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03] “돼도 좋고, 안 돼도 좋다."

by I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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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오랫동안 나에게 ‘조율’의 연속이었다. 작은 선택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으려는 집요함, 시간의 틈새마다 의미를 밀어 넣으며 단 한 순간도 허비하지 않으려는 어떤 긴장. 그 긴장을 효율이라 믿었고, 그 집요함을 열정이라 이름 붙였다. 실제로 그것들은 많은 것을 이루게 해주었다. 내 몸은 날마다 조각처럼 다듬어졌고, 내 하루는 거의 흘러 넘칠 만큼 생산적인 것으로 채워졌다. 그러나 그 모든 완성의 이면에서, 스스로를 조금씩 조이고 있었다. 나를 작게 숨 막히게 만들던 건, 역설적으로 내가 잘 살아내고 있다는 확신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삶의 결을 바꾸어 보고 싶어졌다.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겼던 긴장의 패턴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흘러가는 대로 두었을 때 과연 어떤 하루가 펼쳐질까. 그건 마치 팽팽히 조여진 현의 장력을 풀어보는 실험 같았다.


처음엔 낯설었다.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 내가 매만지지 않은 채 그냥 흘러가게 둔 시간은 허공에 손을 뻗는 듯한 불안함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그 불안을 견뎌낼수록, 그 안에서 자라나는 새로운 감각이 있었다.


“돼도 좋고, 안 돼도 좋다.

와도 좋고, 안 와도 좋다.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


단순한 말이지만, 이 문장은 마치 내 안에 고여 있던 불필요한 결심들을 하나씩 녹여내는 주문처럼 작용했다. 무엇인가를 강하게 원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움켜쥐는 그 마음의 힘. 그 힘을 조금 놓아보는 연습. 그 연습은 나를 나약하게 만들기보다, 오히려 내 안의 다른 강인함을 꺼내주었다. 집착하지 않으면서도 성실할 수 있고, 목표 없이도 도달할 수 있으며, 계획하지 않아도 삶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배워갔다.


그리고 결국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을 흘러가는 대로 두었을 때, 진짜 내 것이라면 반드시 나에게로 온다는 것. 반대로 아무리 간절히 원하고 바란다 해도, 내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내 앞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


그 진실은 처음엔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그 안에는 깊은 평온이 있었다. 삶은 내가 정교하게 쥐고 있는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어떤 날은 힘을 뺄 때, 오히려 더 섬세하게 조율된다. 그 조율은 나의 손이 아니라, 삶 자체가 만들어내는 리듬에서 비롯된다.


작은 갈등 하나, 작은 집착 하나에서 시작된 이 하루의 실험은 결국 나에게 삶의 균형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게 했다. 균형이란 모든 것을 동일하게 나누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함도, 예측 불가능함도 그대로 두고도 평온할 수 있는 감각이라는 것을.


삶은 완성되어야 할 무엇이 아니라, 단지 살아내야 할 어떤 흐름이라는 것. 그 흐름에 나를 맡길 수 있을 때, 비로소 나는 ‘살고 있다’는 더 깊은 차원의 감각에 도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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