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정리를 하다가 오래 전에 썼던 글이 눈에 띄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걷기'에 빠졌었다. 아들은 '엄마는 그저 걷는 것밖에 모른다.'고 했지만, 나는 버스도 타고 기차도 탄다.
그 글을 소개하자면,
글의 제목은 <걷는 행복>이다.
ㅡ 걷는 행복 ㅡ
나는 걷기 예찬론자다. 아니 걷기 중독자다.
김장을 하고 나니 전신이 쑤신다. 기말고사를 끝낸 아들과 모처럼 집에 있는 남편은 들락날락. 쉬기가 쉽잖겠다. 한바탕 소동을 치르고 걷기에 나서려니 목적지가 다른 딸이 제동을 건다. 을숙도에 가서 자전거를 타잔다. 나와 남편은 하나도 재미가 없는데...
예전과 다른 방법으로 걷기로 했다.
집에서 시작해 산을 넘어 가야쪽으로 갔었는데, 이번엔 버스를 타고 가서 가야쪽에 서 산을 넘기로 했다. 동의대 뒷산을 거쳐 동서대 뒤쪽을 돌아 학장을 지나 꽃마을 쪽으로 정한 길이다.
콘크리트 길을 밟으며 아이들 마음이 일렁인다. 걷자고 했던 엄마에 대한 원망이 전과는 다른 풍경, 한가한 길, 우리 가족 밖에 없자 큰소리로 떠든다. 앞선 남편은 빨리 오라고 성화를 하건만 줄어들지 않는 길.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던 부산진구를 서구인 대신동에서 쉽게 갈 수 있음에 놀라던 아이들은 이젠 웬만한 걷기대회는 시시하단다.
걷기는 세상살이 같다. 하기 싫어도 꼭 해야 하는 일처럼, 혼자든 여럿이든 보폭도 조정하고 시간도 조절하고 거리도 재어가면서 걸어야 하고. 동행에 따라 재미와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이.
동의대에서 동서대 뒷산까지는 산책로가 잘 닦여져있다. 비포장이지만 아이들도 힘들지 않고, 멀리 낙동강도 친구해준다.
내려다 보이는 시가지가 심심치 않고, 지나는 기차에 손도 흔들 수 있다. 대신동에서 동의대 쪽으로 가려면 아스팔트 길을 한참 걸어와서 산을 올라야 하는데, 낙동강을 보고 걸을 수 있는 동의대 쪽에서 꽃마을 쪽으로 가는 게 나을 성 싶다.
구덕터널 요금소 위에 오니 다리가 아프다. 조금만 더 걷자고 다독이고는 꽃마을에서 커피와 국밥을 먹었다. 해넘이 하는 산을 뒤로 하고 또 걷는다.
한 시간 쯤은 더 걸을 것 같은데, 집이 가깝다.
갑자기 입안에 맴도는 일십백천만의 법칙.
하루에 한 번 선행을 하고,
열 번 이상 웃고,
100자 이상 쓰고,
천자 이상 읽으며,
만보 이상 걷자.'
는 말이 떠올랐다.
가족이 함께 걷는 게, 행복인 것을.
저 글을 쓴 지 20년이 다 되어간다.
일십백천만의 법칙을 다 이행하지는 않지만,
걷는 행복은 맘껏 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