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10]무서움 너머의 깊은 수면을 찾아서

by Irene

무서움 너머의 깊은 수면을 찾아서

어릴 적부터 나는 어둠이 두려웠다. 불을 끄고 침대에 누우면, 금방이라도 무언가 나타날 것 같은 상상에 휘둘렸다. 불안은 곧 현실이 되었고, 결국 불을 켜둔 채 잠드는 것이 습관처럼 굳어버렸다. 그 작은 불빛 하나가 나를 지켜주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밤에는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함이 없었다. 깊게 잠들지 못한 듯한 찌뿌둥함이 하루를 시작하게 만들었고, 머리는 자꾸만 무거웠다. 마음 한편에서는 알고 있었다. 이건 진짜 휴식이 아니라는 것을.


어제는 조금 달랐다. 여전히 어두운 방이 무서웠지만, 이번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불을 끈 채 침대에 누웠다. 처음엔 심장이 조금 빨리 뛰었고, 낯선 공포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하지만 그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그대로 느끼기로 했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며. ‘지금 이 어둠은 나를 해치지 않아. 그냥 밤일 뿐이야.’


놀랍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이완되었고, 생각보다 빠르게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 눈을 떴을 때 느낀 상쾌함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몸이 무겁지 않았다. 온전히 자고 일어난 기분이었다. 내가 무서움을 조금 견뎌낸 대가로, 내 몸은 더 깊은 휴식을 허락해준 것 같았다.


왜 불을 끄고 자면 수면의 질이 좋아질까?

이 경험에는 분명한 과학적 근거가 있다. 수면은 단순히 눈을 감고 쉬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이 회복하고 재정비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그 핵심에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있다.


멜라토닌은 우리가 어두운 환경에 있을 때 뇌에서 분비되며, 졸음을 유도하고 자연스럽게 수면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빛이 있는 환경에서는 이 호르몬의 분비가 억제되어, 수면 유도 기능이 떨어진다. 특히 인공조명이나 스마트폰 불빛 같은 ‘청색광(블루라이트)’은 멜라토닌 분비를 크게 방해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즉, 불을 켠 채 잠드는 것은 수면 호르몬의 자연스러운 리듬을 무너뜨리는 행위였던 셈이다. 내가 느낀 찌뿌듯한 아침은, 몸이 충분히 회복하지 못한 신호였을지도 모른다.


몸은 어둠을 원한다

이번 경험을 통해 내가 배운 건 단순히 ‘불을 끄고 자면 좋다’는 정보 이상의 것이었다. 때로는 아주 작은 용기 하나가 내 몸의 리듬을 되찾게 한다는 점, 그리고 그 안에서 진짜 회복이 일어난다는 사실이었다. 무서움은 여전히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무서움을 견디는 힘이 생겼고, 무엇보다 그 너머에 있는 평온함을 알게 되었다. 이건 단순한 습관의 변화가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을 더 건강하게 쓰는 방식에 가까웠다.


앞으로도 나는 조금씩 익숙해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어둠 속의 고요함이 두려움이 아니라 위로로 다가오는 날도 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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