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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Mar 13. 2022

예쁘게 바라보는 힘

시선의 차이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나니 제 유치원 시절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저는 6살까지는 신나게 동네를 뛰어놀다가 7살 일 년 유치원에 다녔어요. 그때 담임 선생님, 원장 선생님, 그리고 하고 싶은 게 많았던 제가 떠오르며 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아빠 친구분이 운영하는 유치원에서 다녀서인지 꽤 신경 써주셨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선생님보다 훨씬 선명하게 유치원 선생님의 얼굴이 기분 좋게 떠오르는 걸 보면요.

저희 딸은 어린이집 친구 한 명, 그리고 센터에 함께 다니는 친구와 같은 반이 되었습니다.  익숙한 얼굴이 있다는 게 얼마나 마음이 놓이는 일인지 경험했기 때문인지 조금은 마음이 든든합니다.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엄마, 저는 전기 에너지처럼
엄마의 사랑으로 충전되니까요

익숙함이 느껴지더라도 새 학기에는 누구나 긴장하고 컨디션이 평소 같지 않음이 당연합니다.

같은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한 학년 진급할 때마다 친한 친구가 없는데 잘할 수 있을까, 선생님은 어떤 분일까 긴장하며 3월을 보내게 됩니다.


아이는 작은 어린이집을 떠나 큰 유치원에서 더 많은 친구들, 그리고 조금 더 엄한 선생님과 함께 하루를 지냅니다. 많이 고될 거예요. 엄마에게 짜증을 많이 냈던 요 며칠. 어떤 이유인지 알면서도 이런 마음을 잠시 잊고 좀 피곤했던 날들이었습니다. 지난주에 제 생일이 있었는데 이렇게 저를 위한 날이라고 생각되면 엄마보다는 자꾸 저를 더 돌보고 싶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긴장하면 알아들을  없는 말로 소리를 내는 아이, 다그칠수록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아이에게 엄마 표정이 예쁘지 않았던  같습니다. 이제 습관이  덕에 입으로는 대부분 상냥한 말투를 내고 있어서 제 표정을 간과하고 있었는데, 컨디션이 조금 더 괜찮았던 날 딸이 말합니다.

 "엄마 오늘은 엄마가 저를 많이 안아주고 따뜻하게 대해줘서 잠을 잘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는 전기 에너지처럼 엄마의 사랑으로 충전되니까요."

재우려고 불을 소등해둔 상태였는데, 아이 방이 순간 LED 등을 열 개쯤 켜 둔 것처럼 밝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아 차, 내 표정을, 손길을 이 녀석이 읽었구나.'





사람은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감으로 느끼는 아이이기 때문에 말 하나 표정 하나 손길 하나에 신경을 씁니다. 이러한 아이를 밝게 바라보며 관심사를 잘만 채워주면 에너지가 긍정적으로 뻗어 나가요. 어제는 한글에 빠져 있는 아이와 온통 한글 이야기로 하루를 채우며 다양한 활동을 엄마도 재미있게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제 시간도 확보할 수 있었고 TV 없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혼자 풀어가는 아이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밥도 잘 먹고요. 모든 것들이 순차적으로 연결됩니다.


하지만 내 시선 하나까지 느끼다니 정말 예민한 아이다-라고 받아들이는 순간, 하루 종일 엄마의 삶은 피곤해집니다. 섬세하게 바라봐야 하는 아이를 버거워할 때는 아이 또한 그것을 느끼고 짜증을 부립니다.

지난주에는 혼자 노는 아이의 모습에서 불만이 쌓여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해 새 학기를 시작한 아이에게 피곤함을 더해준 것만 같았습니다. 아이가 밤에 건네 준 이야기에 저는 다시 한번 깨달았고, 조금 더 신경을 세운 덕에 우리의 대선 휴일은 별 걸 하지 않아도 참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동전의 양면처럼 우리의 장점은 단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은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조금만 더 깊게 바라보고 마음을 읽어주면 저에게 더 많은 것을 내어주는 아이. 시선의 차이에 따라 아이는 혼자 노는 시간까지 자신만의 세계를 확장시키며 잘 채워 갈 수도 있고, 이유모를 짜증만 낼 수도 있습니다.


오늘도 아이의 예쁜 모습을 더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엄마부터 예쁜 시선으로 바라봐야겠습니다.

벌써 7시가 넘었네요. 아이를 깨워야겠습니다.

오늘도 예쁜 시선으로 너를 바라보겠노라 다짐하며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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