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 했다.
알고 있지만, 막상 펼쳐진 場마저 기대 이하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마음 한 자락을 접는다.
일흔 가까이 살아오면서 마음을 접었던 일이 숱하게 많았다. 나도 살면서 알게 모르게 누군가의 마음을 접게 했을 거라 생각하지만, 어떤 병명이라 도 듣길 바랐다.
그런데 의사는 고개만 갸우뚱하더니, 조심스레 아니 입밖에 내지 않는 말로 '건강염려증'을 말했다.
건강염려증이라니. 여태 살면서 입원은 두 번의 출산뿐이고, 그 흔한 링거 한 번 맞은 적이 없는데. '픽' 하고 서글픈 웃음이 나왔다.
수치화, 계량화, 정량화라더니, 의사들은 컴퓨터 화면만 보다가 원하는 값이 아닌지, 건강염려증에 무게를 둔다.
손은 지난 9월부터 아팠었다.
혹 류마티스인가 해서 류마티스의원에 갔는데, 정도 이상의 피를 뽑고 두 번의 검사를 하고도 병명을 무어라 말하지 못하다가 보통 사람보다 높지만, 적정 수치에는 못 미친다고 했다.
미쳐야 미친다더니, 그들이 원하는 수치가 아니라서 그런가. 그들의 기록에는 ( )를 쳐놓겠지. 그러다 잊히기도 하고.
수치를 못 채운 내 손 아픔은 갈수록 더했다.
뭐라고 할까? 손을 오래 물속에 담그면 쭈글쭈글하고 죄어드는 느낌이 든다. 거기다 손가락 끝이 바늘로 찌르듯이 아픈 건 무어란 말인가.
계량화가 안 된다는 건, 손가락의 변형이 없고
남들이 보기에 아무렇지 않아서 그러는 건지.
흔히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고 하면서, 증상이 조금 나타나 병원에 가도 수치가 낮고, 계량화를 할 수가 없어서 정량화는 더더욱 힘든 아픔은 아픔이
아닌가.
이럴 때 생각나는 병원은 몇 해 전에 폐원한 한의원이다. 카톡으로 개개인에게 폐원 인사를 하시던 선생님은 병보다 사람을 봤었다.
침술도, 물리치료도 정성을 다하시던 선생님은 일흔이 넘으시자 다른 방향으로 의료봉사를 하러 가셨다. 국내 최고의 한의학대학을 나오신 선생님, 어디에서던 마음을 치료하시리라 믿는다.
만날 수 없는 의사 선생님을 생각하다 괜히 서글퍼져서 몇 자 적는다.
손, 아프다고요.
팔도 많이 저리다고요.
가끔은 생눈물이 나는데, 건강염려증이라니.
그 말은 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