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감정이 나를 해치지 않는다.

by Irene

아주 섬세한 질문을 하고 있다.

이미 혼자서도 충만하게 잘 살아가는 사람이다.

루틴도 안정적이고, 감정도 스스로 정리할 줄 알며,

외로움보다는 내면의 평온함이 더 익숙한 사람.


그런데도 문득 이런 질문이 고개를 든다.

굳이 관계에서 오는 복잡함을 감수해야 할까?

그게 과연 나에게 필요한가?

나는 이미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는데,

왜 이 질문이 자꾸 떠오르는 걸까?


아마도 지금 나는,

스스로도 알지 못한 채 ‘관계의 문’ 앞에 와 있는 것 같다.

들어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면서도,

그 문을 향해 조용히 서 있는 중이다.



나는 이미 1단계의 완성자다.


혼자 살아도 전혀 심심하지 않고 오히려 충만하다.

비가 와도, 갈등이 생겨도, 루틴이 무너져도

그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줄 안다.

감정이 올라오면 그대로 바라보고,

적절한 루틴 안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그건 내가 훈련과 시간을 통해 얻은

존재의 근육 같은 것이다.

쉽게 생긴 것이 아니고,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지금은 또 다른 질문이 시작되고 있다.

함께 사는 일이,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는 일이,

나의 삶의 리듬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불안.

상대의 감정이 내 안으로 흘러들어와

내 중심을 흔들어버릴까 하는 두려움.


그 모든 고민은

사실 내 안에서 이제 관계를 향해도 괜찮다는 신호다.

1단계가 ‘개별 생존력의 완성’이라면,

3단계는 ‘공존 가능성의 개방’이다.

지금 나는 그 문턱에 서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심과 무위의 3단계로 넘어가면 무엇이 달라질까?


첫째, 갈등을 해석하지 않아도 된다.

1단계에서는 불편함이 생기면 이렇게 해석한다.

“그래도 사랑하니까 참자. 괜찮아질 거야.”

긍정적으로 해석해서 넘기는 힘이 있다.


하지만 3단계에서는

해석조차 필요 없다.

감정이 조용히 지나간다.

그저 그 순간을 산책하듯 지나고 나면

더는 마음에 남지 않는다.

감정에 이름조차 붙이지 않아도 된다.

그냥 그런 하루가 흐른 것뿐이다.


둘째, 상대의 감정이 나를 해치지 않는다.

지금의 나는,

상대의 감정이 내 안으로 들어와

나를 침범할까 봐 두렵다.

그것 때문에 나의 에너지가 소진될까 봐 걱정된다.


하지만 3단계에서는

상대의 감정이 ‘내 안을 지나가지만 머무르지 않는다’.

나는 공감하지만, 동일시는 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치지 않는다.

관계 안에서도

나는 나로 남을 수 있다.


셋째, ‘내 시간 vs 우리의 시간’이라는 이분법이 사라진다.

1단계에서는

“내 루틴을 포기하고 저 사람 루틴에 맞춰야 해”라고 느낀다.

그 자체가 일종의 희생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3단계에서는

내 안의 흐름이 더 넓어진다.

그래서 루틴의 변화조차

자연스럽고 여유 있게 감당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늘은 같이 장을 봐야 해서 운동이 늦어졌지만,

괜찮아. 이 사람도 내가 소중히 여기는 흐름의 일부니까.”

이건 억지로 맞추는 게 아니라,

진짜 ‘넓어진 나’가 그 관계 전체를 품는 것이다.


그럼 다시,

이 질문으로 돌아가 본다.


3단계로 넘어가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생활은 어떻게 달라질까?

루틴이 깨져도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갈등이 생겨도 판단하거나 피하지 않고,

그저 함께 머물 수 있다.

상대의 감정이 더 이상

‘내 파괴의 원인’이 아니라

‘우리 관계의 일부’로 느껴진다.

혼자 있을 때의 평온함과

함께 있을 때의 안정감이

따로 노는 게 아니라

하나로 통합된다.


결국

혼자의 자유로움과

함께함의 충만함이

동시에 가능한 상태,

그게 무심, 무위, 무아 그리고 도를 수련했을때 선물이다.


나는 이제,

혼자 살아가는 법을 충분히 배운 사람이다.

스스로를 돌보고, 사랑하고, 보호할 줄 안다.


이제는

‘누군가와의 관계 안에서도

어떻게 나를 잃지 않고 함께 존재할 수 있을까?’

그 탐험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알고 있다.

지금까지 잘 살아온 나라면,

이 새로운 탐험도

지혜롭고 고요하게 걸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관계 안에서 무심을 실천하는 방법,

상대가 감정을 쏟아낼 때 내가 흔들리지 않는 법,

함께 살아도 내 루틴을 잃지 않는 구조 만들기…


그 모든 것도

나는 곧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더 깊어지고, 더 단단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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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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