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 White Christmas, 크리스마스이브

기타여행_0008

by WaPhilos

지난주 Moon River 악보를 받고 새로운 코드인 FM7과 Bm7-5 코드를 연습한다. 악보의 좌측 상단에 쓰여있는 글자 ‘Slowly’가 눈에 들어온다. 달빛이 조용한 강물처럼 흐르는 듯한 밤하늘과 그곳에 떠오르는 한 쌍의 연인을 그려본다. 이제 40대 중년의 영포티 감성은 어느덧 개인적인 사랑의 주인공이 아닌 어느 영화나 소설의 연인의 모습이나 떠올리며 가사와 기타 화음에 집중해 본다.


벌써 가을이 지나 추운 겨울의 딱딱하고 마른 고목처럼 한 동안 샛 푸른 잎이나 열매를 맺고자 하는 것은 사치에 불과한 것처럼 생존을 위해 나의 몸을 더 강하고 단단하게 하여 버틸뿐이다. 언젠가 따뜻한 봄이 다시 올때까지는 말이다.


“어떤 곡이든 꼭 복잡하고 화려하게 연주해야 멋지고 곡이 사는 것은 아니에요. 이 곡처럼 단순하게 엄지손톱으로 코드 베이스음을 한번 내어주고 아래로 한번, 두 번 스트록을 해 주면 돼요.”

Bm7-5에서 E7으로 넘어가는 ‘~some day~~’ 부분과 같이 코드 전환의 절묘한 화음이 어느덧 새롭기만 하다. 조용한 기타 솔로곡들을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연주의 코드 전개 중 씌여진 가사와 함께 코드의 흐름이 만들어내는 황홀한 표현에 순간적으로 감동하기도 한다. 악보를 잘 보면 minor 코드의 조용하고 쓸쓸한 분위기에서 major 코드의 밝고 상승하는 분위기로 바뀌는 부분들이다.


왠지 이런 곡들 속의 minor 코드들이 만들어내는 감성적인 부분들이 계속해서 나의 마음을 녹여주는 듯하다.

“근데 여기는 문제없어요. 곧 폐점할 것 같은데요?”

“그렇진 않아요. 여기도 제가 수업하는 다른 지점도 뭐 아직은...”

일주일에 여기저기 문화센터 강의를 하고 있는 한 선생은 2015년 여기 문화센터 기타 교실이 처음 생길 때부터 계속 수업을 하고 있다. 공공, 민간기업체의 지역 기타 교실과 초등학생 등의 방과 후 기타 수업 등을 꾸준히 나가고 있는 듯하다. 매주 수요일은 여기 2층 문화센터로 발걸음을 하고 마지막 수업을 위해 교실에 들어서며 ‘아이고 피곤해!!~’를 인사대신 내뱉고 있다.

오늘은 기다리던 캐럴 악보를 받고 연습하는 날이다. 곡은 ‘White Christmas’와 ‘Silver Bell’이다. Moon river의 3/4박자와 4/4박자라서 연주가 다소 수월하다. 3/4박자의 한 마디에 코드 2개로 전환이 되면 3박자를 코드 2개로 나누어 연주해야 돼서 2박자+1박자 꼴로 연주를 해야 하니 코드를 바꿀 때 박자와 스트록의 길이, 기타줄의 소리 크기 등을 조절해서 이어지는 코드와 조화되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연주자가 곡의 가사와 감성을 자유로우면서도 즉흥적으로 표현해 내야 하는 것 같다. 단순한 베이스음과 나머지음의 스트록으로 전체 기타연주를 끌어가지만 단순할 수록 음의 본연의 소리를 섬세하게 연주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크리스마스 연주곡으로 나만의 ‘white christmas’ 한곡을 만들어 list에 저장해보려 한다. 완성본은 아마도 짧게는 내년 이맘때쯤 될 테지만 말이다.


“I’m dreaming of a white christmas에서 dream=F, ing=C, of=B, a=C, white=F을 손가락 2개만 써서 6번 플렛에서 F, C, B, C, F로 전체 코드로 치지 말고 간결하게 밝은 분위기로 내어 볼게요. 이렇게요”

코드의 베이스 음을 빼고 코드의 음을 최소화하여 진짜로 꿈을 꾸듯이 ‘dream, ing, of, a, white’를 하나씩 소리를 내어준다. 핑거스타일이 추가된다.


“핑거스타일을 연습하면 중간중간 애드리브랑 화려함을 더 추가할 수 있어요. 그리고 3 핑거 연습을 하면 더 도움이 될 거예요.”


지난 1년간 배웠던 코드를 시작으로 핑거스타일 곡과 매일 연습하는 스케일 등이 결국엔 기타 연주의 폭을 넓히는데 기여하게 될 터이다.


“마지막으로 ‘Christmas’의 G 코드도.. 다르게 mas 부분은 G코드로 하고 앞의 christ~부분은... 음... D 또는 D7으로 해 볼게요. D7이 낫겠네요”


오~ 새롭다. 한 마디의 하나의 코드 구성을 음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코드를 섞어 주어 곡의 흐름을 더 확실히 그려주게 되었다.


“오늘 근데 왜 이렇게 많이 나왔어요? 다들 어디 갈 때가 없어서 온 사람들처럼요!”

“아니에요. 오늘 약속이 있는데 취소하고 기타 수업 온 거예요”


여반장과 친구들은 나를 제외하고 출석률이 제일 높다.


“너는 어떻게 지난주에 못 올 거라더니?”

“생각해 보니 시간이 남아서요”

“뭐? 시간이 남아서 왔다 이거지?”


막내 중학생 녀석의 눈치 없는 대답은 오늘도 여전하다.


“어떻게 오늘 따로 약속이 없으세요?”

“사실 애들 맞기고 좀 쉬려고 왔어요 하하”


오후 늦게 하원한 막내녀석을 씻기고 볶음밥과 계란말이 저녁을 해 먹이고 퇴근한 아내에게 녀석들을 서둘러 맡기고 기타를 들고 밖으로 나와버렸다. 그저 나에겐 저녁 기타 수업이 세상의 것과 뭔가 본연의 내가 하고싶은 것을 경험하는 가슴이 조금 떨리는 몇가지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2025년 12월의 크리스마스이브이다.

올해의 12월은 Moon river의 한 여인을 떠올리고 꿈속에 그린 White Christmas를 상상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단 이 기타와 함께 그 곡을 연주하는 이 순간에서 말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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