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필자는 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산과 바다 중에 선택하라고 하면, 항상 바다를 선택했었다.
사법연수원 시절 연수원에서 단체 등산을 할 때도 투덜투덜 대며 힘겹게 산을 올랐던 기억이 있다.
산을 좋아하지 않아서 산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산이 눈에 들어온다.
아마 어머니가 사고를 당한 2018년 여름부터였던 것 같다.
어머니를 살려야 했지만, 국선전담변호사로 주 5일 재판을 해야 하는 필자는 어머니가 계신 병원에 갈 시간이 일요일 밖에 없었다. 매주 일요일마다 운전을 해서 고속도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 당시에는 마치 필자가 하루만 사는 하루살이처럼 느껴졌다.
하루하루를 버티기 위해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운동을 했다.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면, 오늘 하루도 버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계절이 바뀌는 것도 느낄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매주 일요일마다 고속도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는데,
처음에는 초록색이던 나무들이,
어느 순간 단풍이 들어있었다.
그런데, 단풍이 든 산이 어느 순간 잎이 떨어졌고, 눈에 덮였다.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살면서 일요일마다 고속도로를 운전하던 필자에게
산은 그렇게 계절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때 필자는 산의 나무를 보면서 계절이 바뀌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그 당시 필자에게는
고속도로를 운전하는 필자의 차 안이 오로지 필자 혼자만의 휴식시간이었던 것 같다.
일요일마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면,
그렇게 산이 눈에 들어왔고,
계절도 느끼지 못하고 하루살이처럼 살던 필자에게
산은, 운전하는 동안만이라도 계절을 느낄 수 있도록 휴식을 줬던 것 같다.
지금도 운전을 할 때면 산이 눈에 들어온다.
봄에는 연두색 잎의 나무들이 보이고,
여름이 되면 초록색 잎의 나무들이 보인다.
가을이 되면 단풍으로 울긋불긋한 나무들이 보이고,
겨울이 되면 잎이 떨어지고 눈 덮인 나무들이 보인다.
산이 눈에 들어오고,
계절이 바뀌는 것을 산을 보고 느끼게 된 건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