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의 예상을 뛰어넘는 스토리, 플롯 구조의 창의성과 미장센은 돋보이지 않으나, 극이 막을 내리고 스탭롤이 올라갈 때 충만한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가 간혹 존재한다.
필자는 극의 초반부엔 극의 시청각적 요소를 (마치 정육사가 고기를 부위별로 해체하듯이) 탐색하고 평가하지만, 극에 매우 몰입하게 되면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고 이야기 속 세계에 푹 빠지게 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필자는 초중반 부에선 관객의 '머리'를 자극하다가 결말에선 심금을 울리는 작품을 좋아한다.
철저한 '이성' , 빈틈없는 '논리'로 무장해도 사람이 설득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영화도 그렇지 않을까.
지난 6월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 2는 나에게 치밀한 스토리, 창의적인 플롯 구조와 연출, 미장센으로 감동을 준 완벽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과거 학창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해준 따뜻한 영화였다.
ChatGPT Pro 생성 이미지 등장인물의 갈등, 그리고 갈등 회복과 성장
지난 <범죄도시4> 리뷰(마석도의 갈등과 성장)에서 언급했듯이, 이야기엔 전형적인 공식이 있다.
이 공식을 매우 간단히 하면 아래와 같이 표현할 수 있다.
목표 설정 -> 사건-> 갈등(외적, 내적) -> 위기-> 사건2-> 갈등 해소 -> 성장 -> 결말(목표 달성)
일반적으로, 이야기에 영향을 미치는 중심 사건이 주인공의 감정 상태에 영향을 미치고 갈등을 유발한다.
해당 작품에서 주인공 라일리가 고등학교 입학 준비를 하는 나이라는 점(정체성과 가치관 및 진로를 고민하는 나이)과 진학하게 될 고등학교 아이스하키팀 입단이라는 목표가 설정되었다는 점이 초반부 중심사건에 해당한다.
ChatGPT 생성 이미지 한국에서는 중학교 3학년이 되면 (내신, 생활기록부, 교내 및 교외 활동 이력에 따라) 학부모와 학생이 함께 교사와 상담을 진행하여 최대한 자격요건에 적합한 고등학교에 원서를 접수한다. 학생 대다수가 대학 진학을 희망하기 때문에 일반고(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을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요즘엔 특목고(특수목적 고등학교), 자사고(자율형 사립 고등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경우도 많기에, 이 시기엔 학부모와 학생 모두 예민한 편이다.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다는 말처럼 지구 반대편 미국에 사는 라일리도 대한민국의 또래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외모에 대해 지나치게 신경 쓰고, 교우관계 문제에 예민하며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인해 휘청거린다.
또한, 중학교 하키팀에 함께 활동했던 제일 친한 친구 2명이 다른 동네로 떠나게 되며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하지 못하게 된 사건으로 인해 라일리는 이전보다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극단적으로 행동한다.
청소년 시기엔 학교에서의 교우관계, 성적 등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받아들이기 때문에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모른다. 따라서, 반드시 부모의 보호가 필요하다. 또한 부모가 인생 선배의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자녀의 생각을 경청하고 본인의 경험을 얘기해 주며 기준을 형성할 수 있게끔 도와주어야 한다.
ChatGPT 생성 이미지 그러나, 라일리는 장기간 부모와 떨어져 새로 입학하게 될 고등학교의 하키팀과 합숙하고 있는 특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욱 고립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주인공의 상황이 안타깝게 느껴진 탓일까. 사춘기가 되며 새롭게 생겨난 불안, 부럽, 따분, 질투와 기존 감정들(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과의 구도도 극을 이끌어가는 핵심 소재였지만, 극의 후반부 라일리가 기존의 감정과 새롭게 생겨난 감정 모두를 수용하여 성장한 모습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었다.
실수투성이고 맘에 들지 않는 과거, 현재의 모습이더라도 이러한 모습 또한 나 자신이기에 인지하고 수용할 수 있는 그 자체가 성숙한 모습이지 않을까. 본인을 못난 모습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청소년 주인공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웠기 때문에 스토리와 플롯, 미장센이 상투적이었더라도 난 이 영화가 마음에 든다.
개인적 평점: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