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내 몸은 자동으로 산책 모드로 접속되었다.
마치 정해진 의식이라도 되는 것처럼 나는 속으로 말했다.
“오늘도 15분 산책 시작. 건물 한 바퀴 돌고 오자—✦”
교실에서 살금살금 빠져나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딩—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나는 아무 생각 없이 1층을 눌렀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평소라면 4층 라운지에서 떠들썩해야 할 풋볼팀이
왜인지 오늘은 1층에 떼로 앉아 있었다.
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해석했다.
“아, 오늘은 2층 원정인가 보네. 뭐 그럴 수 있지.”
정문 쪽으로 걸어가며 음악을 고르고 있었고,
내 머릿속은 산책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바로 그때—
풋볼팀 리더가 갑자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로 튀어 오르는 수준으로.
그리고 내가 걸어가는 방향으로
뚜벅, 뚜벅— 걸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당연하다는 듯 생각했다.
“아, 리더네.
저기 자판기 있으니까 간식 사러 가나 보다.”
하지만 그 순간, 뒤에 있던 풋볼팀 친구들이
우우우↗↗ 하고 소리를 질렀다.
완전 신난 분위기였다. 이상할 정도로.
나는 그 반응을 보고도 아무 의심 없이 이렇게 생각했다.
“아, 오늘 리더가 한 턱 내나 보네. 다들 좋아하네.”
그렇게 자연스럽게 리더 뒤를 지나 정문 쪽으로 걸었다.
그러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리더가 갑자기 뒤를 확! 돌아봤다.
그리고 나와 눈이 딱 마주쳤다.
그의 얼굴은
말도 안 되는 붉은색이었다.
토마토를 한 번 더 데친 색깔.
정말로.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 뭐지?
나를 못 봤나?
왜 갑자기 뒤돌아보지?
얼굴은 왜 이렇게 빨개… 운동부는 혈액순환이 진짜 좋구나.
그러나 산책 모드가 99%를 차지한 뇌는
그 모든 것을 아주 시원하게 무시했고
나는 그대로 정문을 통과했다.
정문을 나서는 순간, 방목된 토끼 모드 ON.
햇빛은 따뜻했고—
바람은 상쾌했고—
음악은 이상할 정도로 잘 들렸다.
나는 말 그대로 폴짝폴짝 뛰며 캠퍼스를 돌았다.
꽃도 툭 만지고,
나무도 쓰다듬고,
작은 아이처럼 신나서 자유의 토끼마냥 폴짝폴짝 한 바퀴를 걸었다.
세상 너무 좋다.
햇빛 오늘 왜 이렇게 천재야.
나 지금 행복 자체야.
그렇게 완벽한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정문을 지나는데
풋볼팀 쪽 분위기가… 이상했다.
적막.
숨소리도 없음.
모두가 나를 쳐다보는 느낌.
그래도 나는 이렇게만 생각했다.
“왜 이렇게 조용하지?
수업 시작하는데 왜 안 올라가지?
뭐, 운동부니까 그럴 수 있지.”
그리고 아주 평온하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갔다.
문이 닫히기 직전, 내 마지막 생각은 이것뿐이었다.
“오늘 산책 너무 성공적이다—✧ 힐링 100%.
이제 수업이나 들으러 가자.”
나는 정말 몰랐다.
리더가 왜 뒤돌아봤는지,
왜 그렇게 빨개져 있었는지,
왜 풋볼팀 전체가 숨을 멈추고 나를 지켜봤는지.
나는 그저,
산책이 너무나 즐기던 자유의 토끼였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