 다듬고, 앞으로의 계획을 좀 더 구체화하여 제출했다고 생각했지만, 뒤늦게 관련된 글을 읽어보니 허접하기 그지없었다.


그렇게 두 번을 탈락하고 나니 다시 지원할 엄두가 안 났다. 

어차피 관심을 바라고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블로그에 글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했다. 글을 쓸 곳이 필요한 거지, 읽어줄 사람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거짓말이었다. 나는 누구보다 글에 대한 피드백과 리액션이 기쁨이고 행복인 사람이었다. 

브런치에 발행된 글을 읽어보니 더 자신이 없다. 

운 좋게 붙는다고 한들 내가 발행할 콘텐츠가 있을까 자신감도 떨어졌다. 




어느 날, 이런 내 맘을 아는지 갑자기 브런치 알람이 뜬다.

당신은 사실 글을 잘 쓴다.


"아니라고!! 더 이상 작가 신청 안 한다고요!! 

글 쓰는 걸 좋아한다고 다 글을 잘 쓰는 게 아니란 걸 너무 안다고요."


맘이 다시 흔들린다. 다시 신청해볼까? 

브런치에 들어와서 다시 검색해보니 더 자신이 없다. 

콘텐츠도 다양하고 전문적이다. 내가 쓴 에세이는 일기 같은데, 브런치의 에세이는 다르다.

특별한 직업도 경험도 글솜씨도 없는 내가 낄 곳이 아니구나...

다시 스스로 너무 작아졌다. 


며칠 후, 또 알람이 뜬다. 

브런치 발행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아직 브런치 작가가 되지 못했다고 포기하지 말라는 장문의 메시지가 뜬다. 그러면서 또 친절하게 알려준다. 브런치 작가 승인은 4-5일이면 충분하니까 지금이라도 도전하라고.

이건 뭐 헤어졌지만 잊지 못하는 

전 남자 친구의 '자니?' 문자만큼이나 공격적이다. 




세 번째 지원 글을 적고 있는 지금, 달라진 게 있다.

두 번 때까지는 어떻게 하면 합격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지금은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불합격된 지원서에서는 그런 나의 글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고 지금의 내가 신선한 콘텐츠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단지, 이번에 떨어져도 또 지원하고 싶어질 거 같다는 정도?

여러 번 떨어지면서 맘은 아프겠지만,

브런치에서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쓰고 싶던 글이 있었다. 드라마와 책과 음악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나한테 드라마는 삶이고, 책은 선생님이며, 음악은 쉼과 위로였다. 

어떤 장르든 푹 빠지면 씹고 뜯고 맛보고 두고두고 음미하는 것을 좋아해서 어딘가에 기록해두고 싶었다. 

처음은 그랬다. 

지금은 그런 마음과 감정을 공유하고 소통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누구의 엄마로 마침표를 찍을 거라고 생각했던 삶의 중심을, 다시 나로 돌려놓고 싶다는 꿈도 꾸고 있다. 

이런 내 이야기가 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가 닿을 수 있다면 , 

지금이 아니라면 언젠가 가 닿을 날을 기다리며 , 

세 번째 작가 신청을 한다.


이 글이 언제쯤 발행될 수 있을지 ,

몇 번이나 더 탈락 경험을 추가해야 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브런치 작가로 합격되는 순간이 온다면 첫 글로 발행할 것이다.


지친 날일수록 밤하늘에 달빛이 참 고마웠습니다.
있는 듯 없는 듯 어슴푸레하지만
나를 계속 지켜봐 주는 달빛이 좋아서
이유 없이 눈물이 맺힐 때도 있었습니다.
특별하지 않지만 그런 달빛 같은 디어 문이 되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방금 브런치의 합격 메일을 받고, 터질듯한 심장을 겨우 진정시킨 후 첫 글을 적고 있어요^^ 

이 글은 브런치 작가 지원 시에 제출했던 글입니다. 

불합격할 때마다 당시의 감정과 생각을 추가하여 언젠가 브런치의 첫 글로 발행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너무 감사하게 세 번째 지원을 받아주셔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부족한 제게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지원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제 이야기를 정리해서 덧붙여봤어요.


처음 두 번까지 제출했던 글들은 돌이켜보면 통일성이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 번 다 일상 에세이 글을 두 편 제출했었고, 앞으로의 계획에도 구체적으로 제가 어떤 글을 쓸지 알 수 없을 법한 두리뭉실한 내용으로 작성했던 거 같아요.


두 번을 떨어지고 브런치 합격과 브런치 탈락을 키워드로 한 글들은 거의 다 읽은 거 같아요. 

브런치 북 작가님들의 목록도 열심히 살펴봤는데, 제가 너무 초보라 제 그릇에 담기에는 역부족이 많았어요. 그래도 반복해서 읽다 보니 방향성은 좀 잡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쓰고 싶은 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정리해서 목록으로 만들었고, 같은 맥락의 글과 이 글을 함께 제출했습니다. 


사실 다른 작가님들 콘텐츠들을 보니 자신이 없어서 포기하고 싶었는데요. 붙을 때까지 지원하는 게 확실한 합격비법이라는 어떤 작가님의 글에 용기를 다시 내었어요. ㅎㅎ 제게 가장 힘이 된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육아로 엄두도 못 내던 재취업을 위해 험난한 세상 공부를 다시 하는 중입니다. 세상과 담쌓고 살던 엄마의 재취업 도전과 엄마의 휴식처인 드라마와 책 이야기로 이곳을 채워나가고 싶습니다. 

서툴고 부족하지만 찾아오시는 분들께도 쉼이 되었으면 하는 꿈을 꾸어 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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