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동주(吳越同舟)의 미국과 이스라엘

: 전쟁은 이란의 '모자이크 방어'에 늪이 되고 있다.

by SOLUNA

1. 기술적 낙관론이 간과한 것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는 이번 전쟁이 '베네수엘라 모델'처럼 흘러갈 것이라 낙관했습니다. 강력한 서방의 제재로 경제적 명줄을 죄고, 내부 반발이 임계점에 달한 상황에서 핀셋으로 핵심 리더들만 뽑아내면 정권이 조기에 굴복하거나, 전격적인 참수 작전으로 단기전에 끝날 것이라는 시나리오였죠.


하지만 2026년 3월 현재, 전장(戰場)의 불길은 꺼지기는커녕 중동 전역을 집어삼키는 확전의 가능성이 더 커지기만 하고 있습니다. 예측이 빗나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그 중심에는 판 자체를 흔들어버린 결정적인 변수, 즉 이스라엘과 미국이 겉으로는 '혈맹'이라는 한 침대에 누워 있지만, 속으로는 각자 완전히 다른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상황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현실 국제 관계에서의 협업이 얼마나 어렵고 위험한 도박에 가까운 일인지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 이스라엘의 이익: "생존을 넘어선 중동의 영구적 재편"


이스라엘에게 이번 전쟁은 단순한 방어가 아닌, 건국 이래 최대의 '전략적 청소' 기회입니다.


실존적 위협의 제거: 네타냐후 총리가 최근 '라이징 라이언(Operation Rising Lion)' 작전을 선포하며 밝힌 3대 목표(이란 핵 무력화, 탄도미사일 시설 파괴, 정권 교체 유도)는 이스라엘이 더 이상 '풀 베기'식 억제에 만족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정치적 생존: 전쟁이 길어질수록 네타냐후는 국내의 부패 혐의와 안보 실패 책임을 뒤로 미루고 '전시 지도자'로서의 권력을 공고히 할 수 있습니다.


기술적 우위 증명: 실전 데이터로 무장한 '아이언 빔(레이저 방공망)' 등 이스라엘 방산 기술의 가치를 폭등시켜 미래 경제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계산입니다.


3. 미국의 이익: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평화와 압박"


트럼프 행정부의 계산은 이스라엘보다 훨씬 더 '거래적'이고 중상주의적입니다.


에너지 주도권 탈환: 이란의 정유 시설(하르그섬 등) 타격은 일시적 유가 상승을 초래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셰일 오일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을 미국 주도로 재편할 기회입니다.


'보드 오브 피스(Board of Peace)'의 성과: 트럼프는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수교(아브라함 협정 완성)를 이끌어내어 중동 내 '미국판 평화 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차기 대선이나 역사적 업적으로 치환하려 합니다.


전술적 약점 은폐: 앞서 언급한 '에프스타인 파일' 공개 등 미국 내 정치적 스캔들로부터 시선을 돌리고, 강력한 이스라엘 로비 층의 지지를 결집하는 정치적 방패로 전쟁을 활용합니다.


4. 공통의 이익: "이란이라는 공동의 적 무력화"


서로 다른 속내에도 불구하고 두 국가가 한 배를 타고 있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신냉전의 전초전: 러시아와 북한, 이란으로 이어지는 '불량 국가 연대'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입니다. 이란의 무기 생산 능력을 파괴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드론과 미사일을 차단하는 부수적 효과를 노립니다.


대리전의 효율성: 미국은 직접적인 대규모 지상군 투입(Second Iraq War)은 피하면서, 이스라엘이라는 강력한 대리인을 통해 이란 정권을 '고사'시키는 가성비 높은 전략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5. 예상을 뒤엎은 이란의 '모자이크 방어'와 소모전의 늪


우리가 단기전을 예상했던 또 다른 이유는 이란의 정규군이 미·이스라엘의 압도적인 공군력 앞에 금방 무너질 것이라 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26년 3월 현재, 이란은 정면대결 대신 '모자이크 방어(Mosaic Defense)'라 불리는 비대칭 전략으로 대응하며 전쟁을 끝이 보이지 않는 장기전으로 끌고 가고 있습니다.


지휘 체계의 파편화: 이란은 중앙 지휘부가 타격받더라도 각 지역 사령부가 독립적으로 전투를 지속할 수 있도록 조직을 쪼개놓았습니다. 리더 몇 명을 '핀셋'으로 제거한다고 해서 시스템 전체가 마비되지 않는 구조입니다.


저비용 고효율의 보복: 이란은 수억 달러짜리 미사일 대신, 수만 달러에 불과한 '샤헤드(Shahed)' 자폭 드론을 수천 대씩 쏟아붓고 있습니다. 미·이스라엘은 이를 막기 위해 훨씬 비싼 요격 미사일을 소진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물질적 비용은 고스란히 서방의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인질화': 이란은 해협 곳곳에 기뢰를 매설하고 잠수정(UUV)을 투입해 글로벌 에너지 통로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는 직접적인 승리보다는 상대방에게 '전쟁을 지속하는 것이 끝내는 것보다 훨씬 고통스럽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고도의 심리전입니다.


6. 각자도생의 시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불과 얼마전, '핀셋 작전'으로 이란을 조기에 굴복시키고 중동의 평화를 판매하려 했던 미·이스라엘의 장밋빛 계획은 어디로 갔을까요? 2026년 3월 현재, 전장은 늪이 되었고 유가는 폭등했으며, 우리는 확전의 공포 속에 살고 있습니다.


이 혼돈의 전장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뼈아픈 교훈은 "상대방은 절대 우리가 예상한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복잡한 국제 관계를 거대한 체스판처럼 주무를 수 있다는 오만, 첨단 무기로 적의 지뇌만 제거하면 끝난다는 기술적 맹신은 '모자이크 방어'와 '초저가 드론'이라는 이란의 영리한 비대칭 전략 앞에 무참히 깨졌습니다. 계획은 완벽해 보였지만, 변수는 언제나 계획보다 많았습니다.


결국 우리는 이 위험한 '오월동주(吳越同舟)'의 거래를 통해 냉혹한 지정학적 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국제 사회에서 동맹의 선의나 규범은 우리의 안보를 지켜주는 절대적인 방패가 아닙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처럼 한 배를 타고도 서로 다른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이 국제 관계의 본질입니다. 힘의 공백이 생기는 순간, 우리는 언제든지 타국의 이익을 위한 희생양이 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도 다르지 않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과 주변 강대국들의 패권 다툼 속에서, 우리가 우리 자신의 힘을 키우지 않는다면 우리의 운명은 타국의 체스판 위에서 결정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조기 종전'이라는 장밋빛 환상을 버리고, '자주국방'이라는 묵직한 현실을 마주해야 합니다. 국력을 키우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압도적인 힘을 갖추는 것만이 이 각자도생의 시대에 우리의 평화와 번영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남의 나라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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