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초, 감기에 걸렸고 마음은 불안하다

by 새벽

지금으로부터 이틀 전, 일정이 있어 서산에 다녀왔다.
바닷바람이 유난히 센 날이었다. 찬 기운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괜히 몸이 움츠러들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그날 이후로 감기에 걸렸다.

아픈 건 괴롭지만, 사실 더 힘들었던 건 스트레스였다.
기말고사는 당장 다음 주고, 해야 할 일들은 산처럼 쌓여 있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렇게 멈춰버린 몸을 보며 답답함이 밀려왔다.
왜 나는 이렇게 쉽게 아플까, 왜 내 몸은 조금만 무리해도 버티지 못할까.

약골 같은 내 몸이 미웠고, 그 마음이 더 나를 아프게 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단지 바람 한 번 세게 맞았다고 이렇게 주저앉은 건 아닐 것이다.
그동안 쌓인 피로가 조용히 겹겹이 쌓여 있다가, 마지막 한 방울이 떨어진 것뿐.
몸은 늘 나보다 먼저 신호를 보낸다.
“조금만 쉬어줘.”
나는 그 말을 들은 척도 하지 못한 채, 늘 해야 할 일들 뒤에 나를 밀어 두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감기는 단순한 감기라기보다
내가 나에게 건네는 작은 경고처럼 느껴졌다.
조금은 멈춰도 된다고, 잠시 힘을 빼도 괜찮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쉽게 놓아지지 않는다.
일을 못 하면 뒤처질 것 같고, 잠깐 쉬는 동안에도 손에 쥔 핸드폰에서는 계속 알림이 울린다.
해야 할 일들이 나를 당기는데, 몸은 이미 벽에 부딪힌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그 괴리감이 답답함을 넘어서 죄책감으로 번져왔다.

아마 나는, ‘버티는 나’를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잠시 멈춰서는 나를 볼 줄 몰랐던 거다.

오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려 한다.
아픈 나를 미워하는 대신, 지쳐온 시간을 이해해보려고 한다.
내가 버틴 만큼, 내 몸도 아무 말 없이 따라와 준 시간들이 있었을 테니까.

그러니 이번에는 몸이 건네는 요청을 조용히 들어주려고 한다.
잠시 누워 쉬어가는 하루라도, 그것이 나를 다시 앞으로 보내줄 작은 숨 고르기가 될 테니까.

부디 내일은 많이 호전되기를 간절히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