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충전은 '나'를 더 나은 '나'로 이끈다
‘고독’이라는 말은 종종 ‘외로움’의 한계로 표현되곤 한다. 특히 ‘고독사’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어감으로 다가와 마음을 무겁게 한다. 하지만 나는 ‘고독’이라는 단어가 항상 부정적인 의미로만 사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독’은 때로는 우리 삶에 필수적인 충전의 시간, 즉 ‘고독 충전’의 형태로 다가올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 SNS, 메신저, 전화 등으로 언제나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 하지만 이런 연결이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지나친 소통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상처받고, 하루를 온갖 생각으로 채우다 보면 어느새 스트레스라는 이름으로, 혹은 다른 감정의 소모로 인해 자신이 지쳐 있음을 느끼게 된다.
우리의 일상은 마치 핸드폰 배터리와 같다. 에너지가 충만할 때는 모든 것이 원활하게 작동하지만, 방전이 되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에너지를 소모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텅 빈 상태임을 깨닫는다. 그럴 때면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단 며칠, 아니 하루라도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우리의 삶은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직장, 가정, 혹은 각종 책임감이 우리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고 끝없이 세상으로 밀어 넣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그럴 때 스스로 ‘고독’을 충전하는 시간을 갖는다.
‘고독’과 ‘외로움’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그 본질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외로움’은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 상태에서 느끼는 감정이다. 반면 ‘고독’은 누군가가 함께하자고 제안하더라도, 홀로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식적인 선택에서 비롯된다. 외로움은 결핍의 감정이라면, 고독은 충전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 고독의 시간을 통해 지친 마음을 재정비한다.
고독 충전을 위해 내가 선택하는 방법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여행이라는 이름의 큰 계획 대신, 가벼운 산책을 통해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집 근처 공원이나 한적한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산책은 단순한 행위이다. 그 순간만큼은 누구와도 소통할 필요 없고, 그저 나 자신과 함께하는 시간만이 존재한다. 그 시간을 통해 일상의 시간과 잠시 거리를 둘 수 있다.
누구나 삶에서 지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고독을 두려워하기보다는, 고독을 충전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거창한 여행이 아니어도, 값비싼 휴양지가 아니어도 괜찮다. 단지 잠시라도 홀로의 시간을 갖고, 자신과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나에게는 가벼운 산책이 그 역할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책을 읽는 시간, 음악을 듣는 시간, 혹은 차 한 잔을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고독 충전의 방법을 찾는 것이다. 고독은 외로움과 달리,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난 오늘도 점심을 먹고 난 후, 마음의 짐을 싸들고 '고독'을 충전하려 회사근처 공원으로 발길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