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언제나 시끄럽고 요란하다.

by I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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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언제나 시끄럽고 요란하다. 깨어나자마자 눈앞에 펼쳐지는 영상, 뉴스, 그리고 피드 속 자극적인 말들은 새벽의 적막을 단숨에 찢어버린다. 그 첫 자극은 마치 차가운 칼날처럼 하루의 온기를 앗아가고, 고요하게 숨 쉬고 있던 나의 마음은 불청객처럼 밀려드는 외부의 소음에 휘청인다. 그러나 어쩌면, 그 시끄러움이야말로 세상의 본모습일지도 모른다. 세상은 본래 소란스러우며, 요동치며, 끊임없이 말을 건네는 존재이기에. 그리고 나는, 그 혼돈 속에서도 잠시의 고요를 갈망하는 이들인지도 모른다.


매일 아침, 나의 고요한 마음 앞에 불쑥 다가오는 말들이 있다. “지금 당신이 돈도, 배경도 없다면 이렇게 하라.” 그 말들은 마치 해답인 양 다가오지만, 실은 깊이를 잃은 자극일 뿐이다. 말의 형식을 빌려 누군가의 감정을 흔드는 데 집중하고, 나를 향해 숨겨진 선언을 던진다. 너는 지금 부족하다고, 뒤처졌다고, 더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낙오자가 된다고. 나는 원치 않았던 정체성—피해자, 실패자, 무능력자—로 곧장 전락한다. 그 영상들은 실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그들은 다만 클릭을 원하고, 나를 불편하게 만들어야 내가 반응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그 불편함은 철저히 기획되었으며, 정밀하게 설계된 고요의 침입자다.


문득, 나에게 질문이 떠오른다. ‘도대체 돈이 있고, 빽이 있다는 건 어떤 상태를 말하는 걸까?’ 누군가에게 ‘배경’이란 어떤 대학의 간판일 것이고, 다른 이에게는 부모가 물려준 자산일 것이다. 하지만 그 기준은 한없이 모호하고, 끝없이 미끄럽다. 그 경계는 늘 나보다 조금 앞선 누군가에게서 멈추어 있는 듯하다. 그러다 또 다른 깨달음이 찾아온다. 내가 태어난 이 사회, 이 나라 자체가 어떤 이들에겐 꿈에서조차 닿을 수 없는 풍요로움일 수 있다는 것. 지구 반대편, 물 한 모금과 하룻밤의 안식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이들의 삶과 나의 오늘을 나란히 두었을 때, 나는 이미 어마어마한 ‘배경’을 품은 채 세상에 나온 셈이다. 그렇다면 나는 가진 자인가, 부족한 자인가? 그 대답은 비교의 프레임 속에서 끊임없이 변한다. 그리고 그 상대적 진실 속에서, 나는 어느 날은 축복받은 이가 되고, 또 어느 날은 결핍을 느끼는 존재가 된다.


하지만 삶의 본질은, 어디서 시작했는가가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가에 있다. ‘성공했는가?’라는 질문은 외부가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나에게 되묻는다. “지금 이 삶이, 내가 원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외부의 인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 속에서 얼마나 진실하게 살아가고 있는지다. 그 진실은 수치화할 수 없지만, 언제나 정확하다. 세상은 오늘도 요란하다. 혼돈은 내 중심을 흔들려 하고, 수많은 메시지는 끊임없이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나의 중심은 내가 세운다. 어디서 왔는지보다, 지금 어디를 향해 걷고 있는지가 나를 정의한다.


자극적인 영상이 눈앞에 펼쳐질 때, 나는 조용히 알고리즘을 바꾼다. ‘관심 없음’ 그 단 한 번의 선택으로, 나는 내 삶의 조타를 다시 쥔다. 더 이상 나를 자극하지 않도록, 더 이상 내 고요를 침범하지 않도록. 이것이야말로 통제의 시작이다. 나는 내 삶을 선택하고, 내 감정을 보호하며, 내 평온을 지킨다. 내 눈에 무엇을 담을지, 내 귀에 어떤 소리를 남길지, 내 마음에 어떤 감정을 머물게 할지는 오직 나만이 결정할 수 있다. 고요를 해치는 그 어떤 것이라도 나는 무심한 듯, 그러나 단호하게 멀리 둔다. 그것이야말로 나 자신을 지키는 가장 근본적인 힘이다.


나는 그렇게 배워간다. 행복과 성공이란 어디서 시작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지키며 살아가는가에 있다는 것을. 고요한 중심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이 진짜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세상은 언제나 시끄럽고, 요동치고, 끝없이 말을 건넨다. 그러나 나는 그 소란 속에서 중심을 세운다. 나를 지키는 법, 나의 고요를 선택하는 법을 배워간다.


https://medium.com/@irenekim1b/the-world-is-always-noisy-and-chaotic-926b3db374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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