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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사랑 Jan 11. 2024

마흔넷, 전업주부에 사표를 내다.

마흔넷, 꿈을 찾다.  

 나는 얼마 전 전업 주부사표를 냈다. 그리고 요즘 필수라는 N잡러가 되었다.

 이제 나는 전업 주부가 아니라 일하는 주부다.

 집에서 아침엔 아이 등원을 시키고, 낮엔 일을 하고, 수입으로 가지고 싶었던 책도 한 권씩 사본다.

 가끔씩은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 1도 없이, 카페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멋지게 앉아 일하기도 한다.

 그전에도 나는 나의 삶을 사랑했고, 행복했지만 퇴사 후 나는 나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마흔네 살 전업주부가 N잡러가 되기까지, 이제 나의 도전과정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들을 적어볼 생각이다. 나를 위해, 그리고 나와 비슷한 그 누군가들을 위해.




 7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나에게도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나는 타고난 집순이다. 어릴 때부터 집에서 노는 걸 제일 좋아했고, 힘든 일이 생기면, 집에서 좋아하는 게임을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천성적으로 집에 있을 때 가장 편안해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막상 전업주부가 되어보니, 집에 있는 시간을 여유롭게 즐기며 살 수만은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집을 좋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엄마가 함께 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사는 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물려받은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남편이 주는 월급으로 빠듯하게 살림하며, 독박육아까지 하고 있다 보면, '차라리 일하는 게 편했지'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거기다 시간이 갈수록 사회에서 나만 도태되어 가는 것 같은 불안감에 우울해지는 날이 많아졌다.

 경단녀 꼬리표는 그 자체만으로도 나를 취업 전선에서 배제시켰고, 점점 더 사회로부터 멀어지게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다 보니까, 이젠 스스로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이제 와서 뭘 다시 하겠어.', '이젠 나이가 들어서 뽑아주지도 않는걸..'

 나 스스로를 이렇게나 가스라이팅 하는 나라는 사람은 정말!

 그렇게 주저앉아 마냥 핸드폰만 보다가 한숨 한 번과 함께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몇 번.


 하지만 나는 얼마 전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기로 했고, 결국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있다. 그리고 더 이상 나 스스로를 주저앉아만 있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 나는 내가 변하고 있구나 하는 사실을 실감하는 중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흐름을 유지하고 싶어서 이곳에 그 과정과 시행착오들을 기록하고, 반성하며 나를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채찍질할 생각이다.

 누가 이 글을 보게 될 진 모르겠지만 이왕이면 나와 같이 변화를 꿈꾸는 집순이 경단녀(남)들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고정 수입 말고 조금의 부수입이 더 필요하다고 느끼는 분들도 나와 함께 공부하고 같이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원래 사람은 무리에 속하면, 나도 모르게 무리를 따라가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다 같이 발전하는 무리가 되면 좋지 않을까?


  더불어 이제부터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변화를 꿈꾸는) 모든 분들은,

  취직 못한다고, 전업 주부로 살고 있다고 주눅 들거나 우울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내가 그랬다)

 '아직도 집에만 있니?' 하고 걱정하는 척 물어보는 이들에게 상처받지도 말았으면 좋겠다.(나는 자주 상처받았었다. 본인 코도 석자면서, 왜 자꾸 남 걱정까지 하시는지..)


 적어도 나는 그들이 걱정 안 해도 될 만큼 열심히 살고 있었고,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그럼에도 가끔씩 나를 위해 돈을 쓸 땐 슬쩍 남편 눈치가 보이기도 했고, 얼른 나가서 일해야지. 사람은 일을 해야 해~ 하는 속 모르는 소리들에 상처도 많이 받아왔다. 직장을 알아보기도 했지만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는 우리 집의 경우엔 출퇴근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더 많았다. 거기다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데리고 출근해야 할 판이다.

 그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찾아볼 생각도 안 했다.  내가 알고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닌 새로운 곳에서 일을 한다는 건 상상조차 한 적이 없었으니까. 이 전 글에 잠깐 언급했지만 나는 간호사다. 전문직의 문제는 나는 이 일에 특화되어 있으니 이 일을 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에 빠져서 산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나는 공부를 해서 간호사 자격증을 딴 것뿐이지, 간호사로 태어난 건 아니지 않은가. 다른 걸 공부하면 안 될 이유가 뭐지?




 생각을 바꾸니 일이 보였다.

 지금의 나는  일이 필요하면 스스로 찾아서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그에 따른 경제적 보상도 받을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이 되었다. 하물며, 출퇴근하느라 진빼지 않고, 집에서 돈도 벌고 여유도 즐기면서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의 내가 도전할 수 있었던 건 생각만 하지 않고 일단 뭐라도 하자!라는 결심의 결과물이다.


 여기까지 읽으면,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뭐라도 하자고? 뭘 했는데? 어떻게? 그쪽으로 지식이나 경험이 있었나?


 절대 아니다. 단지,


'그래도 알고 있었으니까 할 수 있었겠지.'

'난 그쪽 분야 지식이 전혀 없는데 어떻게 하겠어?'


 이런 생각들만 버리면 된다.

 일단 생각과 걱정은 접어두고, 뭐라도 시작하면 반은 성공한 거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생각과 걱정이 너무 많다. 그 수많은 걱정 덕분에 될 일도 안 될 때가 많다.

 할 수 있을까? 걱정만 하고 있는 당신에게 누군가 와서 "힘내세요!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제발 저희 회사일 좀 해주십시오. "하고 부탁하는 일은 천지가 개벽해도 일어나지 않는다. 듣기만 해도 피식 웃음이 나는 일이지 않은가.

 그럼 또 이러겠지? 그래서 뭘 하라는 건데? 뭘?

 요즘은 핸드폰 하나로 뭐든 알아볼 수 있는 세상이다. 지금 당장 부업이라고 초록창에 검색해 보길 바란다.




 내가 처음으로 도전했던 일은 데이터 라벨러였고, 현재도 꾸준히 일이 생길 때마다 하고 있는 일이다.

 우연히 유튜브를 보다가 접하게 된 일이었고, 생전 처음 들어보는 직업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글에서 더 이야기해 보겠지만 아직도 나는 구직 사이트를 매일 한 번씩 들어가 본다. 올해부터는 국가지원이 없어져서 일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찾아보면 재택 일자리를 찾을 수 있고, 여전히 나는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런 걸 막무가내로 그냥 했다고? / 어떻게 하는지 기본지식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나 컴퓨터 못함. / 뭐 또 배운다고 또 돈만 쓰는 거 아닐까?

 근데 어디서 일을 구했지? / 그런다고 고용이 되나?

 

 나도 그랬다. 글로 쓰다 보니 나조차도 신기한데, 어느 순간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집에서 돈 버는 일들을 하고 있고, 그 일들의 시작이 바로 데이터 라벨러였을 뿐이다.

  물론 하는 족족 다 성공했던 건 아니다. 내가 하고 싶다고 회사에서 무작정 일을 주지도 않았을뿐더러, 어렵게 일을 잡아도 내 능력 너머의 일이라, 아이 재우고 밤을 새워 일한 적도 있었다.

 공부도 필요했다. 내일 배움 카드를 만들고 내가 배울 수 있는 국비지원 교육들을 뒤졌다. 세상에 난 왜 이렇게 모르는 게 많을까.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도전했다.

 '처음 하는 일인데 어떻게 처음부터 잘할 수 있겠어. '

이런 마음으로 도전하다 보니, 구직이 실패해도, 일이 어렵다고 느껴져도 그렇게 실망감을 크게 느껴지진 않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도전했던 경험들이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게 해 주었고, 또 다른 일들을 공부할 수 있게 이끌어준 동력이 되었던 것 같다.


 


 

  물론 나는 아직 성공한 사람은 아니다. 성공의 기준이 뭘까 의구심이 들긴 하지만 나는 내가 정한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고 앞으로도 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예정이다.

 이제야 겨우 일을 통해 보람을 느끼고, 돈도 조금씩 벌고 있으며, 여러 가지 일을 통해 새로운 경험들을 쌓아가고 있을 뿐이다.

 위에서도 잠깐 말했지만, 그럼에도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지금 이 순간도 변하고 있는 내 삶을 기록하며, 나에게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고,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과 함께 세상 밖으로 나가보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막, 다시 세상 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어린아이들이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혀나가야 하듯이, 나도 많은 것을 공부하고 부딪치며 배워야 할 것이다.

 이왕이면 더 멋진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일을 준비하며 시간 관리를 시작했고, 꿈에 대해 생각하고 계획하게 되었다. 마치 공기처럼 눈앞에 없으면 큰일 날 것 같았던 핸드폰을 손에서 놓기 시작했고, 대신 다이어리에 1년 계획, 3년 계획, 나의 꿈에 대한 계획들을 정리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것도 나의 간절한 꿈에 대한 계획 중 한 부분이며, 위에서 누누이 얘기했던 것처럼 일단 해보자! 하는 정신으로 누추하지만 소박한 글을 시작으로 계획을 실현해보고자 함이다.  

 앞으로도 나는 나의 꿈을 위해 열심히, 그리고 더 행복하게 나의 남은 시간들을 채워나갈 것이며, 그 기록을 남겨볼 생각이다.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서론이 너무 길면 안 된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글이 길어졌다.

 마지막으로 새롭게 찾아온 내 삶에게 감사하고, 일단 해보자!라는 용기를 내 준 나에게 감사하며, 이렇게 두서없는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끝으로 오늘의 글을 마치고자 한다.




오랜만의 첫 글이라 부끄럽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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