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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가 제주로 도망친 이유

feat.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by Kunucando

가끔 의문스러울 때가 있다.

'나 혼자 산다'_디스 하는 거 아님_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쉬는 날도 바쁘게 일과를 진행하는 연예인의 삶을 그럭저럭 이해는 한다고 해도, 혼자 요리를 하거나, 혼자 TV를 보면서 혼잣말을 그렇게 많이 한다는 것은 솔직히 잘 이해가 안 된다. 지난겨울 가족과의 제주도 방문 하루 전에 미리 내려와 쉬고 있는데, 폭설로 가족들은 물론 나도 오고 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져, 4일 정도를 혼자 지내는데, 난 딱 두 마디 했었다. (냄비 들다가) '아~뜨거',(이 외진 곳까지 들어올 일이 없는데 친구가 시킨 택배기사님을 보고)'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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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아무것도 안 하기


사람의 습관이 참으로 무시할 수가 없다. 실컷 늦잠을 자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알람의 도움 없이도 매번 일어나는 시간에 눈이 떠지는 것을 보면, 인간의 생체 시간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간단한 세면과 양치를 하고, 어제와 변동이 없는 내용을 알고 있으면서도 습관적으로 냉장고 문을 열어 보고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오늘은 뭐 하지?'

나의 내면의 물음에 대답은 하지 못하고 눈만 껍벅껍벅거리고 있었다.

무거운 엉덩이를 들고 마당으로 나와 밀려들어오는 파도를 멍하니 바라보며, 담배를 한대 물었다. 원래 이맘때면 비교적 더운 바람이 불어와야 하는데 간밤에 폭풍우로 한바탕 비를 뿌리고 간 바다 바람은 약간의 쌀쌀함이 느껴졌다. 담배 연기가 끝을 향하고, 집안으로 들어와 다시 침대에 걸터앉았다.

'뭐 하지?'

이 번에는 가장 확실한 대답을 찾았고, 행동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냥 그대로 침대에 누워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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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쩔 건데?


우울함도 아닌 스트레스의 한계도 아닌, 그냥 도망가기 위한 거창한 핑계가 필요했을 뿐이다. 혼자 있는 시간 동안 거창한 깨달음을 얻어 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몇 해를... 몇 십 번을 제주에서 보낸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거창한 답을 얻어 본 적이 없다. 차라리 그런 목적이었다면 '템플스테이'에서 찾아보는 것이 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바다를 보고, 해변을 따라 새로운 길을 달려보고, 예쁜 카페에 앉아 시간에 쫓기지 않고, 멍~ 때릴 수 있다면 그것이 '내 (친해지길 다행이라 생각하는)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람들에 지쳐 '동굴 속'을 찾지만, 그 '동굴'의 생활 속에서 느끼는 것은 그래도 '사람들'과 부딪히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힘도 들고 지치기도 하지만, 그. 대. 도 나를 사랑하는 가족과 믿음으로 버텨왔던 친구들. 사회 속에서 맺은 인연들과 함께 숨 쉬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고, 나의 행복이라는 작은 느낌표를 품에 않고 서울행 비행기표를 만지작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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