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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사랑 Feb 21. 2024

나의 미래페이지

모닝페이지에서 미래페이지로


나는 모닝페이지를 미래페이지라고 부르기로 했다.


모닝페이지에 더 이상 쓸 거리가 없어지면서 이제 모닝페이지를 그만 써야 하나 진심으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과거의 내가 아닌 미래의 나에 대해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올해의 목표나, 이달의 목표, 돈을 어떻게 벌 것인가 하는 내용들을 적어나갔다. 그것도 나름 괜찮았다. 매일 마음을 상하게 했던 사람들이나 상황들을 적어가며, 나를 보듬어 가는 시간도 도움이 되었지만 목표를 세우고 어떻게 하면 어제보다 나은 하루를 만들까 고민하는 게 나에겐 더 맞는 작업들이었다.


 나의 미래 페이지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건, <<퓨처셀프-벤저민 하디 作>>라는 책을 만나고 나서부터였다.


 5년 뒤, 10년 뒤 나의 모습을 그려보라는 작가의 말이 매력적이었다. 작가는 내가 되고자 하는 미래의 나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그린 미래의 모습이 될 수 있도록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는 그 당연한 원리와 법칙들을 지키고 결국 성공을 이루어 내는 사람이 아주 소수라는 것도 당연하게 알고 있다.


 나는 그 소수의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그래서 10년 뒤 나의 모습을 그려보기로 했다. 하지만 10분 뒤, 나는 세게, 그것도 아주 세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을 느껴야 했다.

 한참을 고민해도 10년 뒤 내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 거다. 내가 떠올린 건 아이가 중학생이 되어 있는 모습과 나와 남편이 한 10년쯤 나이 들어 있는 모습이 다였다.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이 10년의 시간이 사라져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아, 이렇게 살다 간 내 인생은 여기서 끝이겠구나.


 과거에는 분명 나도 미래를 상상하며 살았었다.

 간호사로 병원에 취직해서 3교대를 할 무렵, 나는 3교대를 유난히 힘들어했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외래 간호사가 되어 정시출근, 정시퇴근을 하며 일해보리라 결심했었다.(외래 간호사는 진료시간에 맞추어 일을 하기 때문에 3교대 근무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모습을 상상하며 힘든 3교대를 버텨냈고 7년 뒤 나는 외래간호사로 발령이 났다. 물론 그곳에서의 일은 내가 알던 것과는 많이 다른 것이었고, 간호사로서 미래를 꿈꾸는 일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남편과 연애를 하며 결혼을 준비할 무렵, 결혼 후 둘이 유럽여행도 다녀오고, 나중엔 예쁜 아이도 낳아 행복하게 사는 걸 꿈꾸었다. 당연한 거 아닌가?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몸에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에게 아이를 가지는 건 아주 조심스럽고 말 그대로 꿈같은 일이었다. 그래도 그냥 상상했다. 일을 그만두고 둘이 같이 유럽행 비행기에 오르는 상상이며, 어느 날 임테기에 두 줄이 떠서 기절할 듯 기뻐하는 모습들을 자주 상상했더랬다. 그리고 이제 결혼 7년 차, 우리는 11일간의 스페인 여행을 다녀왔고 다녀온 그다음 해 정말 기적같이 새로운 생명을 맞이했다. 지금 나는 네 살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확신하지는 못했지만 늘 그런 느낌이 들었다. 간절히 원하는 일이 있고 그 일이 생생하게 상상까지 된다면, 그 일은 언젠가 현실이 된다. 아니면 나한테 신기가 있는 걸지도 모르고.

 하지만 책을 읽으며 알았다. 그건 예감이나 신기가 아니었다. 내 미래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미래를 그리면서 무의식 중에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갔기 때문이었다는 걸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스스로 깨닫지 못했을 뿐 나는 퓨쳐셀프를 직접 경험한 경험자였다.


 그런데 그랬던 내가 미래를 꿈꾸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어릴 때는 잘 때도 꿈을 꾸고, 안 잘 때도 꿈을 꾸는 참 꿈 많은 아이였는데, 나이가 들면서 왜 이렇게 변해버렸는지 모르겠다. 생각의 끝맛이 99프로 다크초콜릿을 먹은 것 마냥 달콤 쌉쌀 씁쓸하다.

 이제 살만해졌다 이거지, 살만해지니까 이제 꿈꾸는 데 게을러진 거지 하는 살만한 자의 달달한 변명과 내 인생 이제 미래는 없는 건가 하는 꿈 없는 자의 생각이 내 머릿속을 무겁고 씁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괜찮다.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이고 깨닫게 해 준 퓨쳐셀프 작가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세상밖으로 나가기를 결심하며 이제 나는 생각만 하며 시간을 보내지 않겠다 다짐했었다.


 그래서 되고 싶은 나를 다시 한번 찾아보기로 했다.


 새롭게 시작할 내 인생 하반기의 모습은 어릴 적부터의 꿈이었던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갑자기 작가라고? 마흔넷에 어릴 적 꿈을 다시 시작한다고? 너무 뜬금없고 황당무계해 보이겠지만, 책의 한 구절이 나의 꿈에게 용기를 주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틀림없이 현재 상황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 대답은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중략) 현재 상황에 따라 목표를 정하는 것은 피했으면 한다. 그보다 당신이 원하는 상황을 머릿속으로 생생하게 그려라. 그것이 현재 상황을 벗어나는 방법이다.'  <<퓨처셀프-벤저민 하디 作, 77페이지>>  


 이 글귀를 보자마자 나는 어릴 때부터의 꿈이었던 작가가 떠올랐고, 내 이름이 박힌 책 한 권이 눈앞에 그려졌다.


 내 이름이 박힌 책이 출간되면 홀로 계신 엄마에게 달려가 제일 먼저 안겨드리고 싶다. 엄마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좋아하실 얼굴이 눈에 선하다. 축하해 주는 남편과 아이의 얼굴도 떠오른다. 이렇게 상상하다 보니 벌써부터 작가가 된 기분이다. 몸이 붕붕 날아오를 것 같다. 진정하자. 땅에 붙어있어야 한다. 나는 아직 한 줄의 글도 쓰지 않았다.

 꿈을 정하자 그다음은 쉬웠다. 5년 후, 3년 후의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위한 미션을 하나하나 미래페이지에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뭐부터 해야 할지 아예 모르는 부분들도 있었다. 글쓰기에 대해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 부분을 알아보는 것을 미션으로 정했다. 수많은 미션들로 미래페이지가 빼곡히 채워져 갔다.

 마지막으로 올해의 목표를 적고 올해 해야 할 미션들을 적었다. 미션들을 12개월로 나누어 세부미션을 만들었더니 월간 목표가 되었다. 다시 4주로 나누어 주간 목표를 만들고, 다시 7일로 나누었더니 매일 해야 할 To Do List들이 만들어졌다. 그중에는 매일의 루틴이 되어버린 것들도 있다. 아침에 쓰는 미래페이지와 매일 정해진 시간에 글을 쓰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이 모든 일이 미래페이지로부터 시작되었다.

얼마나 흥미진진한 하루의 시작이었는지 나는 그 아침을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미래페이지를 시작하면서 시간관리도 시작되었다.


 마침 연말이었고 유튜브에는 시간관리와 다이어리에 대한 영상이 넘쳐났다. 그중 내 눈과 귀를 끌어당긴 건 PDS 다이어리였다.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마침 시간관리용 다이어리에 대한 정보를 만나다니, 이런 걸 타이밍의 마법이라고 해야 할까? 어쩌면 알고리즘의 노예가 되어버린 것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상관없다.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노예면 어떻고 마법이면 어떠랴.

 다이어리까지 쓰게 되면서 2024년 고작 두 달이 지났을 뿐인데 나에게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나는 매일 아침 미라클 모닝을 하며 미래페이지를 쓰고, 1-2시간씩 글을 쓰거나 메모들을 정리해 글감을 모으고 있다. 규칙적으로 독서를 하고 있으며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나면 데이터 라벨링으로 재택 부업을 한다.(돈은 포기 못했다.) 아이를 데려오고 저녁을 준비하고 남편을 맞이하는 일상적인 일을 해나가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얹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물론 피곤하지만 읽고 싶던 책을 다 읽고 새로운 책을 만나기 위해 서점에 가거나 글하나를 완성해 브런치에 올릴 때면 그 뿌듯함이 말로 하기 힘들 정도다. 물론 월급이 들어올 때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일도 하고 육아까지 해 내는 나를 남편은 요새 신기하게 쳐다볼 때가 많다. 나도 신기하다. 불과 석 달 전, 나는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매일 밤 핸드폰으로 부업을 뒤적이며 한숨짓던 평범한 주부이자 엄마였다.


 하지만 나는 변했고 앞으로도 변화할 것이다. 이러다 진짜 작가가 되는 거 아닐까?


그러면 정말 좋겠다. 부끄럽게도 나의 꿈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적어 놓는 이유는 꿈을 적고, 많은 이들과 공유하면 현실이 되는데 훨씬 많은 도움이 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혼자 꿈꾸기보다 이렇게 말하고 나면 남들 시선이 무서워서라도 더 노력을 하지 않겠는가.

이 모든 게 미라클 모닝을 결심하며 시작한 나의 미래페이지 덕이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계속해서 변화할 것이며, 결국 내 꿈은 이루어질 것이다.'

나의 긍정 확언은 앞으로도 매일 쓰일 것이며 나의 변화는 계속되리라 믿는다.


내 미래페이지에 쓰인 꿈이 현실이 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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