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의 서평] <나라면 나와 결혼할까?>를 읽고

후이 지음, 미디어숲 출판 / 최인애 옮김

by 채유

나라면 나와 결혼할까? 살면서 한 번쯤은 궁금해하는 질문일 것이다.

제목을 흥미롭게 잘 뽑았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자문해본 적이 있는 공감 가는 주제였기 때문이다. 자라면서 결혼관에 대한 주체적인 사고가 확립되면서부터는 인생에서 결혼이라는 관례적인 요소를 배제하게 되면서 답을 도출하지 않았지만. 알록달록 표지는 2~3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듯, 차분한 분홍과 청색 계열의 파스텔톤 색채에 여성 일러스트를 그려놓았다. 책은 철학이 아니라 사례 위주로 적혀 있어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렵지 않게 읽히고 쓱쓱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1/4 정도 읽었을 때 직감이 왔다. '아, 이거 책을 읽는 시간보다 서평을 쓰는 시간이 더 길겠구나….'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나를 사랑하자. 그리고 나부터 품위와 교양이 있고, 예의와 배려가 있는 사람됨이 되자, 남녀노소 무관하게 타인을 공경하고 존중할 수 있으며 감정에 솔직하고 진정성 있게 살자. 세상을 보다 좋게 나아갈 수 있게.'으로 일축할 수 있겠다.

솔직히 200% 공감하고 나의 인생관과도 부합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대중들에게 도덕책에서 다룰 수 있을법한 인간상에 대한 기대가 녹아 있어 분홍빛 꽃밭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모두가 느끼겠지만, 이 세상은 그렇게 합리적이고 상식적이게 돌아가지 않으니까. 또한, 합격할만한 인간상을 '결혼'이라는 평범한 인생사에 편승한 관문에 빗대어 표현한 부분은 굳이? 싶기도 했다. 중차대한 인생의 빅 이벤트를 준비하면서 매우 신중하고 곰곰이 판단해 PASS/FAIL로 배우자가 될 사람을 선택하는 것은 맞지만, 짚신도 짝이 있다고 어떤 악인의 경우에도 잘 맞는다면 결혼은 할 수 있다. 반대로, 이 책에서 가리키는 아주 이상적인 사람이더라도 짝꿍을 만나지 못했다면 결혼은 못하는 것이다…. 그런 현실을 고려했을 때 꼭 이 책의 내용과 제목이 부합하지는 않는다고 느꼈다. 그리고 살면서 다양한 가치 충돌을 겪는 것처럼, 이 책 안에서도 다양한 사례를 읽다 보면 앞에서 언급한 내용과 언뜻 상반되는 것 같은 마음가짐을 강조하기도 한다. 물론 최선과 최악과 같이 아주 모순적인 상황은 아니고, 차라리 스스로가 최선을 행할 수 없다면 한계를 받아들이고 차악(혹은 차선)을 선택하라는 맥락이긴 하다. 내용이 서로 다른 장에 있던 것도 아니고 연달아 이어지는데 읽으면서 혼선이 있었기에 적어본다.


결국 인간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지속해야 하는 것도 사람이고, 작든 크든 사회 속 일부가 되어 살아가는 것도 사람이다.

나는 비록 도덕적인 인간상에 대해 비관적이게 되었지만, 누군가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에 대해 열심히 설파하고 교육하며 그것에 후천적으로 영향받은 일부는 좋은 인간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실천하고 노력하는 것에 대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루하루 인류애 점수가 마이너스를 경신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쳐 돌아가는 듯한 세상 속에 동화되지 않고 누군가는 선한 영향력을 행하고 있기에 아직은 살만한 것 같다. 언젠가 나의 고갈된 에너지가 채워지고 희미해진 목적의식이 다시금 뚜렷해진다면, 그들과 같이 걸음을 함께 하여 길남이와 나사에게 떳떳하고 당당한 방향으로 향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공감 글귀>

'바로 행운이 오기 전부터 스스로에게 빚을 남기지 않는 사람들이었다는 점입니다.', p11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뿐이다.', p82

'다른 사람이 나를 도와주는 건 정분이고, 내가 나를 돕는 건 본분이여.', p99

'이처럼 적절히 거절할 줄 아는 사람은 오히려 거절할 수 있는 권리를 얻는다.', p133

'자신의 인생을 자기 손에 쥐고 싶다면 스스로 분명한 기준을 세우고 거절해야 할 때 분명히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p135

'친화력이라는 무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은 내가 생각하는 거리와 상대가 생각하는 거리가 일치할 때뿐이다.', p147

'그러나 그들이 있기에 세상은 비로소 좀 더 살 만한 곳이 된다. 이해와 포용을 조금 더 바라도 좋은 곳이 된다.', p186

'생과 사는 하늘의 뜻에 달렸고, 나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도울 수도, 구해줄 수도 없을 때 상대를 존중하는 최소한의 방법은 눈을 감고 상대의 비참함을 보지 못한 척하는 것이다. 그러니 때로는 관심을 끄도록 하자.', p201

'내 작은 배려가 상대방에게는 절망을 이겨내는 용기가 될 수도 있다.', p208

'우리에게는 세상을 좀 더 정돈되고 질서 있게 만들 의무가 있다.', p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