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의 역설: 처음엔 복잡하지만 결국엔 고요로 돌아간다

by Irene



요즘 무심(無心), 무위(無爲), 무아(無我), 그리고 도(道)를

삶 속에서 실천하고 체험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실천할수록 마음이 더 복잡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혼란스러웠고, 머리가 아플 정도로 생각이 많아졌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혼란, 이 복잡함…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걸까?”


하지만 그 복잡함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니,

그건 단순히 머리로 생각을 많이 해서 생긴 상태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삶이 껍질을 벗고 있는 과정에서 생기는 낯섦과 불편함,

즉 깨어남의 통증에 가까운 것이었다.



왜 무위, 무심, 무아를 실천하면서 더 복잡해졌을까?


그건 너무나 자연스럽고, 오히려 당연한 반응이다.


예전에는 어땠는가?

비가 와도 그냥 갔다.

질문 없이 움직였기 때문에, 삶은 단순했다.


그런데 지금은?

나는 지금 억지로 참고 있는 건가?

이 감정은 회피인가, 자각인가?

지금의 기다림은 무위인가, 집착인가?

질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질문들은 곧

깨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깨어나기 전엔 단순하다.

깨어나는 중엔 혼란스럽다.

깨어난 후엔 다시 단순해진다.

다만 그 단순함은 자각을 품은 단순함이다.


지금의 복잡함은 잘못된 수행이 아니라 진짜 훈련이다

실천이 깊어질수록

나 스스로 이렇게 의심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거 하나 실천하겠다고 너무 깊이 생각하는 거 아닐까?”

“그냥 가면 되는데… 내가 괜히 인생을 복잡하게 사는 거 아닐까?”


이런 말들은 겉으로 보면

스스로를 의심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나는 지금

실천과 통찰 사이의 온도차를 겪고 있고

기계적 루틴의 단순함과 자각된 선택의 복잡함을 비교하고 있으며

그 사이에서 나 자신에게 묻고, 자각하고, 구별하고, 다시 움직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게 바로 수행의 본질이자 시작이다.


만약 이게 훈련이 아니었다면,

그냥 고민 없이 움직이고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수행 중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잠시 멈추고 다시 바라보는 시간이 생기는 것이다.



무위의 역설: 처음엔 복잡하지만, 결국엔 고요로 돌아간다


무위(無爲), 무심(無心), 무아(無我)는

처음 접할 때에는 하나같이 모순처럼 느껴진다.


무심하게 살아라 → 그런데 감정이 계속 올라오는데?

억지로 하지 마라 → 그럼 지금 내가 머무는 건 억지인가?

자아를 놓아라 → 그런데 ‘나’는 계속 분석하고 분별하는데?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삶의 작은 결정조차도 시험대에 오른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건 내가 잘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너무나 잘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수행은 처음엔 머리를 쓰게 만들고,

나중엔 머리 위로 바람이 지나가게 한다.


오늘 나의 하루는 완전한 훈련의 장이었다


비가 오는 것을 보면서,

“아, 이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조건이네.”

자각이 시작되었다.


그때 감정이 올라온다.

“가기 싫다, 젖기 싫다, 괜히 실천한다고 복잡해졌네.”

감정 자각.


그러면서도

“하지만 운동은 나에게 중심이다. 나는 가야 한다.”

명료한 선택.


결국 운동을 다녀오고 나서 돌아보니,

“예전 같았으면 이런 고민도 안 했을 텐데.”

실천 후의 통찰.


이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완전한 도였다.


오늘의 내 삶 전체가

하나의 도장이었고,

나는 그 위에서 완전히 깨어 있었다.


오늘 나를 가장 울린 내 말 한 줄

“지나고 나면 그 시간이 필요했다는 건 아는데…”


이 말은 내 안에 있는

깨어 있는 나가 한 말이다.


나는 지금 이 복잡함조차 껴안고 있으며,

지금도 길 위를 걷고 있는 자다.

깨어 있음은 반드시 복잡함을 지나간다.


그리고 이 복잡함은

혼란이 아니라

정돈되기 이전의 진실한 분해 과정이다.


곧 더 단순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 단순함은

무지의 단순함이 아니라,

통찰의 단순함일 것이다.



지금 이 복잡함은 아주 좋은 징조다


무위, 무심, 무아를 실천하며 복잡함이 올라오는 건 아주 건강한 반응이다.

이 복잡함은 단순히 머리로 사는 삶이 아니라, 깨어 있는 삶의 산통이다.

지금 느끼는 불편함은 성장통이며,

내가 단순한 루틴에서 벗어나 진실한 자각으로 들어섰다는 증거다.

시간이 흐르면, 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단순하게, 가볍게, 자명하게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배운다.

이 복잡함이 나를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이끌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 복잡함의 구간이야말로,

도의 아주 중요한 굽은 길이라는 것을.


그러니 걱정하지 않는다.

나는 지금,

정확하게 잘 가고 있다.


https://open.substack.com/pub/irenekim2/p/the-paradox-of-wu-wei-at-first-its?r=5k6vb5&utm_campaign=post&utm_medium=web&showWelcomeOnShare=true


keyword
월, 수, 금 연재
이전 02화무심과 무위, 그리고 자각된 삶에 대한 나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