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평생 풀어야 할 내면의 숙제와도 같다.

by I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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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은 감정이기 이전에, 하나의 구조다. 삶 속 어디에나 스며 있으면서도, 명확히 정의되지 않는 이 감정은 마치 짙은 안개처럼 나를 감싼다.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고, 덜어내려 해도 다시 스며드는 안개처럼, 외로움은 그렇게 조용히 존재한다.


나는 오랫동안 이 감정과 공존해왔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외로움은 단순히 누군가가 곁에 없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온전히 살아내지 못할 때 밀려오는 정서적 공허라는 것을.


외로움을 타인으로 채우려 한다. 연락처 목록을 채우고, 대화창을 열고, 만남을 반복하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위장을 한다. 하지만 외로움은 관계로 메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얕은 관계는 외로움을 더 날카롭게 만든다. 외로움은 어설픈 위로보다 고요한 고독 속에서 비로소 가라앉는다.


혼자 있을 때 외로운 건 자연스럽다. 하지만 둘이 있으면서 외로운 건 비극이다. 그것은 내면의 구조가 아직 비어 있다는 신호다. 내가 나와 깊이 연결되어 있지 않다면, 아무리 많은 사람이 곁에 있어도 결국 '버려진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외로움을 다룬다는 건, 그 감정을 없애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통과하게 허락하는 일이다. 두려움 없이, 덮어두지 않고, 그 감정이 내 안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바라보는 것이다.


외로움은 평생 풀어야 할 내면의 숙제와도 같다. 이는 외부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오직 나 자신에게서만 답을 끌어낼 수 있다.


나는 그런 외로움을 때때로 고요로, 때로는 고독으로 바꾸었다. 혼자 있는 시간 속에서 내 목소리를 더 선명히 듣고, 비워낸 자리에 나만의 리듬을 채워 넣는 연습을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내면의 안정감은, 누군가의 말 한 마디에도 흔들리지 않게 했고, 떠나는 사람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게 했다.


행복하기 전에, 성공하기 전에, 사랑하기 전에 반드시 필요한 시간은 바로 이 ‘혼자만의 고독’이다. 그 고독을 견딜 수 있을 때, 사람은 타인과 함께 있어도 자신을 잃지 않는다.


삶은 챕터로 나뉜다.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 전, 누구에게나 공백의 시간이 찾아온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누구도 손을 내밀지 않는 기다림의 시간. 그곳이 바로 외로움의 공간이다.


그 공백을 견딜 수 있을 때, 우리는 새로운 장면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외로움은 삶의 축을 정렬하는 깊은 밤과도 같다.


외로움을 통과한 사람은 더 이상 타인에게서만 의미를 구하지 않는다. 사랑하되 의존하지 않고, 함께하되 자신을 잃지 않는다. 나는 안다. 행복은 단지 ‘함께 있음’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혼자 있어도 무너지지 않는 내면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외로움은 고장 난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삶을 다시 세우는 어둠의 밤이다. 그 밤을 온전히 견뎌낸 자만이, 다음 날의 빛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다.


https://medium.com/@irenekim1b/%EF%B8%8F-loneliness-is-not-a-feeling-its-a-structure-69408962dd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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