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02] 원하는 만큼, 딱 그만큼의 집착

by I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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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오랫동안 기다려온 영양제 세일이 시작되었다. 사실 별것 없는 일이었다. 필요했던 물건 하나를 사는 일. 한두 번 스쳐 지나갔을 법한 가벼운 소비의 순간. 그런데 마음은 이상하게도 그 단순한 선택 앞에서 머뭇거렸다. 지금 사기엔 뭔가 아쉽고, 조금만 더 기다리면 내가 바라던 할인율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 차이는 겨우 2달러 남짓이었다. 그러나 그 사소한 액수가 나의 의식을 지배했다.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며 다른 생각의 여백을 빼앗았고, 다른 일을 하면서도 나는 그 결정을 미루는 중이었다.


그 순간 아주 선명하게 감지했다. 지금, 단순히 물건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내 뜻대로 되어야 한다’는 마음을 붙들고 있는 중이구나. 삶이란 본디 흐르는 강물과 같아서 잡으려 하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기다리면 제때에 도착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흐름을 강제로 꺾으려 하는 순간, 물살은 나를 휘감아 되려 더 멀어지게 만든다.


내가 원한 건, 단지 조금 더. 딱 그만큼. 내가 바라는 만큼만 세상이 움직여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삶이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반응해줄 의무는 갖고 있지 않다. 세상은 “원하는 만큼”이라는 단위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건 전적으로 내 욕망의 언어일 뿐이다.


나는 종종 ‘이 정도쯤은 되어야 해’, ‘이만큼은 내 몫이어야 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삶의 수레바퀴는 나의 셈법과 무관하게 돈다. 세일이 15%인지, 17%인지, 그리하여 내가 2달러를 더 아끼는지 마는지는 인생의 진짜 흐름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진실은 오히려 이렇다. 내 것이면 반드시 돌아오고, 내 것이 아니면 아무리 계산해도 흘러가게 되어 있다.


그 단순한 진리를 외면한 채 나는 “내 몫은 이 정도 되어야 한다”는 집착을 품고 있었고, 그 집착은 하루를 무겁게 만들었다. 계속해서 계산기를 두드리는 사이, 지금 이 순간을 놓치고 있었고, 삶은 조용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내가 무엇인가를 ‘딱 원하는 만큼’ 가지려는 마음은 사실상 완벽함에 대한 욕망이다. 그러나 그 욕망은 언제나 불완전한 현실과 충돌한다.


자연은 언제나 정돈되어 있지만, 그 정돈은 인간의 욕망을 중심에 둔 계산이 아니다. 구름은 내가 원하는 날에 비를 내리지 않으며, 꽃은 내가 원한 계절보다 일찍 혹은 늦게 핀다. 삶은 본래 그런 것인데, “원하는 대로 되어야 한다”는 착각을 오래 품는다. 그러고는 그 어긋남 앞에서 불만을 쌓고, 불필요한 감정을 소모한다. 오늘, 그 어긋남을 인정하지 못하는 마음의 집을 스스로 짓고, 그 안에 갇혀 있었다.


무심(無心)이란 아무 욕망도 품지 않는 무의 상태가 아니다. 그것은, 욕망이 올라올 수 있음을 알되, 그 욕망이 나를 끌고 다니지 않도록 조용히 놓아주는 마음의 힘이다.


오늘 그 연습에서 나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인지하고, 동시에 무심이 무너지는 아주 미세한 지점을 목격했다. 마음이 얼마나 작은 것에 흔들리는지, 얼마나 쉽게 계산 속으로 빠져드는지를 알게 되었다. 이 자각이야말로 삶의 진짜 훈련이 시작되는 자리다.


삶에는 ‘이래야만 한다’는 정답이 없다. 내 뜻대로 되어야만 하는 순간도 없고, 내가 정한 방식으로만 흘러야 하는 강물도 없다. 그 모든 것은 내가 만든 틀이고, 그 틀 안에 세상을 끼워 넣으려 할수록 삶은 오히려 더 거칠고 낯설게 느껴진다.


어쩌면 가장 지혜로운 태도는 계산을 멈추고, 흘러가게 두는 것. 내 것이면 오게 되어 있고, 내 것이 아니라면 아무리 애써도 떠나가게 되어 있다면, 그 시간을 억지로 붙잡느라 마음을 흐트러뜨릴 이유는 더 이상 없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조용히 나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무엇을 그토록 정확하게 맞추려 애쓰는가? 내가 원하는 만큼, 딱 그만큼의 기대는 과연 내 삶을 깊게 만드는가, 아니면 얕게 흔들고 있는가?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 2달러보다 더 소중한 것을 나는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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