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분포

대가리의 실종

by duke j

#정규분포

고딩때 배운 확률에 정규분포란 게 있었다. 그래프로 보자면 평균값을 가운데로 해서 볼록하게 코끼리 삼킨 보아뱀 같이 생긴. 대충 거의 모든 집단의 형질값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분포 형태다. 과거는 그 그래프의 대가리 부분에 속한 사람들만 나서서 말하고 행세할수 있는 규제 사회였다. 특정한 영역의 지식은 고시를 봐 합격한 사람들만 유통해야지 그 밖의 사람들이 번번이 입에 올리고 상용화하다간 근거법 위반으로 처벌 받았고 세상 앞에 자기 주장 한번 말하려면 언론사의 종업원이 되거나 그 매체의 사전 검열을 받아 지면이나 시간을 할당받아야 가능한 일이었고 유명 연예인이 되는 길도 소수 면허제로 운영되던 미디어사의 일부 제작 책임자들에게 은전을 받아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체제 하에서 성장한 늙은이들에겐 그같은 제도와 시스템들이 매우 단정하고 체계적이고 정돈돼 보이기도 했을 거다. 하지만 세상은 늘 변한다. 요즘은 다수의 광장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언제든 바로 제각각의 소리를 낼수 있는 열린 세상이 되었다. 정규분포의 대가리들이 차지하던 지위를 볼록하게 가운데 모여있는 평균치 부근의 다수들 또는 어쩌면 극렬한 성향을 지닌 꼬리쪽 사람들의 아우성이 대체하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는거다. 인터넷에 떠도는 컨텐츠를 들여다보면 이 추세가 명확해진다. 과거의 기준으론 이해하거나 납득할수 없는 내용을 담은 저작물들이 시장을 점령한지 오래이다. 멀 엄청 많이 먹는 모습을 찍어 보여준다든지 남의 연애사를 포르노처럼 관음한다든지 돈없이 버티는 고단한 오지여행을 대리해 준다든지 혼자 사는 집안을 들춰 그 생활 안에 기생해 본다든지 줄서서 들어간 식당의 음식을 사진으로 올려 놓는다든지 때론 남이 지은 책의 내용 일부를 카피해 붙여놓고 그 조회수를 팔아 돈을 번다는 이도 생겨났다. 이젠 내 주장을 알리기 위해 굳이 눈치보며 신문사 칼럼란을 빌리지 않아도 되고 자기의 똘끼를 뽐내기 위해 방송사 pd들 찾아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아첨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온거다. 세상으로 드나드는 출입구의 열쇠를 틀어쥐고 앉아 있던 과거의 소위 시스템 엘리트들의 힘은 갈수록 점점 약해질수 밖에 없다. 대가리가 아닌 몸통과 꼬리가 이끌어가는 대중들의 시대. 이미 그렇게 기울어진 운동장 한가운데 서서 시대를 거슬러보겠다고 낡은 관문 앞을 서성이는 구제도의 철지난 추종자들은 지가 왜 세상에 지고 있는지 그 이유도 모르고 살아가고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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