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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영 변호사 Feb 19. 2024

사기방조 무죄 변론(보이스피싱 체크카드 전달사건)

1. 사건개요

가. 공소사실

나. 공소사실 인부


2. 본건의 경위


3. 정상관계


4. 쟁점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사기범행에 사용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체크카드를 대여하였는지 여부)

가. 증거인부

나. 실질적 진정성립 부인

다. 검사의 미조치

 

 

1. 사건개요

가. 공소사실

1) 전자금융거래법위반

누구든지 전자금융거래에 있어서 사용되는 접근매체를 사용 및 관리함에 있어서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여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경 ~에서 성명불상자로부터 1주일간 통장 사용료 350만 원의 대가를 지급받기로 하고 피고인이 사용·관리하는 피고인 아버지 A 명의 00 은행 계좌(00000000)와 연결된 체크카드 1장을 퀵서비스를 통하여 건네주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대가를 약속하면서 전자금융거래에 사용되는 접근매체인 체크카드 1매를 대여하였다.

2) 사기방조

위와 같이 피고인으로부터 A 명의 00 은행 체크카드를 대여받은 딕슨 000, 왕치 00, 웡 00, 림 000, 저스틴 000 등을 비롯한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경 불상의 장소에서 피해자에게 전화하여 ‘기존 대출금에 대한 대환대출을 하여 주겠다. 금융감독원 예치금이 필요하니 법무사 계좌로 돈을 보내라’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같은 날 위 00 은행 계좌로 300만 원을 송금받아 편취하였다.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사기범행에 사용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위 2의 가항 기재와 같이 A 명의 00 은행 계좌의 체크카드를 대여함으로써 성명불상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사기범행을 용이하게 하여 이를 방조하였다.

 

나. 공소사실 인부

1) 피고인은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피고인은 사용료 350만 원을 받은 사실은 없습니다).

2) 사기 방조의 점에 대하여는 ‘피고인은 사기범행에 사용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는 바’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부인합니다.

피고인은 부도가 난 이후로 현재까지 자살을 시도할 만큼 많은 일들을 겪고 있지만, 타인에게 사기를 치거나 남의 것을 훔치는 행동을 한 사실이 없습니다. 수많은 실패로 인하여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포기하자고 조용히 시골로 내려왔지만, 피고인으로 인하여 많은 채무를 부담하고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옆에서 보면서 순간적으로 유혹을 참지 못하고 통장을 대여하고 돈을 받아 빚을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다는 생각에 체크카드를 대여하고 이득을 취하려는 시도를 한 사실은 있는 바, 위 점에 대하여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행위를 도울 생각은 전혀 없었으며, 피고인이 대여한 체크카드가 보이스피싱 사기범행에 사용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절대로 체크카드를 대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2. 본건의 경위

가. 피고인은 유수대학교를 졸업하고 IT회사를 창업(매출 150억 원 정도)하였으나, 부도를 내고 30억 원에 달하는 채무가 발생하였습니다. 이후 수년정도 2~3차례 사업재기를 하였으나 실패하고 사건이 발생한 그 해 초경 고향으로 내려와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면서 집 근처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나. 피고인은 부도 등의 여러 사정으로 이혼하였으며, 피고인의 자녀는 전처가 양육하고 있습니다.

다. 사건이 발생한 그 해 피고인이 핸드폰을 바꿨는데,

통장을 대여하면 적게는 몇 십만 원에서 많게는 몇 백만 원의 대여료를 준다, 카카오톡으로 문의를 달라’

는 내용의 문자들을 지속적으로 받게 되었습니다.

피고인은 처음에는 위와 같은 내용의 문자를 무시했으나, 금융권 채무 이외에도 가족을 포함한 지인들에 대한 채무만도 수억 원에 달하여 항상 돈에 대한 압박을 받아오고 있었던 피고인으로서는 지속적인 문자를 받게 되자 혹시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라. 사건이 발생한 그 해 7. 2. 오전에도 ‘주류회사인데 통장을 사용하게 해 주면 3일에 240~300만 원 정도의 사용료를 주겠다’는 문자를 받게 되었는 바, 이 날은 문자에 기재되어 있는 카카오톡 아이디로

‘통장을 빌려주면 실제로 돈을 주느냐, 통장을 주면 무슨 일에 사용하느냐”

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마. 상대방은 “주류를 취급하는 회사인데 현금거래가 많다. 세금을 적게 내려면 다른 사람의 통장이 필요하다. 통장을 빌려주면 1주일 사용하고 350만 원을 주겠다”라고 하였습니다. 피고인이 “350만 원이라는 돈을 주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라고 하자, 상대방이 “전화로 대화하자”라고 하면서 전화번호를 알려주어 상대방과 통화하게 되었습니다.

바. 상대방은 피고인에게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체크카드를 보내달라고 하였습니다. 피고인은 “계좌가 없고, 신용불량 상태라서 부친 A 명의의 00 은행 체크카드를 줘도 되냐”라고 했더니, 상대방은 “괜찮다”라고 하였습니다. 상대방은 피고인에게 기사를 보낼 테니 종이상자 같은 것에 반품택배처럼 포장해서 달라고 요청하였는 바, 사건발생 그 해 7. 2. 13:00경 ~에서 상대방이 보낸 기사에게 피고인 부친 명의의 체크카드를 건네주었습니다. 상대방은 체크카드를 3~4일 정도 사용하고 다시 보내준다고 하였습니다.

사. 같은 날 17:00경 “카드를 받았다”는 문자가 왔고, 통장이 정상계좌인지 확인한다면서 5백만 원 정도를 이체할 테니 다시 알려주는 계좌로 이체를 해 달라고 하였고, 얼마 후 약 5백만 원 정도가 피고인 부친 명의 계좌로 이체되어 피고인은 상대방이 요구한 대로 다시 이체를 하였습니다. 이후 30분쯤 지나서 경찰관으로부터 전화가 왔고, “통장이 보이스피싱으로 사용될 수 있으니 상대방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지 말라”라고 하였는 바, 피고인은 깜짝 놀라 다시 경찰관에게 전화하여 “이미 한번 이체한 건이 있는데 어떻게 하냐”라고 묻자, “빨리 은행에 전화하여 지급정지 신청을 하라”라고 하여 피고인은 즉시 은행에 전화하여 신고를 하였습니다(며칠 후 경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피고인에게 카드를 받아간 기사가 경찰의 협력자라고 들었습니다).


3. 정상관계

가. 진지한 반성

피고인은 본건이 발생한 이후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으며, 자신의 잘못에 대하여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다만, 본건 체크카드가 보이스피싱에 사용되리라는 점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였습니다).

 

나. 본건으로 이익을 얻은 바가 전혀 없음

1) 위 성명불상자는 피고인에게 체크카드를 대여하면 350만 원을 지급한다고 하였으나, 이는 거짓말이었는 바, 피고인은 약속한 금원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2) 피고인 역시 위 성명불상자로부터 기망당하여 체크카드를 택배로 발송해 주었던 것인 바, 본건으로 피고인이 이익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음을 참작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다. 동종전과 없고 이종의 벌금형 전과만 존재

피고인 본건 이전에는 동종전과는 없으며, 이종의 벌금형 전과만이 존재합니다.

 

라. 본건의 경위

1) 피고인은 사건이 발생한 그 해 5. 경 핸드폰을 교체한 이후로 지속적으로 통장 대여 시 금원을 지급한다는 문자를 받았지만 이를 무시해 왔습니다. 그런데 거듭된 사업실패로 고향에 내려와 부모님과 지내고 있던 피고인으로서는 연로하신 부모님이 자신으로 인하여 채무에 시달리며 고생하시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힘들어 순간적으로 혹시나 하는 생각에 본건에 이르게 된 것이었습니다.

2) 하지만, 피고인은 부도 이후 현재까지 자살을 고민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겪으면서도 타인에게 사기를 치거나 타인의 것을 탐한 사실이 전혀 없었는 바, 피고인은 주류회사에서 세금을 줄이는 정도의 불법적인 일을 하는데 피고인이 대여한 체크카드가 사용되는 점에 대하여는 인식하고 있었지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위 체크카드가 보이스피싱에 사용되리라는 점에 대하여는 전혀 알지 못하였음을 참작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4. 쟁점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사기범행에 사용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체크카드를 대여하였는지 여부)

가. 증거 인부

1) 증거목록 순번 00번 검사 작성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중 수사기록 000~000쪽: 실질적 진정 성립 부인

2) 나머지 증거에 대하여 모두 동의하고 입증취지를 부인합니다.

 

나. 증거목록 순번 00번에 대한 실질적 진정성립 부인

(현재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 ‘내용부인’으로 증거신청을 기각시킬 수 있지만,

필자가 위 사건을 변론했을 당시에는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피고인이 하지 않은 말이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되어 있을 경우, ‘실질적 진정성립 부인’만 가능했다.)

1) 피고인은 주류회사에서 세금을 줄이는 정도의 불법적인 일을 하는데 피고인이 대여한 체크카드가 사용되는 점에 대하여는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위 체크카드가 보이스피싱에 사용되리라는 점에 대하여는 전혀 알지 못하였습니다.


2) 증거기록 000쪽

  가) 특히 증거기록 000쪽에는

저도 돈이 급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그 기준이 흐려져서
그냥 ‘보이스피싱이라도 어쩔 수 없겠다. 별 수 없다. 돈을 받을 수만 있으면 되겠다’는 생각에서
결국 통장을 넘겨주기로 한 것 같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위 내용은 검찰 진술 과정에 질문에도 없었고 피고인이 대답한 사실도 없는 내용입니다.


  나)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이어도 대여를 했겠습니까”

라는 질문을 받은 사실은 있습니다.


하지만 피고인은 분명히

아니요

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위 당시 피고인은 죄책감에 위 부분을 수정해 달라고 강하게 의견을 피력하지는 못하고 수사관님께 이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는 말은 했지만, 강하게 요청하지는 못하였습니다.

  다) 피고인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2~3일 후 다시 수사관님께 전화하여 “아무래도 이 부분 진술이 잘못되었으니 다시 작성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수사관님은 ”법정에서 다투시면 된다 “고 답변하였습니다.


3) 피고인이 552만 원을 이체한 경위

  가) 피고인과 카카오톡으로 문자를 주고받은 상대방은 피고인에게 “계좌가 문제가 없는 통장인지 몇 가지 확인한다”라고 하였고, “카드는 잘 받았으나, 1차로 이체가 정상으로 되는지 확인한다. 몇 백만 원 정도가 들어올 텐데 확인이 되면 다시 요청하는 계좌로 이체하라”라고 하였습니다.

  나) 피고인이 상대방의 요청대로 이체해주지 않더라도 상대방 스스로 피고인이 넘겨준 체크카드를 이용해서 출금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피고인이 이체를 해주든 안 해주든 새로운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였고 그 사람들이 요구하는 대로 해주어야 사용료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지시대로 이체를 하였습니다.

  다) 만약 피고인이 돈에 눈이 멀어 보이스피싱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체크카드를 대여한 것이라면, 피고인이 이체할 수 있는 상태인 위 금 552만을 피고인이 출금하여 사용하면 될 일이지 굳이 상대방의 지시대로 위 금원을 이체해 줄 이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공소사실 기재와 달리 피고인은 위 체크카드가 보이스피싱에 사용되리라는 점을 알지 못하였습니다.

 

다. 검사의 미조치

변호인이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에 대하여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경우,

검사는 그 조서 작성 과정에 참여한 검찰 수사관에 대해 증인신청을 하는 등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한 피의자의 진술 부분에 대하여 증거능력을 인정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위 사건의 경우 검사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기에 실질적 진정성립이 부인되었고,

결국 본건의 쟁점인,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사기범행에 사용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체크카드를 대여하다는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는 결과가 되어 무죄가 선고된 사건이다.


검사의 미조치의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피고인의 사정을 이해하고 외국인들의 범행에 피고인이 이용당한 것이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인지,

아니면 불성실한 검사라서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였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여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인지 필자는 알 수 없다.


위 사건의 경우, 검사의 미조치로 인하여

증인신문이나 증거 제출 없이

오로지 의견서 제출과 변론만으로 무죄가 선고된 몇 안 되는 사건이 되었다.



범죄란 결국 타인을 자신의 욕구와 감정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행위라 할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타인의 욕구와 감정의 수단으로 이용당한 사람이 피해자가 된다.


그런데,

실무에서 보이스피싱으로 처벌받는 피고인들을 변론하다 보면, 그 피고인들 역시 큰 틀에서는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돈이 절박하게 필요해서 보이스피싱 상부조직에 이용당한 또 다른 피해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보이스피싱 범죄에 관여하게 된 피고인들 역시

돈이 절박하게 필요한 평범한 사람들인 경우가 많았다.


위 사건의 피고인 역시

돈이 필요했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돈이 절박하게 필요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편취하기 위해

돈이 절박하게 필요한 또 다른 누군가(피고인들)를 이용하는 범죄가
바로 보이스피싱이다.


돈을 편취당한 사람은 피해자가 되지만,

보이스피싱 상부조직에 이용당하는 또 다른 누군가는 이용만 당한 채,

보이스피싱의 공범이 되어 처벌까지 받는다.


위 피고인의 경우,

보이스피싱의 공범으로 처벌받지 않게 되어

다행인 사건이었다.



보통 이용을 당하면 피해자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형사법정에서는


이용을 당하면
피해자만 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되어 처벌까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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