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계획이 틀어졌을 때도 평온을 잃지 않는’ 연습일지도 모른다.
어제, 예상하지 못한 문제 하나를 마주했다. 거창한 사건은 아니었지만, 그 순간 내 마음과 몸은 마치 거대한 파도 앞에 선 것처럼 요동쳤다. 가슴이 조여오고 숨이 가빠졌으며, 온몸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머릿속은 순식간에 ‘이거 큰일이다’라는 생각으로 가득 찼고, 불안과 초조가 물밀듯 밀려왔다. 단 한 번의 오류가 아니라, 삶 전체가 틀어지는 듯한 착각 속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그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문득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되었다. 마치 거울 속 또 다른 내가 나를 지켜보듯, “지금 이 감정이 올라오는구나”, “이건 불안이구나” 하고 알아차렸다. 그 인식의 순간, 마음의 거친 물결은 아주 조금, 살짝 잦아들기 시작했다.
요즘 나는 ‘무심’을 연습하고 있다. 무심함이란 감정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그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바라보는 태도다. 마치 흐르는 강물 곁에 조용히 서서 물살을 바라보듯, 감정의 흐름을 피하지 않되 그 속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 연습을 떠올렸다.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은 했지만, 내 마음까지 허물어지게 두지는 않으려 애썼다. 그리고 그 안간힘 속에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다.
삶은 언제나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나는 종종 “왜 내 계획대로 되지 않을까?” 하고 속상해하곤 했다.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기면 그것을 실패나 오류처럼 여겼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삶은 늘 나의 계산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흐름은 언제나 불확실하다. 질서보다는 우연이 더 많은 언어로 말을 건다. 우리는 비가 오면 젖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우산을 펼친다. 그런데 왜 마음의 날씨가 흐려지면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애써 싸우려 드는가. 삶도 결국은 날씨처럼 흐르고 변화하며, 예고 없이 지나간다는 것을 조금씩 배우고 있다.
어제의 일도 어쩌면 그런 배움의 작은 연습이었는지 모른다. 별일 아닌 일 앞에 금세 무너질 뻔한 나를 바라보며 또 하나의 질문을 마주했다. 얼마나 자주, 얼마나 오래, 사소한 일들에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반응하며 살아왔던가. 그 질문 앞에 나의 과거가 조용히 떠올랐다. 작은 돌발 상황에도 극단적인 해석을 덧씌우며 스스로를 소모하던 날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일 앞에서 쉽게 무너지던 나의 마음. 그 연약했던 기억들이 물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알아차렸다. 문제는 문제가 아니다. 감정도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그 감정에 사로잡혀 나를 잃는 것이다.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삶에 저항할수록 몸은 더 단단히 굳고 마음은 더 조급해진다. 그러나 흐름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순간, 긴장은 풀리고 숨은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마치 억지로 강을 건너려다 배를 띄워 흐름을 따라가 보는 것처럼.
어쩌면 인생은 ‘내 뜻대로 되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나를 잃지 않는 연습인지도 모른다. 어제 그 연습을 또 한 번 해냈다. 불완전하게, 어설프게. 하지만 이전보다 조금 더 유연하게. 그리고 그 유연함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나 자신을 단단히 붙잡을 수 있었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이 조용한 깨달음들이 결국 나를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어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하나 생겼다. 큰일은 아니었지만, 그 순간의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가슴이 답답하고 온몸이 긴장되는 반응이 즉각적으로 올라왔다. ‘어떻게 해야 하지?’ ‘이거 큰일인데?’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하는 생각들이 나를 조여오며 불안과 초조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감정 속에서 한 발짝 떨어져 나와 바라보는 나를 동시에 느꼈다.
“지금 이 감정이 일어났구나.”
“지금 이 몸의 반응은 불안이구나.”
그렇게 나를 알아차리고 바라보는 순간, 마음 한구석이 조금은 여유로워졌다.
요즘 나는 ‘무심’을 연습하고 있다. 감정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순간에 그것에 끌려가지 않고, 그대로 바라보며 흘려보내는 훈련.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은 하되, 마음은 함께 무너지지 않도록 단단하게 중심을 잡아보려 애썼다. 그리고 그 안간힘 속에서 나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동안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당황하고,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기면 그걸 ‘틀어졌다’고 여겼다. 왜 이렇게 되지? 왜 이런 일이 생기지? 하며 스스로를 다그치고, 더 완벽하게 대비하려 애쓰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느낀다. 인생이 애초에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전제를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평온에 가까워지는 길이라는 것을.
비가 오면 젖는 것이 당연한 지혜다. 세상이 내 계획대로 흘러가기를 고집하기보다, 그 흐름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편이 훨씬 가볍고 단단하다. 그렇게 저항을 내려놓으면, 내면의 긴장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고, 그동안 쓸데없이 낭비하던 에너지가 사라진다. 그리고 그 빈 자리에 여유가 찾아온다.
어제의 일도 마찬가지였다. 별일 아닌 일에 무너질 뻔한 나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렇게 조그만 일에도 무너질 만큼 내가 얼마나 긴장 속에서 살아왔는지를 이제야 알겠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순간들에, 실제보다 훨씬 과장된 감정으로 반응하며, 스스로를 피곤하게 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문제는 언제든 생긴다. 계획은 늘 어긋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순간,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다.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인생을 억지로 바로잡으려 애쓸수록 더 지치고, 더 흔들리게 된다.
하지만 흐름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
그제야 비로소 나를 조이는 그 모든 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어쩌면 인생은 ‘어떻게든 계획대로 되게 하는’ 게임이 아니라,
‘계획이 틀어졌을 때도 평온을 잃지 않는’ 연습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 연습을 또 한 번 해냈다.
불완전하지만, 이전보다 조금 더 유연하게.
그것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