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내가 고요해져야 한다.
사랑은 들꽃처럼 조용히 피어난다.
바람에 흔들리며 피어난 작은 꽃은 요란하지 않다.
하지만 눈을 들여다보면 금세 마음을 빼앗긴다.
그 고요한 아름다움은 말없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이제 그런 사랑을 꿈꾼다.
한때는 폭풍처럼 몰아치는 감정이 진짜 사랑이라 믿었다.
애틋함과 불안함, 벅찬 설렘과 숨 막히는 갈망,
사랑은 그런 것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은 늘 거세게 일어났다가,
그만큼 빠르게 사라진다.
그 뜨거움이 지나간 자리에는
이상할 만큼 조용한 공허함이 남는다.
그래서 이제는 안다.
진짜 사랑은 요란하지 않다는 것을.
진짜 사랑은 고요하다.
사람을 들뜨게 하기보다는
사람을 가라앉게 한다는 것을.
그 고요한 사랑은 함께 있어도
서로의 숨소리를 방해하지 않고,
침묵마저도 편안한 침대처럼 느껴지게 한다.
의도하지 않아도 눈빛이 말하고,
억지로 이해시키려 하지 않아도
이미 알아차리고 있는 그런 마음.
사랑은 나를 잃어가며 만드는 게 아니라,
내가 나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공간을 내어주는 것이다.
사랑은 서로를 쥐고 흔드는 힘이 아니라
각자의 중심이 단단할 때
비로소 생겨나는 부드러운 인력이다.
그런 사랑은 단순히 ‘누구를 만난다’는 말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사랑은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에서 비롯된다.
얼마나 나를 다스릴 줄 알고,
얼마나 조용히 기다릴 줄 알고,
얼마나 나를 사랑하는가에서 시작된다.
고요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고요해져야 한다.
내 감정이 들쑥날쑥 흘러넘치지 않고
속으로 깊이 잠기듯 가라앉을 줄 알 때,
나는 비로소 누군가의 마음을 품을 수 있다.
그런 사랑은 오지 않아도 조급하지 않고,
다가와도 흥분하지 않는다.
그저 “아, 이 사람 이구나” 하고 조용히 미소 짓게 하는 사랑.
그 사랑은 어느 날 나뭇잎 사이로 스며든 햇살처럼,
혹은 오랜 장마 뒤 맑게 갠 하늘처럼,
시간을 품고 천천히, 하지만 반드시 찾아온다.
그리고 그런 사랑은 ‘찾는 사람’이 아니라
‘준비된 사람’에게 머문다.
사랑은 운명의 우연이 아니라
태도의 결과다.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어떤 마음을 가꾸고,
어떤 방향으로 걸어가느냐에 따라
사랑은 나를 찾아와 잠시 머물다가
혹은 오래 눌러앉는다.
이제 그런 사랑을 선택하고 싶다.
뜨겁지만 짧은 불꽃이 아니라,
작지만 오래 타는 등불 같은 사람을.
잠시 마음을 훔쳐가는 이가 아니라,
오래도록 마음을 다독여주는 사람을.
내 하루가 무너지는 날에도
조용히 곁을 지켜줄 줄 아는 사람.
말없이도 함께 웃을 수 있고,
멀리 있어도 마음이 흐려지지 않는 사람.
그러기 위해 나는 오늘도 나를 닦는다.
고요한 마음을 배우고,
성급한 손을 거두고,
먼저 따뜻해지는 연습을 한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 사랑은 언젠가, 꼭 나를 알아볼 것이다.
그리고 조용히 다가와,
한 그루 나무처럼 내 곁에 뿌리를 내릴 것이다.
그때 나는 안다.
이 사람과의 고요함이야말로
내가 오래도록 바라던 사랑이라는 것을.
https://medium.com/@irenekim1b/on-quiet-love-3762112fc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