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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Nov 23. 2021

알았다, 알았어! 캠핑 접을게!!

캠핑 포기 선언을 하다.

  요즘 아내가 병원에 다니고 있다.        

        

  사건은 2주전, 주말에 일어났다.      

  "우리 양심상 캠핑은 한번 가야하지 않아? 이러고도 우리가 캠퍼야?"     

  가을이 지나가고 있었다. 캠핑을 가기에 가장 좋은 계절인데, 이런저런 이유로 한 번도 캠핑을 가지 않은 것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물론 차박에 빠져 몇 주 동안 차박을 다니기는 했다. 하지만 진정한 캠퍼들은 알 것이다. 자고로 캠핑은 팩 좀 박아주고, 모든 장비를 풀세팅해서 전시하고 불멍은 기본으로 해야 캠핑이라는 것을. 리빙쉘 텐트 정도는 쳐주고, 에어매트에 공기 좀 넣어 주고, 야전침대에서 추위에 떨며 자야 진정한 캠핑이라는 것을 말이다.      

  "나 독서 줌 모임 있어. 가도 못 도와 줄텐데?" (언제는 도와줬니?)

  "넌 아무 것도 하지마. 테이블 펴 줄테니까 나 텐트칠 동안 우아하게 거기서 줌 모임해. 오토캠핑장 와이파이도 빵빵하잖아."

  나는 자신있게 말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한경면에 있는 '돌하르방 캠핑장'으로 떠났다.   

한경면 청수리에 있는 돌하르방 캠핑장, 잔디가 참 예쁜 캠핑장이다.

  캠핑을 4년 다니다 보니 이제 나도 준고수는 된 것 같다. 처음 '지프 실베스터2'를 샀을 때는      

  '이걸 내가 어떻게 치나?'     

하며 아내에게      

  "여기 잡아라, 저기 좀 잡아봐라."      

했는데 지금은 혼자도 척척이다. 두 시간 동안 혼자서 텐트를 치고, 모든 세팅을 완료했다. 아무리 그래도 아내가 쬐끔은 도와주지 않았냐고? 우리 아내는 남편 말을 정말 잘 듣는 사람이다.          

      

정말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모든 세팅이 완벽하게 끝나자 계획이라도 했다는 듯이 아내의 줌모임도 끝이 났다.      

  "배고프지 않아? 오늘 저녁도 내가 해줄게."

  나는 미리 준비한 무쇠 솥뚜껑에 돼지고기와 오징어를 잘게 잘라 '오삼불고기'를 했다. 맛있는 냄새에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몰려왔다. 딸아이와 이미 친해져 같이 노는 아이들의 눈빛을 외면하지 못해 한 접시 옆 텐트에 전해주고 저녁을 먹었다.           

  "여보, 너무 맛있다. 오늘 멋진걸?"

솥뚜껑 오삼불고기

  참 나도 단순하다. 아내의 칭찬에 어깨가 올라왔다. 모든 일을 마치고 드디어 맥주 한 캔을 까서 릴렉스 체어에 앉아 들이켰다.      

  '캬~! 이 맛에 캠핑 오지! 얼마나 좋아, 노동후의 맥주 한잔! 아이들도 노작의 기쁨을 알아야 한다니까?'

  혼자 만족감에 취해 이제야 좀 쉬려는데, 잠시 자리를 비웠던 아내가 두루마리 화장지를 한 손에 칭칭 감고 다가왔다. 순간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오빠, 나 다쳤어."

  살짝 화장지를 치우자 피가 철철 흘렀다. 그냥 흔하게 칼에 벤 정도가 아니었다.      

  "모야~~? 왜 그랬어?"

  "밤에 칼집 내다가...."      

  이쯤해서 내가 정말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아내가 걱정되었다는 것이다. 캠핑본부에 가서 구급함을 가져와서 지혈을 시키고, 붕대를 감아주고 응급처치를 한 것도 나니까.       

  "여보, 아무래도 나 응급실 가야할 것 같아. 손에 감각이 없어."     


아~~~ 누가 밤 먹고 싶다고 했냐고. 제발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아내와 45km가 넘는 종합병원 응급실을 가며 온갖 생각이 교차했다. 아내도 미안한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신경을 건든 것 같네요. 상처가 크지는 않은데 깊어서.... 월요일에 외래진료 잡아드릴까요?"     

  의사의 말에 가슴이 철렁했다. 응급처치를 받고 병원을 나서며 아내에게 말했다.     

  "그냥 집에 가자. 텐트는 내가 내일 와서 혼자 정리할 테니까 집에 가서 자."       

  캠핑장에 도착해 옆 텐트에서 놀고 있던 아들과 딸에게 집에 가자고 말하자 딸이 울어댔다.     

  "그런 게 어디 있어? 캠핑을 왔는데 집에서 자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같아."

  딸아이의 말에 나도 이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그치? 아빠도 밤에 칼집 내다가 손 다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같아!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내가 손에 깁스를 했는데 캠핑은 무슨...... 어쩔 줄 몰라하는 나를 보더니 아내가 말했다.     

  "여보, 그냥 여기서 자고 가자. 어차피 약도 받았고, 치료도 해서 하나도 안 아파."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아내는 참 성격이 좋다. 아내는 손에 깁스를 하고 텐트 안에서 정말 편안하게 잘~! 잤다. 나만 심란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호텔만 좋아하는 서울 여자 데리고 살면서, 캠핑은 무슨...... 이제 캠핑 안 해!'     

  마지막 캠핑이라고 생각을 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이 많은 장비는 다 어쩔고.......     

이제 어느덧 짐이 한 트럭이다.

  다음날 아침, 커피 한잔을 하고 또 다시 노동을 시작했다. 아내는 손에 깁스를 했지, 아이들은 옆 텐트와 노느냐고 정신이 없지..... 혼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철영을 하는 내 모습이 참 우스웠다. 집에 돌아와 캠핑 장비를 창고에 모두 정리하고, 녹초가 되어 쓰려져 잠이 들었다.                

  그날 저녁, 아내가 다쳤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온 옆집 강남부부의 남자가 말했다.      

  "형수님, 일부러 그런 것 아니에요? 캠핑 가기 싫으면 싫다고 하면 되지, 무슨 자해까지 해요?"

  옆집 동생의 말에 집에 모인 이웃 모두 배를 잡고 웃었다. 나도 웃었지만, 리쌍의 노래 중에 이런 노래가 있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이번 일을 겪으며 옛 성현들의 말씀중 틀린 것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더니, 서울에서 태어나 궂은일 한번 안해보고, 곱게만 자란 아내가 충청도 남자 만나 캠핑장에 끌려다니고 있으니 아내 적성에 맞겠는가? 역시 사람은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아내는 캠핑이 아닌 호캉스가 어울리는 사람이다.                

  "알았다, 알았어! 캠핑 접을게!!"     

  결국 나는 이웃이 모인 자리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형님, 정말이지요? 형수님, 작전 성공했어요."     


  캠핑 포기 선언을 한 지 2주차,     

                          .     

                          .     

                          .     

  지금 나는 루프탑 텐트를 알아보고 있다.     

  '캠핑이 좀 편해지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헛된 기대와 함께......     

다친 아내의 손, 덕분에 내 손에 주부습진이 생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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