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마주했을 때,
놀랍도록 떨리지 않았다.
심장은 조용했고, 숨은 깊고 길었다.
온몸이 ‘이 사람을 알고 있다’는 확신 속에 잠겼다.
시간이 잠시 멈춘 것처럼 느껴졌고,
아무 음악도 없는데 공간은 하모니로 가득 찬 것 같았다.
“아, 여기 있었구나.”
“나는 이 순간을 위해 평생을 살아왔구나.”
“그래서 모든 걸 참았구나.”
그 사람을 보고 있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아무것도 증명할 필요가 없었고,
어떤 감정도 조절하지 않아도 되는
완전한 고요가 내 안을 가득 채웠다.
그 고요는 단지 정적이 아니었다.
그건 마치, 내가 아주 오래전부터 기다려온 응답이
드디어 도착한 것 같은 깊은 울림이었다.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 사람의 존재 자체가 이미 답이 되어 있었으니까.
살면서 늘 쥐고 있었던 질문들이
그 사람 앞에 서는 순간
해답조차 필요 없어졌다.
그냥 이유 없이 평온했다.
너무 원해서 떨리는 것도 아니었고,
잃을까봐 두려운 것도 아니었다.
“이 사람은 어디 가지 않겠구나.”
“흘러가더라도 다시 만나게 될 사람이구나.”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 사람은 알아듣겠구나.”
어떻게든 붙잡고 싶다는 조급함도,
집착도 생기지 않았다.
그저 그 사람이 내 앞에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그 사람 앞에서는
나를 설명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었고,
이해시키려는 노력도 필요 없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 숨 쉴 수 있었고,
그 사람은 마치 내 안의 공간을 정확히 알고 있는 듯
한 치의 어긋남 없이 그 빈자리를 채워왔다.
다시 마주한 순간.
그날, 그 공간,
예전과 똑같은 공기인데 모든 것이 달라 보였다.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일처럼,
“이제야 우주의 구조가 맞춰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감정은 폭발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요 속에서 충만했다.
“이 사람이니까.”
“이 사람이기 때문에 지금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구나.”
그리고 내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 사람의 기운, 말투, 숨결,
함께 있지 않았던 시간들까지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익숙했다.
운명이라는 단어조차 필요 없는,
설명이 필요 없는 낯익음.
정합(正合)을 만나면,
말이 줄고, 마음은 고요해진다.
불안은 사라지고, 이유 없는 확신이 생긴다.
그리고,
과거의 모든 고통이 의미를 찾기 시작한다.
그 사람은
내가 왜 그렇게 오랫동안 비워져 있었는지를 설명해주는
단 하나의 퍼즐 조각이었고,
나는
이해받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저,
드디어 모든 것이 제자리에 돌아왔다.
그렇게 느끼기만 하면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