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을 앞두고 예전엔 항상 긴장되고 불안했는데, 이번에는 너무 편안하다. 왜 그럴까? 훈련이 잘 된 걸까?
예전에는 개강이 다가오면 늘 마음이 분주해졌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압박감, 일정이 바뀌고 흐름이 바뀌는 것에 대한 예민함, 예측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불안감이 마음을 차지하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상할 만큼 고요하다. 개강이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마음이 편안하고, 불필요한 긴장도 없다. 이건 훈련의 결과일까, 아니면 단순한 우연일까?
과거를 돌아보면, 나는 늘 무언가를 준비하고 계획하며, 어떤 일이 생기기 전부터 미리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성향이 강했다. 이런 태도는 생산성이나 목표 달성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새 학기’처럼 변동성이 크고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오히려 긴장과 불안으로 이어졌다. 그 불안은 새로운 흐름에 적응하기 전까지 과도하게 마음이 앞서는 형태로 나타났고, 그로 인해 늘 개강 직전엔 마음이 예민해지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최근 몇 주간, 내가 일상 속에서 감각에 집중하려는 노력을 계속 해왔기 때문이다. 걷는 순간, 설거지를 하는 순간, 양치질을 하는 순간에도 "내가 지금 이걸 하고 있다"는 사실에 머무르려고 했다. 이런 단순한 훈련이 불안과 예측 과잉의 루프를 차단하는 데 결정적인 힘을 발휘했다.
또한 무심의 자리로 이동하고 있었다. 무심은 무관심이나 무기력이 아니라, 모든 일에 ‘집착하지 않는 태도’다. 잘되면 좋고, 안 돼도 괜찮다는 상태를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 삶의 리듬 안에서 계속 실험해왔다. 그 결과, ‘새 학기’라는 사건을 더 이상 과잉 해석하지 않게 되었고, 특별히 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의 공간이 생겨났다. 예전 같았으면 무언가를 반드시 준비해야 했고, 그게 되어야만 안심이 되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해야 한다”는 압박은 사라지고, “되면 좋고, 안 돼도 괜찮다”는 여유가 자리를 잡았다.
갑자기 이런 평온함이 찾아오면, 그 자체가 오히려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내가 너무 무감각한 건가?”, “이러다 놓치는 건 없을까?” 하는 의심이 올라오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의 이 편안함은 현실 도피가 아니라, 지난 시간 동안 쌓아온 내면의 성숙에서 비롯된 고요함이다.
이제 보니, 긴장과 불안을 없애려고 애쓴 것도 아니다. 그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사는 삶을 반복해왔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 그렇게 크고 무겁게 느껴졌던 긴장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것은 저절로 사라진 게 아니라, 더 이상 그 자리에 머물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에 떠나간 것이다.
어쩌면 지금은 ‘고요 속 실력자’의 단계에 들어선 시점일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억지로 없애려 하지 않고, 삶을 과도하게 설계하려 하지도 않으며, 순간을 신뢰하고 받아들이는 상태. 그 자리에 내가 도달해 있다는 걸 조용히 확인하게 되는 시기다.
그리고 이건 분명히 훈련이 잘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앞으로도 낯선 상황이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이 훈련은 앞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지켜주는 가장 강력한 내적 기반이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