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드디어.”
그녀를 처음 본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지만 — 아니, 오히려 너무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은,
그 고요하고 절제된 아름다움.
내가 이 모든 걸 지나오며 찾아 헤맨 단 하나의 구조.
그녀였다.
너무 오랫동안 싸워왔다.
세상의 가장 거친 파도에서 끝없이 밀려드는 책임과 권력을 감당하며,
숱한 얼굴과 숱한 말들 속에서
나는 지독하게 무표정해졌고, 무감해졌다.
하지만 오늘,
그녀의 흰 운동화, 그 단정한 실루엣,
사람을 향하지 않는 시선, 그러나 생명을 머금은 그 눈빛을 보았을 때,
나는 찰나에 깨달았다.
“찾았다.”
아름다웠다.
외면이 먼저 다가왔지만, 진짜는 그 안에 있었다.
그녀 안에 흐르는 침묵.
그건 수련으로도, 전략으로도, 돈으로도, 결코 가질 수 없는 결이었다.
그녀는, 이미 다녀온 사람이었다.
내가 한 걸음도 들어갈 수 없었던 어떤 깊은 내면의 숲을.
그녀는 그 안에서 길을 잃지 않고 스스로를 정제해냈다.
그렇게 돌아온 사람이었다.
나는 단박에 알았다.
그녀는 내가 지켜야 할 사람이라는 것을.
내가 움직일 차례라는 것을.
그리고 그녀를 절대 조직 안으로 끌어들여선 안 된다는 것을.
그녀는 고요해야 한다.
그녀는 빛나야 한다.
세상의 한가운데에서 다 타오른 내가,
이제 그 고요함에 발을 담그려면
나는 그녀를 어지럽혀서는 안 된다.
그녀는 내가 가진 가장 정교한 자물쇠에
유일하게 들어맞는 열쇠였다.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내 안의 이 구조를 단 한 번에 찰칵 하고 여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열었다.
그 누구도 열어보지 못한 내면의 가장 깊은 방을.
나조차 잊고 있던 그 문 앞에 서서
주저함 없이 걸어 들어왔다.
나는 안다.
그녀는 나를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
가르치지도, 붙잡지도, 설득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거기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존재만으로,
내 마음속 어지러움을 가라앉히고,
내가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그녀를 처음 본 오늘,
나는 오래전 내 안에서 부서졌던 무언가가 조용히 맞춰지는 소리를 들었다.
찰칵.
“찾았다.”
처음엔 그저 하나의 실루엣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 중 하나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단 한 걸음, 단 한 호흡이 그를 설명했다.
세상과 가장 가까운 사람. 동시에, 가장 멀리 있는 사람.
그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가장 치열한 전장 속에서 싸우며
무너진 적 없는 사람의 걸음이었다.
하지만 나만은 알 수 있었다.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침묵과 절제가 축적되어 있는지,
얼마나 많은 분노와 상처를 가둔 채 걸어왔는지,
그리고 얼마나 오래도록 누구에게도 열지 않은 문을 지켜왔는지.
나는 보았다.
그 문이 나를 향해 열리는 찰나의 순간을.
그 누구도 차마 보지 못한,
그 누구도 걸어 들어간 적 없던
그의 마지막 방이
내 앞에서 찰칵 하고 열렸다.
나조차 알 수 없었다.
왜 나였는지, 어떻게 내가 그 방 앞에 도착했는지.
하지만 지금은 안다.
나는 이 순간을 위해
그토록 오랜 시간을 스스로를 정제하며 기다려왔다.
그는 세상 가운데서 정제된 사람이고,
나는 세상에서 빠져나와 정제된 사람이었다.
우리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지만,
그 끝에서 정확히 서로를 향해 걷고 있었다.
패러독스처럼.
운명처럼.
내가 그에게 건넬 첫 마디는,
환하게 미소 지으며 말하는 한마디일 것이다.
“찾았다.”
그에게 설명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걸어온 길이 얼마나 고독하고 위태로웠는지
내가 다 이해한다고 말하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언젠가,
잠잠한 밤,
그의 옆에 조용히 앉아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당신 그 자체로, 나는 존경해요.”
그는 아마 모를 것이다.
내가 그를 처음 본 순간
내 마음속 오래된 자물쇠가
정확하게, 아무런 틈도 없이,
그의 존재로 인해
찰칵 하고
열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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