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성격의 단점이 그대로 업무에 묻어나는 순간
나는 무던하고 덜렁거리는 성격이다. 소지품을 잃어버리는건 흔한 일이고, 준비물도 놓고 오는 일도 많았다. 좀 더 중요한 순간에는 가령, 초등학교 수학시험에서 더하기를 빼기로 잘못 본다거나, 중고등학교 시험에서 옳지 않은 것 대신 옳은 것을 골라 틀린 문제가 다반사였다. 나의 무던함은 어느 순간 무심함으로, 덜렁거림은 실수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성격이 일상에서나 업무에서나 도움이 되진 않지만 특히나 개발자라는 직업과 이 성격은 그리 궁합이 좋지는 않은 것 같다. 작은 오류 하나로 서비스가 멈출 수 있는 세계에서 덜렁거리는 성격이 나비효과를 일으키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이전 회사에 있을 때는 그럭저럭 괜찮았던 것 같다. 오히려 신입에게 '여러 케이스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며 타박 아닌 타박도 했다. 돌이켜보면 이전 회사에서는 모든 프로젝트들을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관여했기 때문에, 프로젝트의 전반을 다 이해하고 있어서 덜렁거리는 성격이 들키지 않았던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실수를 발견해도 내가 혼자 고치면 끝날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회사는 내가 입사하기 전부터 N 년 간 쌓인 레거시와 여러 프로젝트의 역사가 있다. 업계의 도메인도, 서로 연관되어 있는 제품들도 생소하고, 문서도 충분하지 않다. 내가 정말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을 고려하지 못할 때면 그 신입이 생각난다.
‘나는 과연 함께 일하고 싶은 개발자인가?’라는 질문을 요즘 스스로에게 자주 묻는다. 내가 고려하지 못한 로직에서 버그가 터질 때, 리뷰어가 지적한 사항을 내가 미처 떠올리지 못했을 때, 그런 순간마다 마음이 조용히 무너진다. 나는 한다고 해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터지는지... 그런 상황도 야속하고, 왜 그땐 그걸 생각하지 못했는지 나를 탓하기도 한다. 내가 짠 코드의 무게는 생각보다 더 멀리까지 간다. 그 책임이 늘 나를 눌렀고, 가끔은 도망치고 싶기도 했다.
아무것도 몰랐던 주니어일 때보다 지금이 더 어려운 것 같다. 그때는 모르는 게 당연했고, 실수해도 ‘배우는 중이니까’라는 말로 나를 감쌀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섯 해를 넘긴 경력자다.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어느 정도의 기대가 존재하고 그것을 저버리는 순간이 나에게 감정적으로 부담스럽고 벅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