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여행_0007
어느덧 살을 에는 듯한 겨울이 오고야 말았다. 17살이 된 이 기타를 다시 손에 쥔 지도 1년이 되어간다. 작은 교회 예배당 같은 상가 2층 안 선생 기타 교실을 시작으로 문화센터 푸들머리 한 선생님 기타 교실까지 계절이 4번이나 변했구나.
나의 곁의 5살 막내의 눈에도 더 맑고 반짝이는 빛이 더 또렷해지고, 자신의 여러 생각과 꿈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덕분에 더 지켜봐 줘야 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그 기다림을 더 웃으며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아직은 너무 예쁘고 어린 꽃망울 같은 아이일 테다.
가을에 들어서는 10월 말 이후 약 1개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11월 중순 하프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여 개인 최고기록에 도전하였고, 대한축구협회 K7리그 리그전을 마무리하여 중위권 성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타고 다니던 디젤 차량 냉각수 문제가 커져, 냉각수 누수 및 배기 쪽 오염등으로 수리비용 400만 원 이상 나와 싼 값에 차를 긴급 처분하기로 결정! 대전까지 내려가 중고차 매매업체와 며칠을 협상하여 결국 처분할 수 있었다.
이런 많은 일들 중 단연 긴 시간을 들여 정리가 필요했던 것은 다른곳에도 생겼다. 금융 관련 상법개정 등의 이슈와 APEC 트럼프, 시진핑 한국 방문등의 여파인 것인지 모르나, 코스피 등 갑작스러운 주가상승으로 나의 주식계좌 수익이 하이로켓팅 하였다는 것이다. 그동안 차곡차곡 모은 코스피 주식들을 과감하게 팔아 수익 처분하고 그다음의 주가상승을 더 후의 미래로 기대하며 수익분을 배당주와 연금투자로 약 70% 옮기는 작업을 하였다. 큰돈을 정리하여 연금계좌, ISA계좌 주식계좌 등에 배당주, 성장주로 다시 밸런싱하다 보니 그것 또한 약 2주 정도가 소요되었다. 투자라는 것은 결국 욕망처럼 끝이 없는 것 같더니 결국 정리할 돈이 없어지니 더 이상 내 노력과 손이 필요하지 않은 지경에 이르렀다. 그 저 장기투자, 복리효과를 기대하며 긍정의 마인드를 갖고 있는 것만 남게 되었다.
이렇게 약 1개월 동안 외면했던 한 살 더 먹은 18살 기타 녀석에게 미안하기만 하다. 녀석에게도 장기투자, 복리효과를 기대해 볼만 한데... 어쩌면 이 녀석에게 집중하는 것이 내 삶을 더 풍요롭게 해 줄만 할 텐데 말이다.
다행인 것은 이런 와중에도 푸들 한 선생의 문화센터 기타 교실을 빠지지 않고 참석을 하였다. 많은 것들을 배웠고 알게 되었지만 기타 연습과 음악공부에 거의 시간을 내지 못하였기에 나의 게으름이 도둑처럼 찾아들어서 가진 것들도 잃어버릴 것 같은 심정이다. 그간의 수업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한다.
3 핑거와 컨츄리음악의 기원과 흑인음악 등으로 이어지는 음악 얘기를 듣던 중, 익숙한 가수 이름이 나왔다.
“밥딜런 아시죠? 그 노래 있는데, 왜.. 김광석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곡이 밥딜런의 그 노래를 따서 만든 노래인데... 어떻게 부르더라!”
“따다다 다 따다다다 다... Don’t think twice, it’ll be alright”
“네 알아요. 저도 제 노래 list에 있는 곡이라서요 하하”
“보세요.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look out your window and I’ll be gone, you’re the reason I’m traveling on, don’t think twice. it will be alright~. 어때요. 3 핑거로 가사만 바꾸어서 만든 곡 느낌이 나지요? ”
“김광석 노래 중에 컨츄리 느낌이 나는 노래가 또 있는데 ‘그녀가 처음 울던 날’이라고 가사가 너무 슬퍼요. 들어보세요. 어떻게 하냐면... ‘그녀의 웃는 모습은 활짝 핀 목련 꽃 같아. 그녀만 바라보면 언제나 따뜻한 봄날이었지. 그녀가 처음 울던 날 난 깜짝 놀랐네.’ 그러다가 결국 그녀가 떠나 버렸다는 내용이거든요”
포크음악의 경쾌한 3 핑거 곡이지만 그 가사와 가수의 목소리는 슬픈 곡조처럼 포크음악의 감성을 가득 품고 있는 듯하다. 이곡도 오늘 다운로드 목록에 추가!
“그리고 연주를 할 때 G, C, A, E 코드 등은 단조로움을 피하려면 베이스 음을 바꾸어가면서 연주해야 되는데, 얼터네이티브로 (얼터네이티브 베이스) 해 보세요. 5번 줄을 기준으로 6번 4번을 코드에 따라서 번갈아 가면서요. 4번 줄이 근음(베이스)인 경우의 D 코드 같은 경우는 그대로 얼터네이티브 안 해도 되고요.”
3 핑거의 곡을 여러 곡 연습을 한 탓인지 어느 정도 엄지 손가락으로 베이스를 번갈아가면 얼터네이티브 할 수 있었지만 역시 기타 한 줄을 치는 것인지 2줄이 걸쳐져서 소리가 명확하지 않고 그 튕기는 손가락 힘과 현의 소리가 노래에 얹혀지지 않는 느낌이다. 결국 천천히 얼터네이티브 베이스 연습으로 곡의 흐름을 따라갈수 있게 몸과, 귀와 특히 손가락에 익히는 수밖에 없다.
“이제 벌써 곧 12월이네요. 12월에 하고 싶은 곡 있으세요? 추천??, 캐롤 해 볼까요? 아니면 겨울 분위기 팝송한곡 해 볼까요?, ‘white christmas’, ‘jingle bells’ ‘silver bell’?”
“캐롤하면 그때 ‘빙 크로스비(Bing Crosby)’, ‘팻분(Pat Boone)’ 노래들인데.. 유명하지요? 어때요? 몇 곡 해 볼까요?”
“좋아요, 좋아요!”
예수탄생을 축하하며 기쁨을 노래하는 노래에서 기원한 크리스마스 캐롤이 이제는 대중음악처럼 한 겨울의 장르가 된 느낌이다. 한 명의 기독교인으로서 언제나 추운 겨울에 따뜻한 난로처럼 훈풍처럼 몸을 감싸주는 듯한 캐롤을 이제 기타 연주로 배우고 내 몸에, 기타에 입혀 볼 생각이다.
“그 노래도 있는데요. 겨울 되면 생각나는 노래 중에 겨울에 듣던 노래인데 ‘밤에 떠난 여인’ 하남석 노래요”
옆의 큰 형님의 애창곡인 것 같다. 한번 찾아봐야겠다. 왠지 추운 겨울 감성을 적시는 슬픈 사랑노래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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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이고 왜 이렇게 추워!!~ 진짜 춥죠?”
“네 정말 장난 아니에요”
“12월 문화센터 겨울학기 첫날이라서 그런지 모두 나오셨네요?”
어느덧 가을이 가고 12월부터 2월까지 이어지는 문화센터 겨울학기가 시작되었다. 오늘은 여반장부터, 큰 형님, 그리고 학생들까지 나를 포함 6명의 정원이 모두 참석 100%다.
“내가 캐롤 악보를 복사하고 챙긴다는 게 깜박했네요. 오늘은 가지고 있는 곡 중에서 결정해 주세요. ‘Moon river’, 기다려줘(김광석)...”
“Moon river 좋아요!, 초등학교 아들이 맨날 리코더로 불러가지고요 하하, 멜로디로 연주도 하고 싶은데요!”
첫째 아들이 작년 음악시간에 배운 Moon river를 거의 6개월 동안 손에서 놓지를 않았다.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를 방문할 때나, 서울 이모네 놀러 갈 때나 집 앞 카페에 책을 보러 갈 때에도 항상 가방에 손에 들고 다녔었다. 덕분에 같이 기타로 멜로디 연주를 해주고 녀석은 리코더로 열심히 불어 제겼었다. 아름다운 곡이다. 마치 사랑을 꿈꾸듯, 구름에 앉아 있는 듯한 몽글몽글함과 사랑을 외치는 발코니의 오드리 헵번이 그려지는 노래이다.
“원래 영화에서처럼 단순하게 베이스 근음을 치고 아래로 스트로크만 내려주면 되는데요. 단순한 게 연주하기가 더 어려워요. 오히려 코드를 다 같이 치면 화음이 전체로 묻혀버려서 쉽게 지나갈 수 있는데 한 손가락으로 베이스음을 치고 나머지를 기타 줄을 내리면서 화음을 노래에 얹는 느낌을 내는 게 더 어려워요”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노래를 부를 때도 기교와 기술이 중요하지만 정작 그 노래의 감성과 가사의 내용에 집중하여 전달하기가 더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더 절망적인 것은 Moon river 악보를 받아 들고였다. Bm7-5, F#m7-5??? flat5가 붙은 악보인 데다가 그것도 여러 번 나온다.
“C, D, E, F, G, A, B 우리가 장조라 하는 것은 장, 단 5음으로 이어진 major 코드를 먼저 익힌 건데요. 이 코드로 어렵지 않고 기본코도로 익혀야 하는 코드들 이예요. 잘 들으세요”
“단 3도, 단 5도로 하면 diminish(dim) 단조로 바뀌는 슬픈 음이 나오는데 그 음으로 대체할 수 있으니까요. Bm, F#m에서 5번째 음을 flat 한다는 음이니까요. 소리를 한번 들어보세요”
역시 설명을 듣고보니 단조의 코드 소리가 슬프게 울려 퍼진다. 단지 슬프지만 왠지 몽환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아름다운 화음이다. 이래서 곡을 장, 단조의 단조로울 수 있는 구분뿐만 아니라 여러 코드의 변화를 통해서 더 섬세하고 새로운 분위기의 감성을 그릴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기만 하다.
“운지법은 간단히 2가지로 설명을 드릴게요. 1번 근음을 6번 줄일 때, 2번 근음이 5번 줄 일 때 ‘Xm7-5’의 운지법이에요.”
칠판에 그려진 기타 6줄과 손가락의 근음위치를 찾아 움직이고 나서 나머지 손가락을 Am, D코드 손가락 모양으로 천천히 잡아준다. 다행히 평소에 하던 스케일, 크로메틱 손가락 연습 덕을 본 듯하다.
“그렇죠 그렇게 하면 되는 거예요!!”
바로바로 나의 손가락 운지를 보며 푸들 선생이 칭찬을 해 주고, 나의 맘이 한결 뿌듯해진다. 마치 벌써 12월 초부터 나의 맘에 캐롤이 작은 소리처럼 울려 퍼지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추운 겨울이 다가왔다. 곧 대설이라 첫눈도 올 것만 같다.
그리고 1살 더 먹은 18살 기타 녀석처럼 나도 한 살이 더 먹어간다. 한 해 많은 시간을 함께 해준 녀석과 노래들, 남은 12월은 캐롤과 따뜻한 기타 곡들과 함께 Moon river 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