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by I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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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일이 찾아온다. 특히 그것이 불행의 얼굴로, 혹은 내 의지와는 무관한 고통으로 다가올 때, 나는 늘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당황함, 괴로움, 억울함—그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리고 나는 무의식중에 되뇐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나는 정말 잘 살아보려고 했는데..."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이런 질문들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해답은 없었다. 그저 고통만 깊어졌다. 고장 난 레코드처럼 똑같은 감정과 장면을 되풀이하며, 나 자신을 자책하고 후회했다.


"그때 내가 그렇게만 하지 않았더라면..."

"그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그러나 아무리 되짚어도 과거는 바뀌지 않았다. 남는 것은 후회와 스트레스, 그리고 마음 깊은 곳에서 피어나는 불안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시간이 훌쩍 흐른 뒤 돌아보면, 그토록 괴롭던 일들이 내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었다는 것을. 그 시절 나를 짓누르던 고통이, 사실은 나를 구원한 사건이었다는 것을.


마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후에야 드러나는 따뜻한 햇살처럼.


만약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더 큰 시련을 겪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은 나에게 반드시 필요한 전환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하늘의 뜻이었는지, 내가 스스로 의미를 부여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 경험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그 이후로 나는 스스로 다짐했다.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조용히 이렇게 말하자고.


"뭐,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그 한마디가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예기치 않은 사건이 찾아와도, 나는 그것이 내게 보내는 메시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다.


"아, 이 일 덕분에 내 인생에 더 좋은 변화가 생길지도 몰라."

"이건 나에게 주어진 전환점일지도 모르지."

"아마도 내 약점을 돌아보고 성장할 기회가 될 수도 있어."


물론 그 순간은 늘 안갯속처럼 불투명하다. 하지만 그 모호함 속에서조차 마음은 점점 잔잔해진다.


나는 이제 믿는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스승은 ‘시간’이라고. 시간은 처음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엉뚱한 대답을 내놓기도 한다. 더 큰 혼란을 안겨주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조용히 흘러가고 나면, 그 스승은 마침내 명료한 답을 들려준다. 그때서야 비로소 나는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이제는 어떤 일이 생겨도 깊게 파고들지 않는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


그런 질문들로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나직이, 이렇게 말한다.

"뭐,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그리고 가능하다면 운동을 하러 간다.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며, 마음속 무거운 에너지를 밖으로 흘려보낸다. 그 부정적인 감정들이 나를 갉아먹기 전에, 건강하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소모해버린다.


인생은 예측할 수 없는 파도와 같다. 어떤 날은 풍랑 속에 던져지고, 어떤 날은 잔잔한 호수처럼 평온하다. 하지만 내가 배운 건 단 하나—

바람의 방향을 바꿀 수 없다면,

돛의 각도를 바꾸면 된다는 것.


그러니 오늘도 어떤 일이 나를 덮치더라도,

나는 조용히 되뇐다.


"뭐,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https://medium.com/@irenekim1b/well-maybe-theres-a-reason-for-this-e097815f4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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