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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알 Jul 02. 2023

엄마가 뭘 해줄 수 있는데!

큰 아들의 속마음

고 1 아들의 기말고사 일주일 전이다.

새벽 3시에 깨워달라고 해서 꾸역꾸역 일어나 깨우면, 자겠다 하고, 조금이라도 더 자라고 안 깨우면, 아침에 승질을 낸다.

밥도 안 먹고 다녀서 신신당부를 하고 애원을 하면, 알겠다 말하고  놉!!

온갖 전문 지식을 내세워 성장에 대한 협박?을 하면, 승질내며 놉!! "됐어, 나 이렇게 살래, 안 커도 돼" ㅠ

아우!!정말 한 대 쥐어박고 싶다.

이렇게 애가 타야 하나? 엄마는 이런 존재인가?


자랑은 아니고, 상황설명을 위해 말하자면.

큰 아들은 중학교 내내 성적이 우수했다.

3학년땐 전교 성적 1등도 해보고 졸업을 했다.

누군가 그랬지, 중학교 성적은 진짜?가 아니라고.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훈련된 아이들과 만나는 고 1 중간고사와 전국 모의고사.

큰애는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성적에 멘탈이 흔들렸다.

그 4월 이후, 조바심과 초조함은 더해지고.

자기비하와 신세한탄, 성찰 후 자기격려와 포기를 줄다리기하듯 왔다 갔다 했다.

상담하는 엄마이니, 얼마나 감정반영과 격려, 나전달 메시지로 대응을 하였겠는가.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객관성을 가지고 중립적일 때나 가능하다. 난 매우 주관적이고 큰아이에게 마음이 가 있다.

아이의 힘듦을 보는 것이 마음이 아파서, 화를 내고 있었다. 힘들어하는 너에게...


#엄마, 나 공부 개 잘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나 장학금 받는 것 취소되면 어떻게. 빚쟁이한테 기는 기분이야. 아무리 외워도 머리에 안 들어와. 나 멍청한가 봐.


##네가 불안해서 그럴 거야. 이건 마음 챙기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장학금 때문에 부담되면 2학기땐 받지 않겠다고 하자. 그냥 편하게 공부해. 네 머리를 의심하지 말고


#엄마, 우리 집이 돈이 있어? 빽이 있어? 내가 진짜 잘 돼야 되는데 너무 집중이 안 돼. 이번 시험 진짜 중요한데 어떻게


이렇게 말할 때 까진 성공하고 싶구나,

돈을 많이 벌고 싶구나 했다.

다음날   화장실에 들어가 30분 넘게 있는 큰 .


##차라리 조금이라도 더 자라, 누워서 폰 하면 안 돼?


#(큰애는 눈을 부릅뜨며) 왜 자꾸 시비를 걸어?

나 좀 내버려 둬. 내가 뭘 했는데. 내가 뭘 잘못했는데.

그냥 뭘 하든 그냥 놔둬. 엄마가 뭘 해줄 수 있는데.

장학금 안 받으면 그 학원들 다 보내줄 수 있어?"


이미 눈은 이성을 잃은 듯 했다.

그리고 나도 이성을 잠시 놓았다ㅠㅠ


##뭐? 해준 게 뭐가 있냐고?

이 자식, 너 엄마한테 지금 뭐 하자는 거야?


#나 지금 예민한데 건들지 말라고. 그냥 좀 놔둬.

(쿵쿵쿵.. 지금은 새벽 1시, 그리고 여긴 11층)


힘들까 봐  야식을  준비했고, 잘 챙겨주려 애썼다.

키 작은 엄마처럼 평생 아쉬울까 비타민도 입에 넣어줘 보고.

무거운 가방 때문에 힘들까 봐 밤 12시에 학원 앞에 기다렸다가 데려왔다. 이런 내게, 뭐 해줄 수 있냐고?

억울하고 화가 났다. 내가 얼마나 애쓰고 있는데.

난 이런 엄마도 없었다고!!!

화가 났고 큰애는 방에 들어가서 울기 시작했다.


#잘하고 싶은데, 잘하고 싶은데,

내가 우리집에서 잘 돼야 되는데..엉엉..

앞으로 엄마아빠도 내가 챙기려면 내가 잘 돼야 되는데. 엉엉


문밖에서 울먹였다.

부족함 없이 해줬다 여겼다.

한숨이라도 더 재우려 학교 앞으로 이사를 했다.

넉넉하진 않았지만 부족하다 느끼진 않았다.

부족하다 느낄 즈음엔 이렇게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


공부를 곧 잘해서 중학교땐 수학 외엔 학원을 다니지 않았다. 그런데 그 학원공부가 고등학교에선 따라가지 못할 차이를 느끼게 했고 학원은 혼자 5시간 할 것을, 1시간 요약본으로 제공해주며 시간을 벌게 해 주었다.

그 차이를 느낄수록 큰애는 더 조바심이 생겼을지도...

큰아들로, 가장이 되어 부모를 챙기려는 생각까지 하고 있을 줄이야.. 얼마나 마음이 무거웠을까.

큰애에게 성적의 하락은, 단순한 의미가 아니었겠다.


평소 입 짧은 큰애 입안에 먹을 것을 넣어주며

 '엄마가 이것까지 해야 돼?' 하면 장난스럽게

'다 엄마에게 좋은 거야. 보험든다 생각해. 로또'

그 말이 진심이었다.


아들, 엄마가 미안해, 마음도 몰라주고,

너 좋으라고 하는 공부라며 때론 너무 무심히 말했는데.

아들이 그런 마음인지, 그런 무게인지 몰랐어.


엄마걱정 안 하게 앞가림하며 잘 지낼게.

내 걱정 조금만 해.

때론 부모자식의 관계가 존재만으로 부담이 되기도 하지.

더 넓고 튼튼한 우산이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리고 고맙고 사랑해. 난 널 17년 동안 사랑하고 있어.


그 난리를 치고, 서로 칠 기새로 눈을 부라리고 난 뒤 

다음날 우린 이성을 찾았다..ㅎㅎ

세상 친하고 예의 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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