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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유 May 11. 2024

살아있는 동물의 살을 먹다

괴로워요.



유체이탈을 하면 어쩔 수 없이 고통스러운 감정들과

마주해야만 할 때가 있다.


며칠 전, 입에서 고기가 씹히는 느낌이 났다. 뭐지? 맛있다. 했는데 살아있는 동물 영체의 살을 잘라 내 입에 넣어준 거였다.


더 끔찍했던 건 그 동물이 ( 새끼 강아지? 하이에나?

너무 충격적이어서 무슨 동물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날 올려다보고 있었는데


어차피 반항을 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 반항하며 울부짖어도 더 지독히 맞기만 한다는 것. 그걸 알기에 살이 뜯히고 있는데도

'난 당신에게 반항할 생각이 없어요' 적의가 없다는 걸 온몸으로 표현하며 찍소리도 내지 않고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


순간 충격을 받아 살을 뱉으려 했지만 고기와 침이 섞이어 잘 뱉을 수 없었고 그 아이를 안으려 했는데 아파할까봐 만질 수도 없었다. 고기를 물려준 사람들은 옆에서 뭐가 잘못됐냐는 듯 일상이라는 듯 태연하게 웃고 있었다.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인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미 몸으로 돌아와 있었다.


몰려오는 고통.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왜 아무것도 못하고 온 거야? 왜 나는 구하고 올 수도 없었던 거야?


살이 도려지면서도 저는 아무런 적의가 없어요. 그러니 저를 살려주세요.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나를 올려다보는 것 밖에 없었던 그 아이.


고통이 밀려왔다. 너무 큰 고통이.

할 수 있는 건 그 아이를 구해달라고 영적인 세계에 신호를 보내는 것 밖에는.





사실 이런 일을 겪는 건 처음이 아니었다.


이탈을 하면 슬프고 괴로운 광경들도 많이 보는데  


발버둥 끝에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구나, 희망을 포기한 존재들은

결코 반항을 하지 않는다. 고개를 들지도 않는다.

돌을 던지면 그냥 맞는다. 도망갈 생각도 않는다.


아무리 울고 반항을 해도 결국 바뀌는 게 없다는 걸, 자신을 구해줄 수 있는 건 이 세계에 그 누구도 없다는 걸 알아 버렸으니까.


그리고 이건,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는 일. 지금도 많은 동물들이 비좁은 케이스에서 사육과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고통과 비명을 나몰라 하며 생명을 도구로 취급하는 인간들. 그걸 알고 있음에도 먹고살기 급급해 어쩌라고? 나도 힘들게 버티고 있어. 나도 괴롭고 아파. 묵인하고 있는 인간들.


그 눈동자가 비단 그 아이의 일만은 아니라고,

지금 이 순간에도 자행되고 있는 일이라고

그게 이 세계의 현실인 거라고 생각하니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아침엔 너무나 괴로웠었는데,


그날은 어버이날이라 오후 늦게 동생과 함께 부모님 집으로 가야만 했다.


햇살이 반짝였고, 푸르른 나무들 나부끼는 하이얀 꽃과 잎들


세계가 이렇게 선명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다니


왜 나는 여태껏 그걸 모르고 살았을까 아름답구나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엔 절망을 하고 낮에는 햇살을 보며 이 세계를 아름답다 생각했다


이 느낌은 무엇일까


살아있다는 건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토록 고통을 주기도 햇살 한 줌에도 아름답구나 심장을 관통할 수 있는 걸까


괴로움 끝에 생각했다


내가 하고 싶은 건 역시

이 세계에 손을 내밀어 주는 거라고

함께 행복하고 싶은 거라고


심장을 관통하던 그 햇살 같은 빛 한 자락을

내주고 싶은 거라고


그러기 위해선 나부터 잘 살아야 하는 거라고

나부터 빛을 가져야 한다고  


그래야 나도 이 세계에 빛을 - 선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거라고.





내가 그 광경을, 그 아이와 마주한 것도 분명 무언가 이유가 있겠지.


내가 해야 할 일은 이 세계는 결국 고통이구나, 지나치게 슬퍼하거나 냉담해지는 일이 아니라


그래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내가 이 세계에 온 이유를 깨닫는 것. 내 몫을 행하는 것.





여담이지만 채널링에 참가해 소들의 의식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소들은

' ( 생명을 먹어야만 살 수 있는 것. 그게 지구의 법칙이기에 ) 인간들을 원망하지는 않지만 우리들에게 조금이라도 고마운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 ' 라고 했었다.


귀여운 우리들. 생명을 먹으면서도 그게 너무나 당연해져 고맙다는 의식은커녕 살아가기에 급급, 쩔쩔매며 울기도 하는 우리들.


그 후 밥을 먹을 땐 아주 짧게라도

고마워 너를 내주어서. 라고 전하고 먹는다.


그게 그들에겐, 누군가에게 그 한마디가

- 다시 살아가보자, 하는 빛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


그림 - 류미영 작가


https://www.instagram.com/monster_city_ryu_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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