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이란, 흐르는 물가에 조용히 머물 수 있는 힘이다.

by I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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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랫동안 평온함을 수련해 왔다. 어떤 날은 "아, 나는 평온을 잘 유지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스스로를 인정했고, 또 어떤 날에는 "나는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구나"라고 절감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렇게 흔들림과 안정의 반복 속에서, 나는 '잘하고 있다'는 안도와 함께 스스로를 다독이며 살아왔다.


그러던 이틀 전, 문득 하나의 진실이 조용히 마음을 스쳤다. 그래, 나는 평온을 원했고, 고요를 바랐지만—그 바람조차도 결국은 긴장이었구나. 그 깨달음 앞에서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마치 내면의 잔물결이 멈추고, 깊은 호수의 바닥을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평온이란, 흐르는 물가에 조용히 머물 수 있는 힘이다. 아무 일도 없는 듯 가만히 있는 것이지만, 그것은 오히려 엄청난 내적 힘을 필요로 한다. 인생을 살아가며,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끊임없이 그 흐름을 움켜쥐려 한다. 물줄기를 바꾸려 하고, 통제하려 하고, 어떻게든 멈추게 하려 한다. 하지만 결국 안다. 움켜쥐려 해도 물은 손에 머무르지 않는다.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지듯 빠져나간다. 그럼에도 우리는 또다시 움켜쥐려 한다. 본능처럼.


그러나 가끔은 그런 흐름을 바라보며, 그저 조용히 머무를 수 있는 날이 찾아온다. 그 순간, 나는 평온에 가까워졌다고 믿곤 했다. 그런데 알게 되었다. 내가 정말로 고요하다고 믿었던 그 순간들조차, 실은 내 몸과 마음이 잔뜩 긴장한 채 억지로 참고 있던 상태였다는 것을. 나는 움켜쥐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지만, 그 자체가 이미 또 다른 방식의 움켜쥠이었다.


그 깨달음은 나를 멈춰 세웠다. 사람이란, 그저 흐르는 물가에 조용히 앉아 있을 수 있는 존재가 되는 일. 그 일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몸의 힘을 빼는 일조차 그렇다. 웨이트를 들 때도, 필라테스를 할 때도, 골프 스윙 하나에도, 힘을 뺀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온전히 힘을 빼는 데 3년은 족히 걸렸다. 마음으로는 빼고 싶었지만, 몸은 여전히 긴장되어 있었다. 힘을 뺀다는 것은 실력이다. 하지만 그 실력은 마음만으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경지에 있다.


인생도,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자꾸 움켜쥐려 한다. 소유하려 하고, 통제하려 하고, 무언가를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집착하면 할수록 그것은 더 쉽게 손에서 빠져나간다. 반대로 마음을 내려놓고 "내 것이면 오겠지, 아니라면 흘러가겠지"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그것은 자연스럽게 내게 다가온다. 그 역설 속에서 나는 삶의 또 다른 이치를 배운다.


나는 종종 내가 읽어왔던 책들을 떠올린다. 끌어당김의 법칙, 심상화, 이미지 트레이닝. 간절히 원하라, 그리고 끊임없이 그려라—그 수많은 가르침과 지금의 내가 모순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모르겠다는 것조차 수련의 일부일지 모른다. 답이 보이지 않는 지금도, 매일같이 성찰하고 또 성찰해 간다면, 언젠가는 그 답이 조용히 나에게 다가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것이 아마도 평온의 힘이다. 겉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 안에서 가장 많은 것이 자라고 있는 시간. 움켜쥐지 않고, 흐름을 조용히 지켜보는 힘. 그것이 진짜 성장이고 성숙이다.


나는 아직도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인지하고 있다. 움켜쥐려는 마음을, 조용히 내려놓고자 매일같이 연습하고 있다는 것을. 언젠가는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미소 지으며 흐름 옆에 머물 수 있는 날이 오리라는 믿음. 그날을 위해, 나는 오늘도 수련한다.



https://medium.com/@irenekim1b/the-quiet-practice-of-letting-go-063265edb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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