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늘어날수록 시작은 늦어진다.

by I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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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법칙: 생각이 늘어날수록 시작은 늦어지고, 일은 무거워진다


사람은 보통 “잘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잘하려는 마음이, 이상하게도 일을 더 느리게 만든다. 더 정확히 말하면, 어떤 일을 하려고 마음먹는 순간부터 생각이 개입되기 시작하면 시간은 지연되고, 그 지연된 시간만큼 그 일은 점점 더 힘들어진다.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생각이 들어오는 순간, 일은 ‘행동’에서 ‘과정’으로 바뀌고, 과정은 다시 ‘부담’으로 변한다.


내가 경험으로 발견한 건 아주 단순한 사실이었다. 나는 뭔가 하려고 할 때, 오늘 할 일의 목록을 적어놓고 그걸 계속 머릿속에서 굴린다. 신기한 건 이거다. 목록을 적는 순간부터 끝내는 게 아니라, 목록을 ‘생각하는 일’이 새로 생긴다. 해야 할 일 하나가 “실제로 하는 행동”이 아니라 “계속 생각해야 하는 숙제”가 된다. 그래서 어느 순간 나 자신이 반복하는 패턴을 보게 됐다.


예를 들어 너무 쉬운 일, 거실에 있는 물건을 방으로 옮기는 일. 이건 사실 그냥 들고 옮기면 1분이면 끝난다. 그런데 내 행동은 다르다. “나중에 옮겨야지.” 그리고 그 ‘나중에’는 또 나중에가 된다. 심지어 더 웃긴 건, 나는 가끔 그 물건을 중간까지 옮긴다. 거실에서 방으로 옮길 거라면서, 현관 앞이나 복도까지 옮겨 놓고 다시 멈춘다. 그리고는 다시 생각한다. “나중에 마저 옮겨야지.”


이건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다. 구조적으로 보면 ‘완료’가 아니라 ‘연기’가 습관이 된 상태다. 그리고 이 연기는 일을 끝내지 않은 채로 시야에 남겨둔다. 시야에 남아 있다는 건 뭘 의미하냐면, 내 머리와 감정의 저장 공간을 계속 차지한다는 뜻이다. 물건 하나가, 내 하루의 정신적 전력을 조금씩 계속 소비한다. 여기서 핵심은 이것이다. 작은 일은 “행동”으로 끝내면 작다. 하지만 작은 일을 “생각”으로 보관하면 커진다.


그리고 이 구조는 더 큰 일에서 훨씬 더 강하게 나타난다. 내 루틴에 “하루에 한 장씩 손편지 쓰기”를 새로 넣는다고 해보자. 손편지 한 장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바로 쓸 수 있다. 그런데 내가 그걸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는 시간이 아니라 ‘생각의 개입’ 때문이다. “이거 하고 나서 써야지.” “저거 하고 나서 써야지.” “근데 내용은 뭐라고 하지?” “이걸 이렇게 써야 되나?” “저렇게 하면 이상해 보이나?” “어떤 문장으로 시작하지?” “받는 사람은 어떻게 느낄까?” 생각이 길어진다.


생각이 길어지는 순간, 일은 복잡해진다. 원래는 손편지 한 장이었는데, 머릿속에서는 ‘완벽한 편지’가 되어버린다. 그러면 그 한 장을 쓰는 데 필요한 시간보다, 그 한 장을 미루는 데 쓰는 시간이 더 커진다. 결국 손편지 하나가 “나중에 해야지”로 밀리고, “어떻게 해야 하지”로 늘어나고, “이렇게 하면 어떡하지” “저렇게 되면 어떡하지” 같은 불안까지 합쳐져서, 마치 하루 전체를 다 써야만 끝낼 수 있는 일처럼 느껴진다. 실제로는 짧은 행동인데, 생각과 시간이 붙는 순간 그 일이 내 하루의 에너지를 통째로 잡아먹는 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오히려 단순했다. 오늘 손편지를 쓰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깊이 생각하지 말고, 나중에라는 말도 붙이지 말고, 내용은 뭐로 하지도 먼저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써야 한다. 쓰면 써진다. 일단 쓰기 시작하면 문장은 따라오고, 형태는 잡히고, 완성은 도착한다. 그리고 끝내고 나서 다음 일을 하면 된다.


내가 경험하면서 느낀 건 이거였다. 무엇이든 계획을 잡는 순간, “나중에”가 들어오고, “어떻게 하지”가 들어오고, “이게 되면 어떡하지” “저게 되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이 들어오고, 그 생각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로 뭉쳐진다. 그러면 원래는 작은 일이었는데, 통합된 덩어리로 커져서 엄청 힘든 일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나중에, 내일, 여기까지 하고 올리고 같은 방식으로 삶을 미루는 게 아니라, 지금 바로 하는 것이 필요했다.


결국 내가 깨달은 ‘인생의 법칙’은 이것이다. 새로운 걸 시작할 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더 잘하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뒤로 미루지 않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보이는 걸 바로 처리하고, 떠오른 루틴을 바로 실행하고, ‘생각으로 준비’를 오래 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한 번 시작이 붙으면 나머지는 자동적으로 따라온다. 인생은 계획으로 굴러가는 부분도 있지만, 실제로는 ‘지금 바로’ 움직이는 사람 쪽으로 훨씬 더 많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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