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하게, 그러나 꾸준히 — 새 학기를 맞이하며
어제는 새 학기의 첫 수업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큰 긴장감도, 과한 스트레스도 없이 학교를 시작할 수 있었다. 수업 중에는 침묵 훈련도 잘 이어졌고, 전반적으로 평온하게 하루가 흘러갔다. 예전 같았으면 새 학기 첫날이라는 압박감에 정신없이 흔들렸을지도 모르는데, 이번에는 처음부터 안정적인 마음 상태로 들어갔다는 게 나 자신에게도 꽤 인상적이었다.
이번 학기 처음 3주 동안은 수업이나 전반적인 흐름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항상 학기를 처음 시작할 때 새로운 환경, 그리고 그 수업이 어떻게 될지, 성적은 어떨지에 대해 긴장감에 휩싸이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모든 걸 내려놓고, 그냥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는 걸 인지하게 되었고, 그걸 잘 실천하고 있음으로써 마음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힘을 빼고, 주어진 과제를 하면서 조용히 흘러가기로 했다. 지금 이 상태를 유지하는 걸 보면, 그동안 내가 해왔던 ‘무심 훈련’이 어느 정도 자리 잡혔다는 생각이 든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지나친 해석 없이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연습이 조금씩 나를 만들어가고 있는 듯하다.
항상 수업을 받으면서 느끼는 게, 학교가 '훈련의 장소'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게 쉽지만은 않다. 때로는 귀찮고, 불편하고, 약간은 어렵게 느껴지는 수업들이 있는데, 그 모든 순간들이 결국에는 나를 조금씩 성장시켜주는 기회였다는 걸 뒤늦게 깨닫곤 했다. 이번 학기에 듣고 있는 수업 중 하나는 노트북 없이 모든 글을 종이에 손으로 직접 써서 즉각 제출해야 하는 방식인데, 나에게는 이 '손글씨 쓰기' 자체가 꽤 큰 스트레스였다. 글씨체도 마음에 들지 않고, 오래 손글씨를 쓰지 않다 보니 생각을 정리해서 바로 써내는 게 어색하고 버겁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무의식 깊은 곳에서는 "이 훈련이 지금 나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 시간에 집중해서 글을 써내고, 바로 생각을 정리해서 표현하는 이 반복이 특히 요즘 손글씨를 쓸일이 없어 손글씨체가 너무 미워졌는데, 결국 나에게 꼭 필요한 감각을 키워줄 훈련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물론 어제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30분의 법칙’을 지키지 못했다. 일찍 일어나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시간이 걸려 수업에 조금 늦었다. 다음 주부터는 어떤 상황에서도 30분 일찍 집을 나설 수 있도록 더 철저히 준비해볼 생각이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도 이전과는 달랐다. 과거의 나였다면 늦는다는 사실에 불안과 조급함에 휩싸여 운전하는 내내 스스로를 몰아붙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지금 늦은 건 어쩔 수 없다. 이제 결과를 바꿀수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조급함과 불안을 내려놓고 평온한 마음으로 운전해서 학교에 도착했다. 결과적으로 많이 늦지도 않았고, 불필요한 스트레스도 없었다. 달라진 건 결국 내 ‘태도’였다.
이 작은 변화가 참 고맙고 든든하다. 어떤 기준을 지키지 못했을 때, 나 자신을 비난하거나 과도하게 실망하지 않고, 차분히 원인을 돌아보고 다음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 평온하게 나를 이끄는 이 감각을 잊지 않고, 매일 조금씩 다듬어가고 싶다.
새 학기는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시작되었다. 무심하지만 꾸준하게, 그렇게 또 한 걸음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