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9]지연은 종종 삶의 섬세한 정렬이다

by I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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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나의 것이라면 반드시 나에게 돌아온다.

삶이 이 단순한 문장을 자꾸만 증명해준다.

놓쳤다고 여긴 사람과 기회가 다시 흐름을 타고 돌아오는 것을 몇 번이고 겪으며, 나는 배운다.

진짜 내 것이었던 것들은, 때를 만나 결국 다시 내 앞에 놓였다.


그때마다 깨닫는다.

삶은 종종 멀어지는 방식을 통해 나를 준비시키고 있었음을.

‘끝났다’고 여겼던 많은 것들은 사실,

다시 이어지기 위한 고요한 간격이었음을.


지연은 종종 삶의 섬세한 정렬이다.

아직 준비되지 않은 나와 아직 맞지 않는 시점이

서로를 기다리는 방식.

그래서 이제 어떤 멈춤도,

어떤 어긋남도

'부정'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삶은 생각보다 부드럽고 정직한 리듬으로 움직인다.

그 리듬에 나를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릴 뿐이다.

조급할수록 타이밍은 어긋나고,

조급함은 언제나 내 안의 공허함에서 기인했다.

빈 공간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을 때,

나는 흐름을 거스르기 시작했다.


흐름을 따른다는 것은 결코 수동적인 태도가 아니다.

그건 지극히 의식적이고 능동적인 ‘내려놓음’이다.

움켜쥐지 않는 용기,

통제하려 하지 않는 절제,

쫓아가지 않는 인내.

그리고 무엇보다

흔들려도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조용한 싸움이다.


나는 자주 물가에 앉은 나를 떠올린다.

맑고 잔잔한 물이 흘러가는 걸 바라보며,

그 흐름을 믿기로 다짐했지만,

어느 순간 나는 다시 손을 뻗는다.

물의 흐름을 바꾸려는 듯,

혹은 붙잡으려는 듯.

하지만 물은 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붙들려 하지 않아야만,

그 흐름의 온도와 속도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자꾸 잊는다.


때로는 두려움이 나를 앞세운다.

이대로 흘러가 버리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

그 불안이 고요를 깨고,

흐름을 통제하려는 충동으로 나를 이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또다시 흐름 속에 첨벙이며 허우적대고 있는

내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되묻는다.

이렇게까지 붙들려 했던 것은 정말 내 것이었을까.

진짜 내 것이라면,

조금 늦게 와도 반드시 다시 올 텐데.


이제 안다.

삶은 종종 비껴가지만,

결국 제자리를 찾아 흐른다는 것을.

내가 다급해질수록,

삶은 더 멀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모든 간극에도 불구하고

진짜 내 것이었던 것은

한 번도 나를 떠난 적이 없었다.


오늘도 흐름 앞에 앉는다.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수많은 요동들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흔들려도 괜찮다고.

중심만 놓지 않으면 된다고.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다면,

내 삶의 물줄기는

결국 나를 향해 되돌아올 것이다.


어차피 나의 것이라면

누가 빼앗을 수도,

망칠 수도 없으므로.

빨리 오지 않아도, 반드시 온다.

그것이 진짜 내 것이라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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