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0대는 진정 무능해서 밀려나는가?
27년이라는 시간 동안 수많은 기업의 영광과 좌절을 현장에서 지켜보았다. 회사가 위기에 처하거나 성장이 멈출 때, 오너들이 가장 먼저 꺼내 드는 카드는 정해져 있다. 화려한 경력의 ‘능력 있는 리더’를 영입하거나, 혹은 ‘인적 쇄신’이라는 이름으로 4~50대 숙련자들을 밀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오늘, 27년의 경륜을 걸고 이 현상의 기만적인 실체를 폭로하고자 한다. 이것은 경영의 결단이 아니라, 오너의 무능을 감추기 위한 비겁한 ‘희생양 찾기’다.
오너들의 가장 큰 착각은 ‘능력은 사 올 수 있지만, 권한은 줄 필요가 없다’고 믿는 것이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마치 난세의 영웅을 찾듯 유능한 인재를 데려온다. 하지만 그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이 아니라, 오너의 결정을 실행할 ‘고급 손발’의 역할뿐이다. 최신형 슈퍼카를 사놓고 핸들은 오너 본인이 꽉 쥔 채, 보조석의 드라이버에게 “왜 차가 속도를 못 내느냐”고 타박하는 격이다.
권한이 없는 리더는 결국 두 가지 길을 걷는다. 무력감을 견디다 못해 떠나거나, 월급만 축내는 ‘고액 연봉의 방관자’가 되는 것이다. 결국 오너는 거액을 들여 세상에서 가장 비싼 허수아비를 세워둔 셈이다.
최근 기업들이 4~50대를 ‘젊은 피 수혈’이라는 명분으로 밀어내는 현상은 더욱 잔인하다. 이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그들의 능력이 고갈되어서가 아니다.
그들은 오너의 전략적 부재와 잘못된 항로 설정을 묵묵히 따랐던 충직한 항해사들이었다. 오너가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해 투자 타이밍을 놓쳤을 때, 그 실책을 가장 곁에서 온몸으로 막아낸 이들이다. 이제와서 “시대에 뒤처졌다”는 프레임을 씌워 그들을 내보내는 것은, 오너 자신의 과오를 덮기 위해 산증인들을 제거하는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
권한은 한 번도 주지 않고 오너의 지시를 수행하는 ‘도구’로만 부려 먹다가, 회사가 정체되니 “왜 창의적이지 못하냐”고 묻는 것은 인문학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비겁한 처사다.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권한 없는 리더를 방치하고 숙련된 4~50대를 희생양 삼는 것은 기업 자산의 막대한 손실이다.
글로벌 시장의 시계는 초 단위로 흐르는데, 모든 결정이 오너의 결재판 위에서 잠자고 있다면 그 리더의 연봉은 고스란히 ‘기회비용의 손실’이 된다. 또한, 권한이 없으니 결과에 대한 책임도 모호해진다. 문제가 터지면 오너는 리더를 탓하지만, 리더는 속으로 외친다. “내 뜻대로 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왜 내 책임인가?”
결국 조직 내에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책임의 공백’이 발생하고, 그 틈을 타 정치적 선동과 내부 총질만이 난무하게 된다.
대한민국의 젊은 인재들은 더 이상 수직적 지배 구조에 순응하지 않으며, 중년의 리더들은 자신의 전문성이 부정당하는 곳에서 더 이상 헌신하지 않는다.
진정한 오너의 능력은 똑똑한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 아니라, 그 사람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권한의 영토’를 떼어주는 결단력에서 나온다. 리더에게 권한을 주는 것은 권력을 잃는 것이 아니라, 오너 본인의 시간을 더 가치 있는 ‘미래 전략’에 투자할 수 있는 자유를 얻는 일이다.
오너들이여, 당신들이 지금 내보내고 있는 것은 무능한 직원이 아니라, 당신들의 잘못된 결정을 대신 짊어진 채 벼랑 끝으로 밀려가는 당신의 동료들이다. 그들에게 핸들을 내어줄 용기가 없다면, 어떤 영웅을 데려와도 당신의 회사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