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인연은
한 번쯤 스쳐 지나간다.
바람처럼 마음을 흔들고는
아무 말 없이 멀어진다.
그때는 알 수 없었다.
그것이 아직 때가 아니었음을.
잡고 싶은 마음에 손을 뻗었지만
손가락 사이로 흘러버리는 것을
어떻게도 머물게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뒤,
그 모든 지나감이
하나의 연습이었다는 걸 이해하게 된다.
흘러버린 것들은
감당할 수 없는 무게였고,
그 무게에 짓눌리지 않도록
삶은 살포시 비켜가게 해주었다.
기회든 사람이든,
진짜라면 멀어져도 다시 돌아온다.
돌고 돌아, 마침내 설 자리에
조용히 피어난다.
그 순간을 온전히 맞이할 수 있으려면
그에 걸맞은 마음이 먼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운명이 아니라,
준비라는 이름으로 온다.
그래서 더는 억지로 붙잡지 않는다.
머물지 않을 것을 매달리지 않는다.
원하던 모든 것들이
지금이 아니었다면,
더 빛나는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흘러간 것을 탓하지 말고
미련은 시간에게 맡긴다.
잠시 머물렀다 떠난 것들은
다시 꽃처럼 돌아올지도 모르니까.
해야 할 일은 기다림이 아니다.
단단해지는 것.
깊어지는 것.
떳떳하게 선 자리에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머물 수 있도록.
그 모든 ‘때’들이
두려움이 아닌 기쁨으로 피어날 수 있도록.
삶은 흐름이다.
강물처럼 흘러가고,
계절처럼 돌아온다.
인연도, 기회도, 사랑도
그 흐름 속에서 피고 지고,
또다시 피어난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마라.
어차피 올 것은
머물 자리를 알고 돌아온다.
봄이든, 가을이든
삶은 언제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준비하고 있다.
기적은 멀리 있지 않다.
있는 그대로의 삶을 다듬고
흔들림 없이 중심을 지키는 그 길 위에 있다.
붙잡지 않아도 괜찮고,
기다리지 않아도 괜찮다.
흘러가는 것을 흘려보내고
머무는 것을 지켜내며
오늘이라는 시간을 다듬는다.
어차피 올 것은
머물 자리로
되돌아온다.
그 순간을
사랑스럽게 맞이할 수 있도록,
오늘은 그저 조용히
마음의 결을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